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차은우, 신세경 둘 다 좋아하지만 연기력은 잘 모르겠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드라마.
넷플릭스에 올라왔길래 설거지하면서, 다림질하면서, 빨래 접으면서 틀어놓고 한편씩 보다가 오늘, 마지막회를 앞두고 있다.
처음엔 연정드라마인줄 알았는데, 역시 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피의 정치라는 테마를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모습을 보여, 그렇게도 부귀영화가 누리고 싶을까 싶고, 양반들이 즐기는 그 풍류와 영화라는게 돈, 권력, 기방 들락거리며 여자를 취하는 것이라면 그게 뭐길래 그렇게 목숨까지 걸며 지키려 애쓸까 싶다. 사내라면 모름지기 권력을 지녀야 한다는 메세지를 여러 사극에서 봤는데, 난 잘 모르겠다.
허나 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권력을 잡으려 속고 속이며, 죽고 죽이고, 연대했다 배신하는 모든 과정은 비단 우리나라 역사에만 있던 일은 아니고, 전 세계 역사가 그리 움직여왔다는 것을 봤을 때 이는 인간의 본능인가보다.
처음에 제목이 '신입사관' 구해령이어서 사관이 뭘까, 했었는데 이들은 역사를 기록하는 자들이다.
국사를 배우며 역사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그것 또한 누군가가 기록했다는 것은 간과했던 것 같다. 그들은 사관인 동시에 한 인간이었기에, 여러 외압 혹은 본인의 욕심으로 인해 때로는 공정히 기록되어야 할 이 역사가 왜곡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한 사관들은 항상 역사에서 주변에 숨은 자들이어서, 그 존재를 인식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이 드라마가 예문관 사관들의 시선으로 궁궐 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런 사관들의 존재와 중요성을 다시한번 조명한 것은 뜻깊은 일이라 생각한다.
-스포주의
외딴 녹서당에서 도원대군으로 외롭게 살았던 이림이 숨겨졌던 사초를 발견하고,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의 이유와 본인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된 후 분노하며 대비전으로 달려가는 장면이 있었다. 대비전 앞에서 자신을 가로막는 무관의 칼을 뽑아들며 '내가 너의 목을 베며 눈하나 깜짝할 것 같으냐'하는데 그동안 약간 공기반 소리반 같은 이림의 목소리에 늘 뭔가 힘이 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장면에서 깜짝 놀랐다.
카리스마 있게 끌어간 연기와 속도가 인상적이었다.
이어 대비와 만나 그동안 힘들었던 평생의 삶이 차라리 죽는것이 나았을 만큼 괴로웠다며 우는 장면에서 나도 같이 울었....ㅠㅠㅠ
차은우 연기도 많이 는 것 같고, 궐 안에서 지난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이리 가여이 살아갔던 대군들이 있었겠구나...생각하니 참 신분,운명이란게 뭔가 싶고-
난 운명을 믿지 않는 편인데, 요즘같이 본인의지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시대에서는 운명의 힘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조선시대 같이 신분으로 인한 제약이 컸던 시절에는, 천민이나 중인 뿐 아니라 양반, 왕가도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나름의 천성을 발휘하며 살기에는 너무 경직되었던 것 같다. 양반가에서 태어나도 여자는 그저 규방 규수로 살아야하고, 권력을 원하지 않아도 세자로 태어나면 많은 것을 요구받고...
버리고 싶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니 출생으로 인해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되는 삶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여러모로 달라졌고 훨씬 자유롭고 개방적인 것 같다. 자기 천성대로 살아도 개성이라 인정해주는 시대이니...
여튼 이 드라마가 그저 연정드라마라고만 생각했던게 미안하게,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한 시대상과 인간 군상들을 보며 역사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구해령 몸종 역할의 배우가 정말 감초역할을 톡톡히 한것같은데 제 2의 라미란을 기대해봐도 될지...? ㅎㅎ
그리고 역사를 왜곡하지 않으려 목숨까지 버리는 사관의 모습을 보며, 나에겐 죽으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굳은 신념이 과연 있는가- 싶어 생각에 잠기게도 되고...
모든 것을 걸고 지키고 싶은 이념이 있다는 것은 참 인간으로서 멋진 일인 것 같다. 사람에게는 참 대단한 면이 있다.
드라마의 매력은 오만가지 생각이 들게하면서 나의 과거 어떤 행동이나 생각들을 떠올리고 반추하게 된다는 점 같다. 그때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어떤 의미들을 되새기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다.
책도 그런 점에서 좋아하고...
서사라는 건 참 매력적이다, 그래서.
오늘은 월요일인데 일찍 와서 밥 해먹고 드라마 평도 쓰고,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신랑과 수다도 하니 마치 금요일 저녁같네.
현실은 내일 다시 출근이지만 ..ㅎ
좋은 밤이다. 춥지만 이제 늦가을 후 겨울이 올것이 기대된다.
가게에는 이미 Adventkalender가 잔뜩 들어와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다.
독일 겨울의 매력인 긴~크리스마스 시즌을 올해도 한껏 즐겨봐야지.
모두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