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좌 개설
독일에 여러 은행이 있지만 가장 크고 지점이 많은 도이치방크에 계좌개설을 했다. 기존에 계좌 가지고 있는 지인과 함께 가면, 그 지인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신랑과 함께 갔더니 신규고객 소개로 경품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브로셔를 줬다. 킨들, 네스프레소 머신, 청소기 등 대략 60유로 정도 되는 물품 중 1개를 고르면 되는데 선택지가 좋으니 독일 계시는 분들은 도이치방크 계좌 개설을 생각해봐도 좋을 듯.
이외에 작은 은행들에 계좌개설시 현금을 몇십유로 준다는 오퍼도 온라인상에 많다고 하니 알아보시면 될 것 같다.
필요서류는 여권, 암트에 거주등록한 서류이다. 비자 발급이 완료되지 않아도 거주등록하면 계좌개설은 바로 가능하다.
독일와서 어디가서도 서비스 받는다는 기분 못받았었는데, 이 곳 도이치방크 직원분은 굉장히 친절하고 자세히 영어로 설명해주셔서 좋았다.
단 충격적인 건 계좌유지비가 매달 5유로 발생한다는 점. 아니, 내 돈 맡겨주겠다는데 거기에 돈 보관료까지 받는다는 발상이 한국정서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유럽이 다 그런가. 유럽 여행이나 해봤지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매번 컬쳐쇼크를 겪게 된다. 단 신분이 학생인 경우 만 32세까지인가 수수료가 면제되니 조건을 은행에 확인해보시고 혜택 누리시면 되겠다.
그리고 가족의 경우 서로의 계좌에 full access 할 수 있는 권한도 선택이 가능하고, 한국처럼 인터넷 뱅킹 및 현금직불카드 신청 다 가능하다. 신용카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직업이 없으면 불가하고, 일부 개설이 가능한 경우도 한달 사용한도가 100만원도 안되는 걸로 알고 있다. 독일인 대학원생 친구가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한달 한도가 500유로라고 했으니 학생도 아예 발급 불가하진 않은 것 같다. Case by case인 것 같으니 이 또한 알아보는 것이 방법일 듯 하다.
-주거등록
주거등록은 가까운 Amt에 가서 하는데, 이 때 필요한 서류는 요청하는 비자의 종류, 거주지역, 관청 직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반드시 발품 팔아서 직접 물어보고 정확히 준비해가야 한다.
나의 경우 보험 가입 증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보험가입이 완료되기를 1달이나 기다린 후 겨우 주거등록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 보험사에서는 Amt에 주거등록을 해야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싶은 순간도 있었으나 결국은 보험가입이 등록되고 이후 해당 증빙서류를 지참해 Amt를 방문, 주거등록을 완료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친구 한명도 보험사에서는 주거등록 먼저해라, Amt에서는 보험 먼저 가입해라, 라고 해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당연히 불만이 생길만한 상황이지만 동사무소 직원이 맘에 안들면 서류 더 복잡하게 준비해오라고 할 수도 있다니 그냥 젠틀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협조를 받아내는 것이 현명하다. 참 이런 것도 한국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지만 여기서도 공무원들 일하는 태도가 좀 루즈한건지 아직은 이 곳의 문화를 잘 모르겠다.
-비자신청
주거등록이 완료되면 해당 서류를 들고 Auslanderamt라는 외국인청에 가서 거주비자를 신청한다. 이 역시 어학원 비자, 학생비자, 임시 거주비자 등 자신이 필요한 비자에 맞는 서류를 준비해서 방문해야 한다. 발품 팔고 전화해서 정확히 물어보고 답변대로 준비했다고 해도 변수는 항상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 필요하다는 서류를 모두 준비해서 갔으나, 갑자기 독일어 레벨 A1을 따지 않으면 비자신청이 불가하며, Integrationkurs도 신청 불가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서부터 누누히 전화하고 신랑이 직접 찾아가 확인까지 했을 땐 철석같이 A1 필요 없다고 했었는데, 느닷 없이 필요하다고 하니 또 그냥 준비해야 되는거다.
