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 -상대적으로 공정한 사회, 독일

마이클 샌델 - ‘능력대로 하면 공정한가’ 일터/학교 편

by 봄봄

요즘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그동안 관심사였던 다큐, 책 등을 많이 보고 있다. 학교에서만 배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요즘은 넷플릭스 속 다큐나 유튜브 제공 컨텐츠, 예능에서까지 다양하고 배울만한 컨텐츠를 많이 다루는 것이 반갑고,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게 감사하다.

다양한 컨텐츠를 접하다 <차이나는 클라스>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기존에 오상진 아나운서가 나온다고 알고만 있다가 이번에 마이클 샌델 교수 편을 보게되었는데, 굉장히 흥미롭게 봤다.


아직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 <정의란 무엇인가> 등을 읽지 못하고 유명세만 들었던 터라 우선 강의를 들어보고 책을 보자는 생각으로 강의를 들었는데, '공정하다', '정의롭다'의 기준을 새롭게 해석하는 점이 흥미로웠고, 또 한국과 너무 비슷한 미국의 불평등한 사회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요즘 금수저,은수저,흙수저 등 타고난 태생 수저론에 '90년대생이 온다'에서 다루는 요즘 청년들의 팍팍한 삶, '84년생 김지영'에서 다루는 80년대생 여자들의 삶(혹은 그 이후 여자 출생자들에도 동일해보이는 삶의 모습) 등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고 일컬어지고 화두가 되는 현실 속에서, 마이클 샌델이 제시하는 철학적 질문들,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능력이란 본인의 노력만의 획득할 수 있는 것인가' 등의 질문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질문들이다.


대학시절 철학개론을 들었을 때는 소크라테스, 니체 등의 철학을 배우면서 그냥 졸리기만 해서 개론 한번 듣고 철학은 다시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만약 대학 1학년때 마이클 샌델 교수님이 하는 것같은 철학 강의가 있었다면 내 인생의 철학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가치관 형성의 과정에 있는 10대 후반 청소년이나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들으면 가치관 재정립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강의였다.


우리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기준들이 사실은 착각일 수 있다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한번 더 비틀어, 혹은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돈 많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돈 뿐 아니라 명문대 간판이 부여하는 후광효과와 이후 그가 어떻게 살든지 부여되는 '정당성'과 '특권'까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만 많으면 행복할텐데 왜 저렇게까지 명예, 학벌, 후광에 연연할까 생각하지만 그건 없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 돈을 이미 가진자들은 '부'를 0으로 놓고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며 산다. 돈 이외에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모든 특권까지 제공하고자 브로커를 써서 좋은 학교를 보내고, 그를 통해 본인의 부유한 삶 이상의 특권적 삶을 자녀에게 제공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사회의 여러 스캔들에서도 잘 나타난다.

돈, 학교, 시스템 등 이러한 인프라들이 소위 간판이나 개인에게 붙은 라벨(혹은 꼬리표)가 되어 평생을 그를 판단하게 하는 보증수표가 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내가 대학 때 들은 첫 수업, '커뮤니케이션과 대중문화'가 생각났다. 대학을 졸업한 지금까지 내 머릿 속에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 대학시절 들은 수업 통틀어 이 수업인데, 그 이유는 이 수업에서 처음으로 다루었던 주제가 바로 마르크스의 사상 중 하나인 '토대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이기 때문이다. 돈, 학교, 미디어, 시스템 등 토대가 되는 것들이 결국 인간의 정신, 가치관, 사회윤리 등 모든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이 이론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에서도 여실히 확인이 되고, 그 수업을 들은지 벌써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여전히 세상은 이렇게 흘러간다는 점이 참 슬프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해낸 마르크스가 정말 사상가가 맞구나, 싶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일의 가치를 그 일이 얼마나 공동선, 즉 common gut에 기여하는가로 판단하자는 것이다. 그를 위해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은 원하면 원하는 만큼의 교육기회를 제공받아야하고(부모가 누구인지, 집안에 재산이 얼마인지, 태생이 어떤지에 전혀 상관없이), 건강보험이 보장되어야 하며, 아프면 언제든 충분히 쉴 수 있으며 업무 복귀 여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교육, 건강보험, 노동자의 권리가 잘 보호되는 것이 진정한 공정으로 가는 사회의 기본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독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수도 없이 욕했던 독일의 답답한 면을 다 차치하게 만들만큼, 이 3중 보호구조는 독일에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다.



