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잘 고르는 법

안전한 여정을 위한 노하우

by 김유연

처음 이 시리즈를 기획했을 때 적당한 여행정보와 가벼운 에세이를 함께 엮고 싶었다. 하루하루 여행 중 자연스럽게 나온 글은 의식의 흐름대로 나온 신변잡기에 가까웠다. 그러니 유용한 내용을 넣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써야 했다. 여행의 출발을 적었고 비행기에서 내린 이야기까지 했으니 이제 렌터카를 다룰 차례다.


제주도 여행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뚜벅이와 렌터카 여행이다. 교통수단에 따라 갈 수 있는 장소나 동선이 달라지기 때문에 렌트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된다. 제주도는 공항에서 시내, 주요 관광지까지는 버스가 다니기에 뚜벅이 여행자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사람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해변이나 나만의 비밀 스팟을 만들고 싶다면 렌터카 유행이 유리하다.


공항에서 렌터카 인수장소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는 곳. 사진을 보니 다시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특히 한적한 표선 해변, 아기자기한 종달리나 송당의 패스츄리 맛집을 모두 들르고 싶다면 차가 꼭 필요하다. 작고 특색있는 마을들을 둘러보고 싶다면 렌터카를 빌려야 그 진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버스가 있다고 해도 배차간격이 길고 캐리어를 들고 타기도 힘들다. 택시를 잡을 수도 있지만 매번 잡기도 번거롭고 비용도 은근히 많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에도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빌려본 적이 있고, 이번 여행은 외진 곳의 차밭이나 목장 일정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차를 빌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렌터카 여행을 할 생각이라면 꼭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안전한 여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몇 자 적어본다.





첫째,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웬만하면 빌리지 마라.


제주도는 다른 지역보다 렌터카 비율이 훨씬 높다. 그래서 초보 운전도 많고 사고도 잦다. 통계에 따르면 제주도 전체 교통사고 중 렌터카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15%로, 전국 평균인 5~6%의 두 배가 넘는다. 또한 렌터카 사고 치사율은 일반 승용차 사고보다 약 1.8배 높다고 한다.*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수치다.


운전자 대부분이 관광객이다보니 초행길 운전도 많고 위험한 끼어들기나 과속, 추월도 흔하게 일어난다. 운전 경험이 적으면 이런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가능하면 내가 어디서도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수준이 됐을 때 렌터카 여행을 권하고 싶다. 적어도 차선변경, 골목운전, 후진, 주차는 편안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운전이 서툰 사람들에게는 ‘평생 시작도 하지 말라는 거냐’는 식의 불쾌한 반문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도로 연수는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잘못한 게 없어도,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이라도 운 나쁘면 일어날 수 있는게 교통사고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혼자서 차선변경도 하지 못할 정도라면 다시 생각해보자.


덧붙이자면 산 속에 위치한 목장이나 오름 가는 길, 외진 시골 길은 비포장된 일차선 도로가 많다. 운이 나쁘면 아주 좁은 골목길을 후진으로 몇백미터를 가야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내가 잘 대처할 수 있을까를 따져보고 렌터카를 결정하길 바란다.


둘째, 보험은 ‘과하다’ 싶을 만큼 충분히 들어라.


안전한 여행을 위해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교통사고는 언제,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다. 아무 일 없겠지 생각하다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돈이 조금 들더라도 어느정도의 사고는 커버할 수 있는 보험 옵션을 고르는 것이 좋다.


대개 렌터카 예약 시 일반자차, 완전(고급)자차, 무제한 자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무제한 옵션은 차량의 미세한 흠집부터 타이어, 휠의 손상까지 모두 보장하는 대신 가장 비싸다. 완전무제한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고급/완전자차’ 옵션을 추천한다. 잘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괜찮은 보장 범위를 제공하는 업체도 많다.


또한 최저가 옵션의 경우 아주 작은 흠집으로도 렌터카 업체에서 시비를 거는 경우도 있다. 몇 만원 아끼려다가 여행의 끝이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자. 나 역시 중간 가격대인 고급자차를 선택해 마음의 짐을 덜었다.


셋째, 블랙박스 옵션을 반드시 포함시켜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블랙박스의 중요성을 잘 알 것이다. 블랙박스는 차량의 앞, 뒤를 상시 촬영해주는 장착형 영상 기록 장치다. 일종의 CCTV라고 보면 된다. 도로 위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나의 무과실을 입증해 줄 든든한 목격자이기도 하다.


