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람은 쉬고 좋은거 먹어야한다.
미뤄뒀던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아기 픽업 다녀오는 길에 한국반찬 가게에 들러 주말동안 일용할 각종 밑반찬을 사고, 유기농 마트에서 이것저것 필요했던 것들 챙겨와서 오랜만에 하얀 생선으로 맛있는 밥을 먹고, 아이를 잘 재웠다.
토요일, 아기가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예상에 없던 조금 이른 아침을 맞았지만, 그래도 평일과 달리 신랑과 둘이 아이를 보니 그래도 수월했던 것 같다.
금요일 아이 픽업때 유치원쌤이 아이 신발이 작아져서 장화를 신었는데, 불편해한다는 말을 듣고 토요일 바로 아이 데리고 운동화를 사러 갔다. 금요일 픽업 후 아이 얼굴을 보니 작은 상처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놀이터에서 놀때 운동화 아닌 장화를 신고 뚝딱거리며 걷다가 넘어졌던 것 같다.
신발이 작아진걸 알고 있었는데 계속 시간이 안되 늦게 사준게 너무 미안했다. 얼굴에 약 발라주고, 신랑이랑 같이 시내 가서 이쁜 운동화 하나 사 신겼는데 아이가 운동화 신고 탁탁 거리며 걸으면서 만면에 미소를 띠는 걸 보고 사랑스러우면서 동시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옷은 그래도 사이즈 보면서 미리 미리 주문해뒀는데, 신발을 바로 챙기지 못했던게 못내 마음에 걸리더라. 좀더 부지런하고 아이 물건은 언제나 미리미리 챙겨둬야지.
아이가 한창 활동적일 때고 밖에 나가면 흥분해서, 신발 고르며 이것 저것 신기고 벗기고 하는게 일이라 신랑과 2인조로 갔던게 다행이었다. 일요일이면 문을 안여는 상점들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유기농 사워도우 빵도 얼른 사고, 모자도 작년에 샀던게 보풀이 많이 생겨 새걸로 사주었다. 독일답지 않게 이례적으로 덥고 길던 여름이 지나고, 1~2주 전부터 갑자기 추워져서 나도 겨울용 니트나 후드티를 꺼내입고 있는 중이다. 애기 털모자도 얼른 꺼냈는데 오래 써서 보풀이 너무 많아서 새로 사준건데, 씌워보니 세상 깜찍하다. 너무 귀엽다 우리애기-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 챙기고 하다보니 어느새 4시 30분. 신랑은 주말마다 탁구 시합이 있어 이제 나가야할 시간이었다. 항상 있는 일인데도 이날 따라 내가 컨디션이 별로 안좋아서 아이 잠들때까지 4시간 가량을 혼자 볼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했다.
아기와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을 감사하며 같이 재밌게 놀면서 보내고 싶은데, 사실 7월 말 온 식구가 코로나에 걸려 한번 병치레를 한 이후 지금까지 내 몸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목이 아팠다 나아졌다를 반복하는데, 8월은 아이 어린이집 적응기간이라 가족 모두 큰 변화를 받아들이느라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9월에는 아이가 열이 심하게 나고 감기가 오더니 아직까지 완전히 나은 상태가 아니다. 아파서 1주일 가량 등원을 못하니 내가 가정보육을 하고, 이런게 반복되다 보니 내 몸 돌볼 여력은 안되서 계속 아픈데 무리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아이가 아픈게 제일 속상하지만, 나도 같이 아프면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몸이 버텨내질 못한다.
아이 돌보느라 회사를 며칠 못가고 한게 마음에 걸려 마음 놓고 휴가도 못냈는데, 그래도 며칠은 휴가내고 좀 쉬어야겠다 싶어서 단기 휴가도 좀 냈다. 컨디션 조절 잘해야 하는데...
신랑이 운동가고 아기를 4시간 보는 동안 밥먹이고, 씻기고, 책읽어주고 놀아주고, 하는데 내가 온전히 그 과정을 즐기질 못했다. 몸이 힘드니까..
그리고 재우고 나서는 한 3시간 정도 내가 하고싶은 걸 실컷했다. 거슬리던 지저분한 곳들도 좀 정리하고, 필요한 물건 쇼핑도 하고, 오늘은 치팅데이다~! 하면서 몸에 나쁘지만 입이 즐거운거 실컷 먹고, 환승연애도 봤다. 그렇게 예전 20대때 과자 실컷 먹고 드라마 실컷 보고 하면서 한동안 집에서 딩굴대며 쉬던거 마냥 시간을 조금 보내고 나니, 마음이 좀 나아지더라. 이런 혼자만의 시간을 종종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던 날-(다 아이가 잘 자준 덕분...고마워!)
일요일인 오늘은 어제 독박육아 했으니 혼자 나가서 까페도 좀 가고 하려했는데, 결과적으로 부부가 아이 같이 보다가 시간이 너무 쏜살같이 지나가 그러진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하나도 억울하지가 않고 기분이 너무 좋고 충만하다.
이유는 오늘 신랑과 아이보면서 틈틈히 청소해서 집이 꽤 깨끗해졌고, 마음에 걸렸던 집 구석구석의 일부를 말끔히 정리했고, 아이 데리고 함께 나간 브런치 식당이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고!
내가 독일에서 평균 60~80유로 식사비 나오면서도 한번도 너무 맛있다며 만족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문어요리는 정말 최고였다. 식당도 너무 이쁘고 햇살도 사랑스럽고, 가게 데코레이션도 얼마나 이쁜지...
아이도 처음으로 문어를 먹어봤는데 너무 잘 먹어서 그 모습 보니 또 배가 부르고,,, 서버도 너무 친절하고...
식사가 좋았다 보니 기분이 일단 좋은 상태에서, 돌아가는 길 큰 공원 안의 놀이터에서 아이랑 미끄럼틀도 타고 철봉에도 올라가보고 하는데 너무 좋아서 까르르~하는 모습을 보니 힘든 줄을 모르겠고 행복하더라.
미끄럼틀 동영상은 아기 재우고 몇번을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 신랑이 해준 밥으로 저녁도 먹고, 아기 호흡기 치료 위해 식염수로 증기치료도 하고...
여러가지로 여유있게 애를 케어할 수 있던 점도 좋았고...
그래서 오늘이 되게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그래, 주말은 이래야지-싶은게 다음주를 맞이할 힘이 난다.
신랑과 이렇게 매주 일요일에는 가족 다같이 브런치 하고 산책하는걸 루틴으로 하자고 했다.
이런저런 해결할 문제도 산재해있고, 살면서 불편하고 불만스러운 점들도 당연히 있지만,
작은 것부터 이렇게 해결해 나가고 일상의 잔재미를 느끼면서 사는 법도 배워나가야지.
오늘은 참 애 키우는 재미가 이런거구나- 이 맛에 아이 기르는구나- 하는 생각 여러번 했다.
요즘 말도 몇마디 하고, 우리가 하는 말 곧잘 알아듣고, 밥도 자기가 직접 먹으려고 하고, 눈 마주치면 얼굴이 하회탈이 되도록 코까지 찡긋하며 활짝 웃어주는데 참 신기하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같이 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는게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제 슬슬 세 가족으로 사람대 사람으로 그렇게 가족관계가 형성되어 가는 것 같다.
앞으로도 행복한 시간들 많이 만들고, 먼 훗날 넘겨봤을 때 아름다울 챕터들 가꿔나가야지.
일기 쓴 듯한 오늘 브런치는 여기서 마무리-
행복하게 잘 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