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 생활이 5개월차에 접어들면서 이 곳에서 많은 어린학생들, 혹은 한국분들을 만났다. 그 경험을 토대로 독일 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독일대학 진학 대비 어학원 풍경
현재 어학원반이 대학진학을 위한 intensiv 코스여서 그런지몰라도, 반 학생의 60%가량이 18살~23살 사이로 어리고(독일 나이 기준), 독일 내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있다. 국적은 튀니지, 모로코, 시리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레바논, 캐나다, 한국, 중국, 스페인,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이라크, 터키, 러시아 등으로 다양하다. 내가 본 국적만 이정도고 아마 이보다 훨씬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이 독일로 유학을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C1까지 끝낸 후 DSH시험을 볼 예정이다.
40%는 현재 독일에 직업을 구하고 일과 어학을 병행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거나, 석사 진학을 위해 자국에서 학부 졸업 후 독일어를 배우는 경우다.
내가 느낀 한국인의 독일 유학 경향
이 곳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은 학부 졸업 후 석사진학을 위해 왔거나,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다 중퇴 후 독일 내 학부에 재입학하는 경우를 봤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와서 어학부터 시작해 학부 진학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교환학생 제도도 활발한지, 이제 아헨 내에서도 길거리를 걷다가 한국말을 듣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미국유학에 이어 독일유학이 트렌드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반 대학교보다 음대에 특기할 만한 점이 있는데, 음대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도 고등학교 1학년 입학만 하고 자퇴 후 검정고시를 보면 독일 음대 입학 자격에 준하는 학력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실제 이 방법을 통해 17살 혹은 18살(한국 나이 기준)에 독일에 와 어학을 B1 혹은 B2까지 마치고 음대에 입학 후 대학생 신분으로 유학하고 있는 십대 학생들을 봤다. 친구들은 수능 준비할 나이에, 벌써 이 곳에서 대학공부를 하는 것이다.
음악은 미국 줄리어드, 버클리만 들어봤지 독일음대가 유명한지는 몰랐었는데,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 유명 음악가가 많이 배출되기도 했고, 이 곳의 음악교육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실제 지인 중 몇 명이 독일에서 성악,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악과 졸업 후 합창단에 들어갔다가 퇴사후 독일 석사 유학을 온 경우도 봤으니, 이 곳의 교육수준 및 본인의 자기발전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음대 전공예정이거나, 미국 음대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독일음대도 함께 고려한다면 시간과 돈을 양면으로 절약하는 하나의 옵션이 될 것 같다.
독일 유학 비용
독일 유학비용은 많이들 가는 미국, 캐나다 유학보다는 확실히 저렴하다. 내가 미국, 캐나다 유학을 직접 해보진 않았으나, 가족 혹은 지인 케이스를 봤을 때 자녀 두명 미국 유학보내면 웬만한 집 아니고는 4년간의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내가 뉴욕에서 교환학생을 했을 때도, 장학금에 절약하며 생활했는데도 6개월에 천만원 단위로 돈이 나갔었다. 이게 벌써 10년 전 얘기인걸 감안했을 때 지금의 유학비용은 아마 상상초월일 것 같다.
독일의 경우, 일단 학비가 무료다. 매학기 등록금 명목으로 200~300유로를 내긴 하나,(아헨공대 기준) 여기에 매 학기 교통비가 포함되어 있어 실상 거의 무료라고 보면 된다. 학생증과 함께 나오는 Semester ticket를 제시하면 같은 주 내의 모든 교통시설을(버스,기차 등 모든 대중교통 포함)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독일에서 비싼 교통비가 무료에 학비가 무료니, 일단 북미 유학에 비해 수천만원은 이미 절약하고 들어가는 거고 이제 걱정되는게 주거비, 식비 등의 생활비다.
