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서울.

by 봄봄

독어공부 nonstop으로 진행시 당분간 한국은 못올 것 같아서,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이래저래 볼일도 있고해서 한국을 방문했다.

공항 세관신고 하는데 여행일자를 쓰라해서 120일...이라고 적었다 ㅋㅋ 이래 오래 여행을 하노-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대한항공 승무원의 친절 서비스에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다 떠나서 '한국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서비스였던 비행이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정말 시간과 뱅기 티켓만 있으면 12시간 안에 인천에서 엄마를 볼 수 있다.

지난 5월, 공항에서 가족과 헤어지며 느꼈던 가슴 먹먹함이 엇그제 같은데 이렇게 반년도 안되어 서로를 마주한다. 문명의 발달에 감사한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자 약간의 교통체증이 시작된다. '아 이랬었지...' 독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북적함이, 불과 수개월 전 이 혼잡함에 익숙했던 나 자신이 떠오른다.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드러누우니 세상 편하다. 독일의 건조함에 비해 적당한 습기가 있는 공기가 쾌적하게 느껴지고, 피부가 이완됨을 느낀다. 몸이 편안하다. 누구는 결혼하고 몇년 되면 친정보다 내집이 편하다는데, 나는 아직 친정이 편한거 보니 한창 신혼인가보다.


시차때문에 늘어지게 자고 하루 푹 쉰 후 회사친구를 만나러 광화문으로 갔다. 밥만 먹고 올 생각이었는데, 회사 코앞까지 가니 그리운 얼굴들이 눈에 밟힌다. '올라갔다 갈거지?'란 친구 말에 방문객 키를 받아들고 햇빛에 반짝이는 유리건물로 들어선다.

불과 수개월만인데, 카드키를 찍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것 같다. 연락없이 느닷없이 옆에 서있는 날 보고 자리에 앉아있던 울회사 태연닮은 차장님 화들짝 놀라신다. 다들 귀신 본 표정처럼 놀래다가 우르르 달려와서 날 둘러싼다.


'어쩐일이야? 언제왔어? 독일은 어때? 언제까지 있는거야? 얼굴 좋아졌다~~...'


다들 한국말을 한다. 다들 웃는다. 다들 눈이 동그랗다.

아...그립다. 마음이 두둥실 떠오른다.


내가 많이 그리워했구나, 이런 관심과 정을.


잠시 인사만 하고 가려던 내게 상무님께서는 커피를 사주시며 타지생활의 어려움을 나눠주시고, 부장님들은 가기전에 한식 제대로 먹여보내야겠다시며 회, 소고기 말만 하라신다. 순식간에 약속이 2개나 잡힌다.

한사람 한사람 얼굴 보고, 대화하고 포옹하고.. 따듯하다, 공기가.

그 새 함께 일하던 동료 중 임신한 사람도 있고, 변한게 없는 듯 하면서 미묘하게 달라졌다. 모르는 얼굴도 있다.

잠시 머무르려 했는데,

3시간을 넘게 그 건물 안에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누군가,

'회사생활 잘하셨네요'라고 했다.


많은 이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동료의 배웅을 받으며 회사정문을 나섰다.

일하는 동안 감정 섞지 말아야하지만 가끔 서운하고 미웠던 동료조차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고, 함께 고생했던 거 생각나 짠하더라.


그리고 내가 이 곳에서, 올 봄까지 참 스스로도 열심히 살았던 커리어우먼이었다는 사실이 실감나면서, 그래 난 이렇게 살았었지, 이런 모습도 내 정체성의 일부였지, 하며 독일에서 어학원학생으로 지내고 있는 내 모습이 아득히 동떨어진 또다른 정체성으로 느껴졌다.


4개월만에, 참 많은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벌써 열흘째 지내며, 그 변화를 실감한다. 객관적인 사실과 상황뿐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도 변화했음을 느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쯤 한번 한국에 오는게 나한테 꼭 필요했다.

그냥 이래저래 독일에서 산다는게 나에게 힘들게 다가오는 것도 많았다. 독일좋아? 어때? 라는 질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솔직한 대답은

'어디나 장단이 있어.'

였다.

결국은 어디서 어떻게 사느냐는 건,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돌아온 이 곳에서, 슬슬 내 마음의 정리와 계획이 서고있는 중이다.

그 여정이 다하면 난 다시 돌아가겠지만, 지금은 우선 이 '따듯한 공기'를 즐기며 폭 안겨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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