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독서의 즐거움

핑거 스미스를 읽고

by 봄봄

한국에서도 책에 1달 10만원 정도는 투자했었고, 시립 도서관도 자주 애용했던 나로서는 이 곳에 와서 한글로 된 책을 구하기 어렵다는게 큰 장애로 다가왔다.

그래서 손을 뻗게된게 전자책. 예전엔 주로 출퇴근 시간 독서용으로 1~2권 다운받아 봤었는데 이제는 주로 이북을 읽게 될 것 같다.

도이치방크 가입 사은품으로 받은 킨들은 독어책, 영어책을 다운 받아 두었고, 모바일 혹은 피씨로 교보문고 Sam 서비스를 이용한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60702143828_0_crop.jpeg 교보문고 Sam

이왕 언어공부하는 김에 킨들을 주로 애용하자고 생각했지만 가독성과 속도가 한글이 월등해 Sam을 먼저 이용하고 있는 중.


최근에 읽은 책은 영화 아가씨 원작 핑거스미스.

고등학교 겨울방학 숙제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다가 소설에 학을 떼고 이후로는 실용서만 읽던 내겐 거의 10년 만의 소설 나들이다.

레즈비언 소설이라고 해서 응? 했었는데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고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쓴 탄탄한 스릴러? 정도로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일부 반전은 너무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스포주의!)


그러나 수가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는 장면, 수가 모드를 찾으러 브라이어 저택을 방문하는 으스스한 마지막 장면의 글은 호흡을 멈추고 눈을 떼지 못할만큼 박진감 넘치게 잘 썼다. 세라 워터스가 여러 상을 수상할 만큼 역사를 바탕으로 글 쓰는데 능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러한 탄탄한 글빨이 있어서 무려 전자책 700페이지나 되는 책을 내가 단숨에 다 읽어내려가지 않았나 싶다.

다 읽고도 한동안 모드와 수가 내 머릿속에 살아있는 인물로 생각될 만큼 소설의 잔상이 꽤 크게 남았으니.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하는 나에게 와닿았던 세라 워터스 인터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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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기다린다고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지금 쓴 글이 쓰레기라 할지라도 고치면 된다...

꼭 작가가 되고싶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금 무엇엔가 도전하고 있는 누구에게든 의미있는 말 아닌가? 뭐든지 도전하고 움직이고 찾아내자, 그러면 문을 열릴 것이다...란 말로 들렸다 내겐.


700페이지짜리 소설책을 느긋히 읽을 수 있는 여유에, 또 새로운 즐거움을 줄 다음책이 기다리고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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