한 번의 이직 후 깨달은 것

이제는 해외취업에 도전할 차례

by 봄봄

한국이 헬조선이다 오포세대다 말이 많은 작금의 현실 속에서,

외국은 다를거야, 해외에서 취업할거야

하는 목소리가 최근 몇년간 참 많은 것 같다.

나도 해외취업을 꿈꿨던 한 사람으로서,

먼저 외국 자리잡기에 성공한 선배들의 블로그를 열심히 탐색했었다.

구글 본사 상무 김현유,

MBA후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조성문,

홍콩 로즈언니, 팅키언니 등 이런분들 블로그는 거의 매일 단위로 체크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보통 이런 분들을 보면, 물론 맨땅에 헤딩 스타일도 있었지만 MBA 출신이거나, 어렸을 때 외국생활 경험이 있어 해외가 낯설지 않았거나 한 분들이 많았다. 물론 전부가 그런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내가 못 가진 그들의 배경이 큰 기회를 잡을 밑거름이 되었을거란 생각을 하며 지레 겁을 먹고 물러났던 것 같다.

가진것을 활용해서 더 나아질 생각을 해야지, 비교하고 낙담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태도가 아닌데도.


그래서 그렇게나 열심히 찾아보던 해외취업 정보들은 실전에 활용되진 못했고,

난 국내 대기업에서 8년 넘게, 그리고 한국소재 미국기업에서 1년을 근무하는 것으로 커리어를 쌓게 되었다.


그리고 두 회사를 겪어보면서 이직은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국내 어느 기업에서 일하든,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다들 공감할 문제들-역피라미드 구조, 야근, 회식, 비효율, 시스템의 부재-은 양 회사 모두에 정도의 차이뿐이지 분명 존재했었다.

그러나 확실히 다르기도 했다.


이직을 하고자 마음 먹었을 때, 주변에서는 이런 말들을 했다.

"직장생활 다 거기서 거기야~"

난 이런말이 제일 무서운 말 같다.

이 말의 모순은 우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한번도 안옮겨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오래 근무한 같은 회사 사람에게 이직을 상담한들, 그는 경험에 나오는 대답을 해줄 수가 없으니 그냥 선문답이다. 그래도 그런 대화를 하는건, 그냥 하소연이라도 하고싶을 때가 있으니까.

주변 친구들이 다양한 회사에 다니니, 각자의 회사 얘기를 하며 그들의 일상은 어떤지 묻기도 했다. 들어보면 정말 다들 비슷하게 사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은 보편성과 특이성을 다 가진다는 것을 이 때는 간과했던 것 같다. 회사생활은 거기서 거기기도, 완전히 다르기도 하다.


첫 직장이 딱 대한민국 대기업의 딱딱한 군대문화였다면, 두번째 회사는 자유로운 민간인 신분으로 벗어난 것 같은 해방감을 주었다. 야근이 잦고 업무 강도도 세고, 시스템도 개선의 여지가 많았으나, 직급에 관계없이 내 업무에 대한 ownership을 가질 수 있었고, 타당하고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는 언제나 환영받았다. 회의시간에 직급에 관계없이 자기주장 펼치는 모습에 깜짝 놀란 적도 많다. 한마디로 눈치 안보고 일과 성과에만 집중하는 기업문화라고 할까...그런 모습들이 자유롭고 당차서 멋지기도 했으나, 오랜동안 한국식 기업문화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적응기였던 초반에 '직급 높은 분에게 저래도 되나? 좀 건방진거 아니야?'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자신감있게 내 일에 책임지고 발언하는 문화의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또 복지도 좋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멜팅팟같은 문화도 좋았다. 일이든 가치관이든, 그만큼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직장생활 다 거기서 거기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차이는 존재한다는 거다. 먹고 살려고 생계형 근로 한다는 면에서는 다 같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본인의 성향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나 동료의 가치관에 따라 또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는게 직장생활이다. 내가 경험한 두번째 회사는 나에게는 너무 잘맞는 옷이었다. 다른 단점들은 가볍게 감수할 정도로 문화가 잘 맞았다. 기업문화와 내 일상의 가치관이 일치할 때, 그 외의 흠은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요소였다. 그러나 문화가 내 인생관이 다르면, 매 순간이 챌린지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일하는 회사가 업무든, 사람이든, 문화든, 어떤 면에서 맞지 않는 옷같은 기분이 든다면, 적극적으로 내 옷을 찾아나서야 한다. 난 그 시도를 너무 늦게 해서, '아 좀더 일찍 용기를 낼 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내 옷을 찾는 과정은 실패와 성공의 반복이겠지만, 계속 입어보지 않으면 절대 딱 맞는 옷은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실패조차도 결국은 내 커리어를 완성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 이 회사도 어느덧 퇴사 1주일을 앞두고 있다.

일도 일이지만 내 인생의 소중함을 찾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위해 한국을 떠난다. 그리고 이제 다시, 예전에 꿈꿨던 해외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늘 한걸음 뒤에서 남들이 도전하는 것만 바라보며 손에 잡은 걸 놓칠까봐 지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던 나의 옛모습은 이제 버리고, 한번 두려움을 친구삼아 훌훌 날아보련다.

그리고 첫 회사에서 내가 그 회사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듯이, 이제 두번째 회사를 거쳐 세번째 회사를 준비하는 지금,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나 걱정은 일단 잊고 그냥 열심히 한번 도전해 보련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회사가 내가 다니기 좋은 직장은 아니라는 걸 이젠 아니까.


그리고 꼭 회사가 답인가?

무슨일이든 내가 즐거워서 매일 할 수 있는 일이면 그게 내 일이지. 계속 움직이며 새로운 세상을 노크하다보면, 이전엔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될 기회가 생길거다. 그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즐겁게 살고싶다.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된다.

이전 01화독일 이민을 결심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