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고향 방문기

자가격리 체험

by 봄봄

올 여름은 컨디션이 매우 안좋았다.

덥기도 했고, 몸이 안좋아서 계속 골골대다 쉬어야한다는 의사쌤의 말에 병가를 내고 쉬었는데, 그래도 몸이 좋아지지 않아 그동안 거의 1일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한 잔여연차를 몰아 한국에 가기로 했다.

한국에 가기 전, 가장 걱정되던 부분은 자가격리였는데 나중에 몸이 너무 안좋아지자 격리고 뭐고 일단 가서 엄마밥 먹으며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비행기를 끊었고 며칠 후, 나는 한국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혼자 집에 격리해야하기 때문에 가족이 2주간 다른 곳에 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내 매우 미안했고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누가 옆에서 대화하거나 챙겨줄 수 없고 나 혼자 밥해먹고 치우고, 쓰레기도 격리가 끝난 후 내다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덥고 습한 한국의 여름 날씨에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냉동실에 음식물 쓰레기가 어마어마했었다는...


그 2주간 못다한 회사일도 재택근무하며 처리하고, 잠도 많이 자고 했지만, 2주 동안 홀로 모든 걸 해야하고 뭐 하나 사러 슈퍼도 못간다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 실제 격리가 풀리고도 컨디션 때문에 다니는 곳은 거의 슈퍼나 병원 정도였고 모든 곳을 자차로 이동했기 때문에, 이럴거면 격리랑 뭐가 그리 다른가 싶기도 했지만 룰은 룰이니...

2주가 지나고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지만, 나의 한국 체류기간은 이미 15일이 훌쩍 넘어간 상태여서 실제적으로 한국에 머문 시간은 얼마 안된다는 느낌이다.


코로나가 심해진 시기여서 한국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고, 대중교통 타고 멀리 가기도 부담스러웠다. 친구들은 이제 대부분은 아이 엄마라서 시간을 내는게 쉽지 않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에 몸을 사리기도 했고...

그래서 거의 집에만 있고 엄마가 해주시는 밥만 잘 챙겨먹고 내내 쉬었다.


이번 한국행에서는 그러다보니 뭔가 특별히 기억나는 것도 없고, 그냥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는 것만 생각난다.


그런데 그렇게 별것도 안하고 쉬기만 했던 시간 이후, 다시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내가 느낀 건 '아, 내가 잘 쉬고 많이 회복되었구나'였다.

확실히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의 신체적, 심적 상태에 비해 긴장도 많이 완화되었고 조금 여유도 생겼고, 먹는 것도 좀 편해지고...

그러면서 깨달은 건 역시 고국이 주는 편안함과 가족과의 시간이 주는 안정감은 어디에도 비할바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이번 한국행은 나를 잠시 추스리고 돌아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늘 한국가면 쇼핑에, 친구들 만나서 밀린 얘기 캐치업하고, 여기저기 핫플레이스 찾아다니고 돌아다니느라 너무 바빴는데, 건강 때문이긴 하지만 본의아니게 유러피안 휴가 스타일로 보낸 한국에서의 시간이 꽤나 괜찮았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이 난다.


하지만 한국방문을 계획하시는 분이 있다면, 자가격리에 대해 맘 단단히 먹으시라는 것.

나는 두번은 못할 짓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자가격리가 풀리지 않는한 한국에는 당분간 가지 않을 생각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2주의 시간이 생각보다 빡세고 가족이 희생을 많이 해야한다.

잘 고민해서 선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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