더 황당한 건 우리가 만난 남자직원은 A1이 필요한 줄도 몰랐고 비자신청 및 Integrationkurs 신청을 위한 테어민까지 잡아줬는데, 막판에 갑자기 옆에 앉은 여자직원이 A1 없으면 안된다고 한 마디 해서 막판 뒤집기가 된 것이다. 난 정말 '이 곳은 매뉴얼이 없나? 직원이 저렇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그로 인해 시민이 피해를 봐도 여기는 민원도 걸 수가 없나? 내 낭비된 돈과 시간은 누가 보상해주지?' 등등 오만 생각이 다 났다.
처음엔 '저 여자직원 아니었으면 그냥 비자 신청 들어가는건데..'라고 생각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렇게 진행되고 테어민 잡힌 1주일 후 외국인청 가면 다시 A1 따오라고 했을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시간만 더 지연되는 거다. 이렇듯 정말 나로서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많은 일들이 이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또 그런 일들에 일일이 반응하다보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 이제는 갑작스럽게 말이나 상황이 바뀌어도 그냥 넘어가는 약간의 달관, 혹은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사실 비자 신청을 하며 내가 제일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Integrationkurs 가 A1~B1까지의 과정을 교육하는데 A1이 없으면 Integrationkurs를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보험 먼저 가입해라, 주거등록 먼저해라 처럼 이것도 참 모순되는 말 아닌가? 거주비자가 나오지 않은 사람은 Integrationkurs를 시작할 수 없다면 당연히 A1이 없는 사람이 비자를 받고 코스를 시작하면서 A1을 따는 것이지, 먼저 A1따야 비자 주고 코스 시작할 수 있다는게 어불성설 아니냔 말이다. 그럼 코스가 A2~B1까지를 교육했어야지...
이민자들에게 그 나라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혜택으로서의 인테그라치온쿠어스가 실제 제 기능을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어학원에 문의하니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이 코스를 등록할 수 없고, 등록을 해도 대기자가 많아 대기자 명단에 이름 올린 후 2~3개월을 기다려야 코스 시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독일 입국 후 이 코스의 혜택을 받으며 언어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은 못해도 4~5개월 후라는 말 아닌가? 그럼 누가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게 아헨에서만 그런건지, 아니면 독일 전역에서 다들 이런 문제를 겪는건지 궁금하다.(경험자 분들 공유 좀 해주세요...)
여튼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더더욱 현지어를 모르면 대응조차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언어에 매진하게 되었다. 하루 4시간 15분의 수업동안 배우는 게 생각보다 많고, 소화하려면 집에 와서도 복습과 연습을 해야한다. 그동안 한국에 살며 매번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하려던 나도, 언어 공부와 이 곳의 시스템상 더이상 그럴 수가 없다는 걸 깨닫고 나니 일상이 단조롭고 심플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게 한가지에 제대로 집중하기에는 좋은 환경같다.
독일 와서 이런저런 생활관련 일처리를 하는 동안 정말 마음이 많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걸릴 뿐이지 결국 되긴 된다.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살며 불편을 모르니, 나도 이 반대급부를 감수하고도 누리는 긍정적 급부들을 생각해보고 적응해야겠지. 그리고 내가 한국인이기에 느끼는 불편함들은 이 곳에서의 사업기회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이 사람들은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원하는게 뭔지 모를 수도 있으니까. 독일인들이 당연한 듯 감수하는 일상의 불편이 정말 불편이라면 그 불편을 해소해 주는 것이 하나의 사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새로운 문화권에서 그야말로 '생활'을 배워나간다는게 참 새로운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긴장도 되지만 재미있다 요즘은. 늘 새로운 국가에 가면 언어도, 사고도 스위치할 수 있는 삶을 상상했는데, 이 곳에서 한번 해보며 가능성을 점쳐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