렌터카에 달려있던 블랙박스. 인수 후 잘 작동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내가 교통법규를 100%준수하더라도 타인의 과실로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이때 책임 소재를 따지는 데 블랙박스가 필요하니 만일을 대비해 꼭 달아야 한다.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렌터카 업체들은 블랙박스를 기본 제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규모나 저가형 업체들은 따로 추가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꼭 미리 알아보고 블랙박스 요금까지 포함해서 예산을 짜도록 하자. 블랙박스 없이 도로로 나가는 건 전쟁터에서 갑옷도 입지 않고 맨몸으로 뛰어드는 셈이다. 나는 따로 옵션을 넣지 않아도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가 기본으로 달려있는 업체를 선택했다.



넷째, 렌터카 가격비교 사이트를 활용해라.


제주도는 렌터카 시장이 크다 보니 다양한 업체들을 모아놓은 가격비교 사이트가 활성화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돌하르팡’이나 ‘카모아’ 등이 있다. 사이트마다 보험 보장 범위나 세부 옵션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여러 군데를 꼼꼼하게 비교해보는 게 좋다. 참고로 운전 경력이나 나이에 따라 계약 조건도 달라지니 내가 그 조건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주로 면허 취득 1년 이상, 만 23세 이상이 요구된다.


주의할 점은 이들이 가격 비교와 예약 대행을 해주는 것일 뿐, 실제로 렌터카를 빌려주는 업체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해당 업체의 실제 위치나 대여 조건에 대해서는 꼭 따로 확인해봐야 한다. (복잡한 게 싫다면 SK나 롯데 등 대기업 렌터카를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꽤 비싸다.)


마지막으로, 인수 및 반납 가능시간을 꼭 확인해라.


의외로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차량을 인수할 수 없는 업체들이 꽤 있다. 인수는 가능하지만 무인 시스템이거나 야간 배차비를 추가로 결제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비행기 시간이 이른 새벽이나 늦은 저녁일 경우, 내가 예약하려는 업체가 그때까지 영업하는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보통 제주공항에서 내려 짐을 찾고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는 데까지 아무리 서둘러도 20~30분은 소요된다.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았다가 인수를 못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 시간 계산을 잘 하길 바란다.


내 경우에도 저녁 8시 도착 비행기였는데 8시부터 야간 인수 시간이어서 추가 배차비를 결제해야 했다. 모르고 간 건 아니었다. 야간 배차 비용까지 포함해도 가격과 옵션이 괜찮은 업체를 선택했다.




렌터카.jpeg 나와 함께 제주도를 여행한 K3 렌터카. 아무 문제 없이 안전하게 잘 이용했다.

위 조건들을 충족시키면 너무 저렴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걸러지게 된다. 이제 안내받은 절차에 따라 차량을 인수하고, 사진을 찍고, 안전하게 여행한 뒤 무사히 반납하면 된다.


렌터카를 처음 빌리는 사람이 있을까봐 몇가지 실용적인 팁을 덧붙여보자면, 먼저 차량을 인수했다면 운행하기 전에 사진이나 동영상부터 찍어야 한다. 정면, 측면, 후면, 타이어, 연료 게이지는 기본이고 눈에 띄는 흠집은 따로 근접 촬영을 해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미세한 흠집이나 찌그러짐 등이 원래 있었던 건지 내가 운전하는 도중에 생긴 건지를 따질 수 있다.


또한 반납 전에는 연료 게이지를 대여 당시의 잔량만큼 채워가야 하는데, 반납 직전에 주유를 하면 게이지에 바로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연료 때문에 불필요한 살랑이가 생길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미리, 여유있게 주유해두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8D0602CB-348E-4544-93F8-F50AE65738AD_4_5005_c.jpeg 운행 전 연료 게이지를 먼저 꼭 찍어두자. 같은 눈금만큼 채워가야 한다.


나는 렌터카 이용이 처음이 아니고 운전도 그럭저럭 능숙한 편이라 이번 여행에서도 차량 덕분에 제주도의 곳곳까지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차를 빌리기도 결심했다면 부디 안전에 유의하길 바란다. 나와 타인의 행복한 여행, 그리고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안전을 위해서.


다음 글부터는 다시 여행 일정을 따라가는 소회로 돌아갈 것이다. 첫 거점은 성산 지역으로 성산일출봉 앞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출처: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시도별/가해운전자 차종별 교통사고 통계(2021~2024)


제주도 여행은 계속됩니다. 구독해두시면 다음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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