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이 정말 불친절한가요?

한국 vs 독일, 친절과 서비스의 정의

by 봄봄

내 지난 글들을 쭉 읽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난 지금까지 독일에 살면서 일관되게 독일인의 불친절함과 서비스 정신의 부재를 비판해왔다.


그런데 이번 한국행에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이번에 코로나 2.5단계에 한국에 있었다보니 별달리 밖엘 나가지 않아 사람들과 부딪힐 일은 별로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머무르며 새롭게 느끼게 된 것이 있다.


한국은 서비스는 좋지만, 일상에서의 친절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거칠게 말하면 한국의 미소와 친절은 '자본주의의 미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독일로 거주지를 옮기게되면서, 내가 한국에 방문해서 하게되는 역할은 '소비자'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일을 하지 않다보니, 내가 서비스 혹은 용역을 제공해야하는 고용인으로서가 아닌 돈을 내는 '고객'으로서만 지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서비스의 사막 독일에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그 친절함과 인심에 감탄하곤 했다. 뭘 많이 사면 서비스로 쌤플 등을 끼워주거나 할인폭을 늘려주고, 음식점을 가도 서비스로 메뉴하나를 더 주시거나, 굳이 뭘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챙겨주시니 매번 횡재한 기분이었다. 거기에 친절한 미소와 완벽한 서비스까지, 독일에서 고객으로서의 기대를 마이너스로 낮춘 나로선 몸둘 바를 모르겠을 정도였던 적도 꽤 있었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다가 깜빡이도 없이 위험하게 끼어들고도 비상등을 켜지 않는 운전자나, 좁은 골목에서 마주보고 달려야할 때 기다리고 싶지 않아 클랙션을 울려대며 하이빔을 켜고 돌진하는 차량, 아파트 내 산책로에서 아무 말 없이 내 앞으로 확 앞서나가 놀라게 하는 동네 주민, 아파트 단지내에서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 순간순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급출발 배달 오토바이, 사람이 지나가려고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중인데 먼저 지나가는 차량들 등...


이런 모습들도 일상적이었다.


한번은 쥬스를 주문하려고 들린 상점안에 코로나인데도 사람이 무척 많아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 뒤로 온 어떤 여자분이 나를 보고도 가게 안으로 들어가 먼저 주문을 하기에, '죄송한데 지금 줄서있는 중이에요'라고 하니 '그럼 미리 말을 하시든가...'라고 하는데 순간 욱하더라.

줄로 붐비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좁은 공간 안에 서있는게 더 위험해보여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바로 얘기했는데 저렇게 얘기한다는건 그냥 짜증난다,는 표현이지 않은가-

문득 독일에서 같은 상황이었으면 뭐라고 했을까? 싶었는데 '아 못봤어요 죄송합니다'라고 하고 웃으며 비켜주지 그 뒤에 대고 '미리미리 말을 하라'는 사족은 붙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비교가 됐다.


문득 내가 한국에 살 때 생각보다 일상 속에 별것도 아닌데 욱하던 경험이 꽤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가는데 앞에 가던 사람이 먼저 타고 닫힘 버튼을 눈 앞에서 눌러버린다거나, 지하철에서 뒤에 선 아주머니가 내 등을 밀며 사람 치우듯 밀어버리고 먼저 걸어가는 모습이나...내가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면 고맙다는 말은 커녕 내가 도어맨인 것처럼 쓱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리스트업 하지 않아도 독자분들도 이런 경험이 여러번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좀 충격이었던 건 아이를 독일에서 키우다 한국으로 간 친구의 말이었는데, 유모차를 밀며 백화점이나 상점에서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아무도 문을 잡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모차를 밀면서 문을 동시에 어떻게 열고 잡고있지? 했더니 그래서 그냥 늘 등으로 문을 밀면서 유모차를 끌어서 상점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지 며칠 안되어 까페에서 같은 광경을 봤다.

애기 엄마가 빵과 커피를 사고 나가려고 문을 힘들게 밀면서 유모차를 잡고 보기에도 불안해보이는 자세를 하고 있었는데, 그 곳에 있는 그 누구도 문을 열어주거나 잡아주지 않았다. 심지어 직원조차도-

나는 굉장히 먼 곳에 있어서 나가서 도와주기도 애매한 위치였는데, 그 애기엄마의 고군분투 과정을 여러명이 보았지만 도와주는 이는 없었고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 겨우 문을 열고 나가셨다. 그리고 그 엄마도 도움에 대한 기대 자체를 안하는 눈치였다.


이런 모습을 보며 좀 팍팍하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위에 열거한 모습들은 서로 도와주고 미소짓고 해도 돈이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길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의 작은 배려와 미소 덕에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남을 위한 작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어찌보면 삶의 질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독일에서 좁은 길에서 만난 어떤 할아버지에게 먼저 지나가시라고 비켜드리면, 그 할아버지가 눈을 마주치고 진심으로 고마운 표정으로 웃으며 '감사합니다. 참 친절하시네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나는 별것도 안했는데 고마워하니까 민망하기도 하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해서 '천만에요'하면서 웃고 나면 그 잠시동안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이런 일상의 소소한 따뜻함을 나는 한국에서 느끼기 힘들었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상점에 고객으로 갔을 때는 과분할 정도의 서비스와 친절을 받았다.


과연 무엇이 더 나은 것인가.

늘 한국에서의 서비스 수준에 독일이 미치지 못한다고 불평했는데, 만약 독일에서 한국과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나 일상에서의 배려와 친절이 사라진다면 난 만족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까 답은 'No'였다.


어느 나라나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난 내가 한국에서 기존에 누리던 것은 다 그대로 누리면서 이 곳의 장점은 플러스 알파로 갖고싶어하는 욕심쟁이는 아니었는지.


물론 한국의 문화나 일상의 모습이 저렇게 된 데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다. 배달하시는 분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불공정한 급여체계와 노동착취, 의식주 가격 안정화가 안되는데서 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복지의 부재 등이다. 그래서 단순 비교하며 어느쪽이 나쁘다,라고 비난하기엔 두 나라가 가진 시스템 자체가 너무 달라 이분법적 논리가 불가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차이를 깨달은 나는 독일에서 불평만 할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고, 그래서 독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 않았다. 이 곳에 거주한지 이제 4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깨닫고, 배운다.


앞으로도 힘든 상황이 닥칠 때 좀더 긍정적 오픈마인드로 생각하며 내가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좋은 점에 집중해야지. 해외 생활하시는 다른 분들도 이런 생각의 전환 경험이 있으시다면 나눠주시면 감사하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로나 시대의 고향 방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