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B2 들어간지 2주차. 여전히 삐걱대고 문법도 많이 틀리지만 이젠 틀리든 발음이 이상하든 상관하지 않고 내가 하고픈 말 다 한다. 이번 Stufe 는 어렵긴 해도 이제 슬슬 실생활에 필요한 단어들이나 테마들을 많이 배우는 거 같아 유용하다고 느끼는 중. dienen zu, erwerben, verschleiern usw...
한국말로 하면 횡령하다, 은폐하다. 차별하다, 타고나다, 비교하다, ~에 속하다, 고려하다 등 주로 의견 표현이나 상황설명에 많이 쓰이는 동사는 물론이고, 친절하다, 열정적이다, 폭력적이다, 비열하다, 남의 불행을 즐거워하다 등등 형용사도 다양하게 배우는 데다, 지금까지의 그라마틱이 쌓이고 독독사전 사용까지 더해 공부량과 투입해야하는 시간은 최고조지만 굉장히 언어가 빨리 느는 단계다.
B1 까지와 다른 점은, B1 까지는 그라마틱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 그라마틱도 너무 어렵다는 점 ? Passiv 와 lassen 동사의 쓰임, konjugativ 배웠는데 많이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단어량이 받쳐주면서 슬슬 엉터리 그래머라도 내 의사표현을 거의다 할 수 있으니 요즘은 좀 재미있고 신난다. 수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되고,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하지만 문제는 오전반을 듣다보니 일찍 일어나야해 힘들다는 점과 숙제가 오래걸려 개인시간이 생각보다 없다는 점. 오전에 8시30분~1시까지 수업듣고 집에와 점심 챙겨먹으면 2시에, 집안일에 청소에 저녁준비하고 보고싶은 책도 좀 보고하면 저녁 6~7시 금방된다. 그럼 앉아서 한 페이지에 20~30개는 되는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숙제를 하는데,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저녁에 샤워하고 차 한잔 마시면 중간에 또 시간 가고...
아침형 인간인 편이라 저녁에 숙제하는게 고역이다보니, 최근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남은 숙제를 하고 학원에 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랬더니 집 와서 낮잠을 자고 밤에 늦게 자게 되고...리듬이 점점 깨지는 기분이다. 매일 피곤함을 느끼는 중...ㅜㅜ 오전반이 시간 활용에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춥고 낮이 짧은 겨울이 되니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중. 같은 반 친구들도 힘든지 요즘 부쩍 지각을 많이하고 숙제도 안해오고, 결석도 잦아 수업분위기도 좀 흐려진 듯 하다. 선생님은 그런 분위기 끌어올리느라 배로 힘드실거고...
그래도 복습은 못해도 숙제는 꼭 해가자고 나 스스로와 약속했고, 멀리 이국에서 유학중인 우리 동생생각하면서 나도 부끄럽지 않은 언니가 되려 마음을 다잡고 하다보니, 금요일인 지금 몸은 너덜너덜해도 마음은 뿌듯하다. 매일 아침 참 힘들지만 숙제 다하고 기분좋게 수업 시작 전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는 기분, 학원까지 걸어가는 아침의 찬 공기를 맞으며 느끼는 상쾌함, 부지런한 나의 하루하루에 대한 뿌듯함까지 힘들어도 즐겁다.
이제 학원 클래스 메이트들과는 모두 독어로 얘기하고, 집에서도 신랑에게 독일어 많이 쓰고, 독일 친구들과 만나서 보드게임을 하든, 술을 한잔하든 밥을 먹는 하는 기회가 일주일에 1~2번은 꼭 생기다보니, 말하기가 좀 편해지는 느낌이다. 듣기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여전히 독일인들 만났을 때는 긴장되고 못알아듣고 웃고, 쪼그라들기도 하지만, 예전 영어 배울 때처럼 문장 완벽히 만들고 말하려 한다거나 창피해 한다거나 하지않고 그냥 하고픈 말 있음 일단 입부터 뗀다. 생각보다 어디 가서 물어보거나, 친구랑 놀거나 어떤 상황에서든 내 서투른 독일어가 결국은 통한다는 사실이 나를 매일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인것 같다. 언어는 현지에서 배워야 한다는 걸 실감한다.
우리반 친구들은 이번 모듈 너무 어려워서 그냥 wiederholen 하면서 복습하고 싶다는 친구들도 많은데, 난 주어진 시간안에 그냥 다 끝내고 싶다. 내게 주어진 지금의 기회가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에 꿈같은 일이 될지도 모르니, 상황이 괜찮을 때 다 쏟아부어야지. 나중에 애기 생기면 언어는 저~ 뒷순위로 밀릴거고, 혹은 좋은 취업 기회가 왔을 때 독어 좀더 열심히 해놀걸..하는 후회는 하지 않도록.
모든 일엔 때가 있고, 외국말 배우기엔 내 나이가 좀 늦었다고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나이고 외국인이고 그냥 나 자신으로서 온전히 존재하며, 무엇엔가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내 노력이 나에게도, 우리 가족의 미래에도 긍적적일 거라 생각하니 더 좋다. ^^
몸 충전하고 다음주부터 또 달려보자. 2주 후면 크리스마스 연휴니,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