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구독 서비스에 대한 단상
여행기 연재를 위해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이름도 브런치스토리로 바뀌어있었고 이것저것 바뀐 부분이 보였다. 무엇보다 멤버십 작가를 신청하라는 배너가 계속해서 보였다. 멤버십 작가? 브런치가 유료화된 것일까?
구독 중인 다른 작가님 프로필을 들어가 보니 '첫 달 무료 구독 혜택'이라는 버튼이 보인다. 궁금해서 안내 화면으로 들어가 보니 아무리 살펴봐도 첫 달 무료 혜택이 끝나면 얼마가 청구되는지가 쓰여있지 않다. 뭔진 잘 모르겠지만 자꾸 나타나는 배너가 신경 쓰여 일단 멤버십 작가를 신청해 봤다. 개인정보 몇 번 입력하니 승인이 끝났다. 딱히 심사과정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브런치 멤버십 작가가 됐다.
즉,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나 신청만으로 될 수 있는 모양이다. 그냥 공식 유료 후원 기능과 유료 구독 기능을 추가한 것뿐이었다.
과연 글을 돈 주고 보는 사람이 있을까? 글 쓰고 싶어 쓰는 것인데 이걸 유료공개로 전환해도 되는 걸까? 내게 유료로만 연재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까? 회의감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월 구독료가 얼마인지를 따로 검색해야 알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제창까지 들어가면 알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네이버에 검색하니 3,900원이었다.)
내가 유료구독 중인 서비스는 생성형 AI 3 종류, 유튜브 프리미엄, 그리고 밀리의 서재가 있다. 모두 돈 값을 하기 때문에 다소 비용이 비싸도 꾸준히 지불하고 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온갖 장르의 책을 펴볼 수 있는 밀리의 서재를 애용한다. 글이나 정보의 질에 있어서도 인터넷 포스팅보다는 책이 더 우월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브런치스토리보다는 밀리의서재를 더 자주 참고한다.
심지어 브런치 멤버십 구독은 단 한 명의 작가, 그중에서도 유료 콘텐츠에 대한 접근 권한만을 얻는 것이지만 밀리의서재는 수천 명의 작가와 수천수만 권의 책을 서비스하고 있다. 가성비적인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단 한 명의 작가만을 위해 돈을 쓰게 만들려면 그 작가가 아주 귀한 정보를 풀어놓고 있거나, 너무너무 재밌어서 꼭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할 것이다. 부동산이나 재테크처럼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면 돈을 내는 사람이 꽤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단순 에세이라면, 비슷비슷한 에세이가 흘러넘치는 이 플랫폼에서 에세이로 유료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까?
브런치가 노리는 구매동기는 팬심일 수도 있다. 그저 좋아서, 당신을 응원하고 싶어서 내는 것. 나도 팬심으로 책을 구매한 적이 있다. 같은 책을 도서관에서 무료로 볼 수도 있고 중고서점에서 반값에 살 수도 있는데도 굳이 새 책을, 정가를 다 주고 사는 건 오로지 팬심 때문이다. 당신의 글에 감명받고 도움받았으니, 나 역시 경의를 표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렇다면 팬심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가 되어야 했다. 팬심의 동기는 고마움과 감동.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당신의 글로 오늘이 바뀌었다는 사실, 그것이 누군가의 글을 좋아하게 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당신의 하루를 통째로 바꾸지는 못할지언정 적어도 읽는 그 순간의 마음만이라도 변화시키고 싶다. 재밌어서 계속해서 읽고 싶고, 다시 읽고 싶고, 찾아 읽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내 직업을 앞세우거나 다른 마케팅 수단을 사용하지 않아도 그저 글 때문에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생기기를 바란다.
요새는 그런 동기로 글을 쓰고 읽는다. 더 잘 쓰고 싶다는 마음. 두 번째 직업은 '쓰는 사람'으로 정하고 싶다는 꿈이, 형체가 있는 목표로 굳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