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며느라기를 시간날 때마다 보고 있는 중-
저 사린이의 억지 미소가 이 드라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대변한다. (박하선 연기 너무 잘하네...ㅠ)
꽤 인기있는 웹툰이었다는데 나는 드라마로 처음 접했다.
지금 9회까지 봤는데 와...볼때마다 진짜 발암이다.
이 가부장적인 문화는 아마도 50년, 100년은 더 안바뀔 거 같다. 일단 가해자들이 가해자라는 인식이 없고, 피해자들도 목소리를 내려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고 매번, 일평생을 많은 불편과 차가운 시선을 감내해야한다.
독일에 온지 이제 몇 달 후면 5년이 되는데, 그러다보니 명절도 안쇤지 오래되었고, 시아버지는 독일인이다보니 이런 가부장적인 면으로 답답한 적이 없었다. 물론 독일에서도 며느리들이 '시'자는 그닥 좋아하는 것 같진 않고, 남편 부모와 사이가 안좋은 경우도 있지만, 그건 단지 내 남편의 부모가 나와 안맞는다,라는 정도이지 이런 거대한 가부장제 속에서 맞지 않는 주어진 역할극을 해야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와 무게감의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여긴 딱히 부모 자식간에 '도리'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고 특히나 날 키워준 부모가 아닌 남편의 부모에 대한 '도리'라는 개념은 더더욱이나 없는 듯. 그냥 결혼으로 인해 가족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끼리의 친목도모 정도의 관계이고, 성격 칼 같고 자기 영역 중시하는 독일인들이 시어머니가, 시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납득도 가지 않는데 "네,네"할 사람들도 아니고...
그래서 한동안 이런 문화를 잊고 살기도 했고, 그간 나의 생각도 많이 변했는지 예전에 한국에서 살 때는 짜증나도 그냥 그러려니, 했던 이런 현상들이 보기가 엄청 불편해졌다.
한국의 전형적인 가부장적 시댁의 아들과 결혼해 살았다면 아마 난 못 견뎠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런 웹툰이나 드라마가 나와서 많은 이들이 문제인지 몰랐던 것이 사실은 폭력이고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럽에서도 자유와 평등, 이런 인간의 기본권들은 시위와 피흘림이 없이 이뤄지지 않았다. 요즘은 피까지 흘릴 일은 아니겠지만, 잘못된 기성문화에 저항하는 방법은 훨씬 다양해졌다. 뭔가 사회에 아젠다를 던져줄만한 콘텐츠가 계속 나오고, 그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계속된다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외국살이가 힘든 점도 많지만,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살며 힘들었던 많은 부분들이 사는 장소를 옮기는 것 만으로 경감되거나 제거된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합산했을 때 결국 내가 외국에 사는게 최종적으로 나에게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나 더 가치를 두는 항목들이 있고 그 항목이 내 거주지를 옮기는 것 만으로 크게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면, 내가 어디에 살아야 행복한지에 대한 고민을 한번쯤 해보는 것은 의미있다고 본다. 지금은 2021년이고, 내가 남은 생을 어디서 어떻게 살지 결정하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불과 50년 전에 태어났어도 불가능했을 많은 것들이 지금은 가능해진 시대이니, 그나마도 그만큼의 생각할, 행동할 여유가 생겼음에 감사해야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