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축구장에서의 독일결혼식, 신혼여행은 등산?

by 봄봄

신랑이 활동하는 탁구클럽 친구가 결혼한다고 해서 금요일 밤 근교도시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결혼식 장소가 축구장 ??

시간도 금요일 저녁 7시 30분이고, 장소도 축구경기장 내 VIP실이었다. 보통의 한국 결혼식과는 시간도, 장소도 전혀 달랐다.


독일어 수업 1시간 째고 집에 와 결혼식 갈 준비 후 기차를 타고 출발했다. 축구경기장은 한국에서도 가본 적이 없다보니 축구가 유명한 독일에서 경기장을 가게되어 기대가 됐다.

스타디움 1층에 유로컵 등 각종 트로피들이 전시되어있고, 레스토랑도 몇 개 보였는데 전체적 느낌은 한국 잠실야구장과 비교했을 때 훨씬 새 건물에 깨끗한 느낌이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각 유명 회사들의 전용 축구관람룸이 즐비하더라. 우와...다들 이런 장소에서 편안히 먹고 마시며 축구를 보고 있었구나.. 신랑에게 요런 회사 들어가라고 농담을 던지기도...ㅋ


VIP룸에 들어서니 멋진 테이블 세팅에 복도에는 뷔페가 준비되어 있고, 바에서 술, 음료,커피 등 다양한 음식을 서빙하고, 식사 마친 그릇은 직원들이 모두 정리해간다.

테이블마다 세팅된 향긋한 꽃과 주문가능한 음식&음료를 나열해둔 메뉴판

한국과 비교하면 소규모 장소에서 하는 웨딩으로, 오늘의 주인공인 커플은 시청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정말 친한 친구들 50~60여명만 불러 이 곳에서 식사를 하며 밤새 즐기는 것이었다.

밖으로는 축구장 전경이 시원하게 보여 맥주한잔 들고 좌석에 앉아보니 와... 축구볼 맛 나겠더라. 난 항상 축구는 집에서 봐야 편하지, 주의였는데 막상 가서 앉아보니 축구장도 잘 보이고 관중석 위로는 막도 쳐져있어 비가 와도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에서 보는 뷰쪽이 가장 좋은 자리인데, 좌석당 100유로가 넘는다는 말을 들었다. 비싸긴 하지만 내년 유로컵은 한번쯤 직접 관람해보고싶다. ^^

결혼식장 창문으로 드넓게 펼쳐진 축구장 전경

신랑신부가 도착해 축하의 말을 건네고,식사를 하고, 신랑 친구들이 신나서 예거 마이스터를 주문해 마시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신랑신부의 감사인사와 댄스타임, 선물개봉식이 이어지고, 복도에 준비된 손으로 하는 축구게임, 엄지손톱 4개만한 탁구채로 하는 탁구게임 등 각자 즐길거리를 즐기고, 웃고 사진찍고... 신랑신부는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웃고 이야기 나누고 밤새 노는 그 모습이 참 이쁘고 부럽더라.

한 켠에 마련된 사진기 앞에서 신나게 사진찍는 하객들

한국에서 결혼하는 비용보다 이렇게 하는게 술값 및 대관료가 더 많이 들것 같긴 했지만, 비슷한 비용이면 나도 이렇게 결혼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그냥 얼굴 비치고 가는 결혼식이 아니라, 내 인생의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위해 오롯이 하루를 내어주고, 그런 그들과 하룻밤 신명나게 수다떨고 웃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그 자체가 평생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지 않았을까.바쁘게 살다보면 내 친구들과 얼굴볼 날도 1년 가야 몇 번 없는데, 이런 특별한 날이라도 하루 느긋이 즐기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이 신혼부부는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했지, 얼굴도 잘 모르는 자기 부모의 친구들을 초대하지 않았다. 파티의 주인공은 오롯이 그들 자신, 신혼부부 2명이었다.

그래서 파티에 있는 내내, 그런 흥겨운 분위기와 활짝 웃으며 대화하는 부부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더라.


신랑이 학교선생님이라 방학이 6주정도 되어, 신혼여행을 길게 다녀올 예정이란다. 당일은 하루 호텔에서 머문 후 둘이 같이 1주일 등산을 하고, 그 다음 차로 오스트리아 여행을 간다는데 어찌나 소박하고 행복해보이던지.

둘이 만난 곳도 이 곳 탁구클럽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둘이다보니 같이 등산을 원없이 하고 이웃나라 여행을 차로 다녀오는 신혼여행을 기획했다는게 너무나 '나답고 나를 위한' 여행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 결혼문화와 비교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만약 한국에서 신혼여행을 하와이나 동남아로 가지 않고 등산 1주일 간다고 했으면 뭐라고했을까? 신혼여행을 모리셔스, 유럽이 아니라 제주도 간다고했었으면? 내가 너무 속물이 되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우리네 풍속이 결혼부터 시작해 모든 걸 비교하는 문화로 변질되다보니, 신혼여행조차 나와 내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함께 즐기고 오랜시간 대화하며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아닌, 화려하고 럭셔리한 곳에서 왕자님 공주님 대접 받으며 지내다 오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게되었나 싶다. 혹은 여행지 선택의 기준이 다녀와서 주변에 자랑할 만한 곳인지 여부는 아니었나?

좋은 곳에서 보내는 그런 꿈같은 시간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고 나를 위해 보상을 주는 것이 정말 나에게 의미가 있어서여야지, 남들이 보기 좋아야하기 때문은 아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들의 신혼여행 계획이 그렇게 멋져보였나보다.

'신혼여행 좋은데 안가면 나중엔 이런 여행 꿈도 못꿔.'

라는 한번밖에 없으니 이정도는 해야된다는 본전 혹는 남들 가는 수준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누구도 아닌 둘이어서 가능한, 그들만을 위한 그들다운 여행이어서.


'나답게' 그리고 이젠 '우리답게' 살기 위한 첫걸음을 그들은 이미 내딛은 것 같다. 1주일간의 등산을 하는 동안 서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될까. 아이들도 그런 주관 뚜렷한 부모 밑에서 독립적으로 자라나겠지.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찌보면 당연한 문화였을지 모르지만, 멀리서 온 나에게는 그들의 당연한 결정들 뒤에 숨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삶의 면면들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곳에서 단조로운 삶을 살다보니 1주일에 한번도 이런 행사에 가는게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확실히 여러 환경을 접해보는게 적응과 생각의 정리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독일의 결혼식을 보며 나의 문화를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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