독일사회의 3중 보호구조


1. 교육기회의 균등

독일에서는 공부하고 싶으면 누구나 박사까지 무상으로 공부할 수 있다. 물론 이곳에도 소위 Nachhilfe라는 과외시스템이 존재하고, 이곳에 사는 한국 엄마 중에도 극성스런 사람들은 이 Nachhilfe에 유명한 선생님을 시간당 50~70유로 이상씩 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학에 갈 공부능력을 갖췄는데 등록금이 없어 등록을 못하거나, 학교를 다니면서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집안의 누군가가 등골이 휘게 뒷바라지해야하는 시스템은 이 곳에 없다. Bafög이라는 학생대출지원제도, Kindergeld, Nebenjob(월 450유로까지 세금면제) 등의 지원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 내 Werkstudent로 일하거나, H&M 등에서 주 1일 알바를 하면서도 아무 문제 없이 공부하고 학생으로서는 풍족하게 살 수 있다.


2. 건강보험

건강보험은 독일에서 공보험/사보험으로 나뉘며 대부분의 서민들은 공보험을 가입한다. 학생의 경우 25세 이상일 경우 보험료가 한달 대략 80~90유로면 해결되고, 결혼을 했을 경우 와이프가 백수면 그냥 이름만 등재하고 동일한 보험료로(추가 납입금액 없음) 둘이 같은 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후 회사에 들어가서 월급을 받게 되면 이후의 월보험료는 급여의 14.6%이다(여기에 각 보험사별 추가 Beitrag이 있고 2021년 기준1.3%이다.) 보험으로 인한 혜택이나 보장범위는 학생때와 동일하다. 단 독일에서는 일부 약값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질병이 다 공보험 하나로 커버되기 때문에,(의사 수 부족 등의 이유로 Termin 잡고 치료받는 과정이 매우 느리다는 것은 문제지만) 한국 혹은 미국처럼 개인의 치료를 위해 국민건강보험 이외에 비싼 사보험(생명보험, 화재보험) 등을 따로 들 필요가 보통은 없다. 물론 치과치료나 허리교정치료 등 일부 미보장되는 분야는 따로 보험을 들어야만 보장이 되지만, 살면서 당하는 불의의 질병진단에 대한 보장은 기본 공보험으로 거의 모두 커버된다.


3. 노동자의 권리

독일에서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첫 입사 후 6개월의 Probezeit를 지나면 unbefritet, 즉 무기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즉 회사에서 이 근로자가 정말 어마어마한 잘못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자를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가 파산하거나 하는 특수한 경우로 인해 직장을 잃게된 근로자는 나라에서 12개월간 실업수당을 받으며, 이는 기존에 받던 임금의 67%에 이른다. 근로자의 나이가 50세 이상인 경우, 나이에 따라 최대 24개월까지 실업수당 지급은 연장된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업장이 문을 닫거나 직원들을 감원해야했는데, 독일은 현재 이러한 이유로 실직한 이들에게 Kurzarbeit라는 이름으로 월 실수령액의 60%를, 아이가 있는 경우 67%를 매달 지급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많은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실직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실질 월급여액은 크게 줄지 않아 생활수준의 변화는 없다. 대부분의 상점들이 락다운으로 문을 닫아 약국, 슈퍼마켓 등 생활필수품 구입 외에는 소비를 할 일 자체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 독일 내 은행의 통계를 보면 인당 통장잔고액은 오히려 코로나 전보다 늘었다고 한다.


이렇듯 독일은 마이클 샌델 교수가 공정한 사회 건설을 위해 제시한 사회보장시스템을 대부분 이미 구축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구축이 된 마당에도 그 사이에 문제의 요소는 많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일단 기본은 갖춰졌기에 추가적인 수정이나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회 시스템의 변화없이는 결코 공정한 사회는 없다는 그의 말을 들으며 답답했던 이유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없고, 소위 엘리트인 40대 이상 국회의원만 가득한 국회에서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요원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몇 년이, 혹은 몇 십년이 더 걸릴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계속 '정말 이 사회가 공정한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토론이 이뤄진다면 희망이 있다는 그의 마지막 멘트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 만으로 해결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 때문에 답답한 마음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과 너무 닮은 미국사회의 사례를 다룬 이 '공정함'에 대한 논의를 통해 역설적으로, 독일의 강점을 깨달을 수 있었던 강의가 바로 이 차이나는 클라스의 마이클 샌델 교수 강의였다.


그가 쓴 다른 책들을 읽어보면서 좀더 생각을 정리해보고, 과연 어떤 사회가 공정한 사회인지, 그리고 어떤 사회에서 살아야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

이 시대에 이런 석학이 어렵지 않게 일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그 강의를 내가 쉽게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2021년의 기술이 감사한 날이었다.


공정한 사회에 대한 의문 혹은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보시기를 권한다.


차이나는 클라스 오디오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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