주거비의 경우 많은 독일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이미 다뤘다시피, 상당히 안정적이다. 월세표가 지역마다 있어 일정 비율 이상으로 집세를 올릴 수 없고, 주거비 자체가 저렴하다. 전세에 익숙한 한국인의 경우 월세는 비싸게 느껴지고, 나도 역시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으나 이 곳에 와서 보니 학생의 경우 WG라는 house share 가 보편적이어서 월 300~400유로 정도면 주거비가 해결된다. 한 집에 학생 여러명이 같이 살면서 각자 방을 가지고, 부엌, 화장실 등 공동생활공간을 공유하는 형태다. 이게 너무나 일반적인 형태고, 내 주변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주거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식비의 경우, 간단한 비유를 하자면 한국에서 스타벅스 커피 한잔이 아깝지 않았던 사람도 이 곳에 오면 돈 1~2유로가 귀한 줄 알게된다. 그만큼 슈퍼마켓에 가서 식료품을 구입시 굉장히 저렴하고, 1~2유로로 살 수 있는게 많다. 쌀 500g은 50센트면 살 수 있고, 우유, 쥬스 등 음료도 1~2유로면 구입가능, 맥주는 거진 1유로대다. 장보고 계산하면 체감 물가는 내 경우 한국의 30% 이하였다. 이러니 스타벅스 커피 한잔 살 돈이면, 쌀에 우유에 오트밀에, 디저트로 먹을 요거트까지 살 수 있는게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드는거다. 게다가 학생식당인 멘자에 가서 먹으면 양많고 영양 많은 한끼 식사를 2유로에 해결할 수 있다.
보통 둘이서 사는 경우 한달 식비로 300~400유로면 충분하다. 아끼는게 아니라 그냥 먹고싶은 만큼 장봐서 요리해 먹을 때 이정도다.
외식비는 비싸기도 하고 음식 퀄리티가 한국의 동일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대비 너무 떨어져 잘 안하게 된다.
즉, 독일 유학시 초반 어학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대학 혹은 대학원 생활을 할 때 한달에 500~600유로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다. 물론 돈이란게 쓰기 나름이라, 학생인데도 럭셔리하게 살고 차 굴리고 하면 당연히 더 많이 들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봤을 때는 이 금액이면 충분하다. 궁상을 떨어야 이 금액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을 충분히 누리며 이 정도라면, 독일 유학도 한번 생각해 볼만 하지 않을까?
그리고 독일 유학에 대한 나의 생각
아헨공대의 경우 구글에서 검색해봐도 졸업후 취업율이 거의 100%에 육박할만큼 독일내에서 인정받는 학교다. 그만큼 졸업이 힘들어 시험기간에는 우리나라 고3처럼 공부해야하고, 동일 과목에 3번 fail하면 퇴학당한다는 어려운 조건도 있지만, 입학은 상대적으로 쉽고 질좋은 교육을 돈 걱정 없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한국에서 공부하며 제일 불만스러웠던 점은, 주입식 교육과 수능보다도 모두가 동일한 품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균등이 결여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이 곳에서는 적어도 공부하고싶은데 경제형편이나 부모의 상황에 따라 공부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독일 유학을 한다면 학문뿐 아니라, 이렇듯 인권이 실현되는 사회를 눈으로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더 큰 의미지 않을까 싶다.
타지에서 공부하고 홀로 살아나간다는 것이 단점 혹은 힘든 점도 있겠지만, 나는 위의 이유들로 인해 꿈을 가진 청춘들이 이 곳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공부하고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것이 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한국이 싫어 떠나고 싶다'보다, 이제는 너무나 가까워진 세계 속에서 내가 살고싶고 배울 수 있고 행복한 곳을 찾아 공부든, 삶이든 꾸려나가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우리 다음, 혹은 그 다음 세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 시도가 왜 지금이면 안되나?
위에 언급했듯이 이미 너무나 많은 국적의 학생들이 이 곳의 교육기회를 보고 몰려들고 있고, 한국 학생들도 그에 대해 예외가 아니었으면 한다. 내가 본 이 곳의 기회가 혼자만 알기엔 너무 아까워 이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