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가까이 있을 땐 거들떠도 안 보다가 없어져야 소중함을 안다. 만날 수 없으니 괜히 더 생각나고 보고 싶다. 유학생활 중, 서브웨이 병에 걸려 버렸다.
유학이라 해봐야 대학이 있는 지역에 자취방을 구했을 뿐이지만. 공교롭게도 그 도시엔 서브웨이가 없다. 단 한 개도.
우습게도 막상 모든 체인점이 밀집한 홍대 근처에 살 때는 서울에서 서브웨이를 사 먹어본 적이 없다. 대학생들이 많이 먹는다 들어만 봤을 뿐이다. 밥버거는 줄창 먹었어도 서브웨이는 본가 근처에서 한두 번 호기심에 먹어본 게 다다. 세일하는 품목이 아니면 은근 가격이 부담되기도 했고. 먹을 게 많은데 굳이 싶었다.
그런데 막상 거처를 옮기고 나니 먹어본 적도 없는 터키 샌드위치가 그렇게 그리운 거다. 좀 이상할 정도였다. 원래 복잡하고 겁나서 주문도 잘 못 했거든. 서브웨이 샌드위치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서 근처 카페에서 파는 모든 샌드위치를 다 먹어봤다. 그래도 성에 안 찼다. 급기야는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으나 역시나 그 맛이 아니었다. 가끔 본가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서브웨이를 사 먹었다.
먹는 메뉴도 거의 정해져 있다. 열에 아홉은 터키 샌드위치, 위트, 15cm, 빵 파서, 슈레드 치즈. 야채는 다 넣고요, 소스는 올리브 오일이랑 소금 후추요. 이 삼삼한 샌드위치가 뭐가 그리 좋다고. 기회만 있다 하면 꼭 사 먹고 다음날 점심까지 쟁여놓는다.
왜 이렇게 서브웨이에 집착할까. 커스텀 메이드 터키 샌드위치를 먹으며 생각해봤다. 우물우물, 참 맛있다. 일단은 맛있으니까? 또 브랜드 자체의 매력이 있다. 야채가 잔뜩 들어가는 것도 마음에 들고. 빵 종류와 야채, 소스를 직접 고를 수 있는 것도 재밌다. 잘 팔리니까 재료도 신선할 것 같고. 여러 지점 간 퀄리티도 비교적 일정하다. 햄버거보다 건강할 것 같다. 다이어트하기도 좋다.
나열하니까 꽤 많네.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서브웨이 예찬을 하려던 게 아니고 나의 과도한 서브웨이 집착을 객관적으로 성찰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쓰고 나니 칭찬만 줄줄 나온다. 꽤 심각하게 빠져있는 듯하다.
아무튼. 원래는 지역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서브웨이가 가까운 곳을 ‘역세권’이라 부르는 농담이 있다. 지하철 역 근처 부동산을 역세권이라 부르는 데서 유래했다. 그만큼 브랜드 파워가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서브웨이가 갖는 상징성은 샌드위치 자체만이 아니라, ‘내가 이만큼 번잡하고 사람 많은 도시에 살고 있구나’라는 존재감에 있지 않나 싶다. 더 이상 역세권에 살지 않는 내가 멀고 먼 시골로 내려온 것 같아서, 더 서브웨이가 그리웠던 거다.
반성했다. 내가 그리워했던 건 서브웨이 샌드위치가 아니고 역 하나에 스타벅스가 다섯 개씩 있는 수도권일 뿐이었나. 어떤 지역이든 애정을 갖고 정을 붙이면 내 집이고 고향인데 말이다. 떠난 곳을 그리워만 말고 지금 사는 곳에 관심을 갖는 태도가 훨씬 건강하다. 어차피 대학 다니는 동안은 죽 여기 살 텐데 그깟 서브웨이 없다고 슬퍼 말고 단골 카페나 만드는 게 낫지 않은가.
방학인 지금은 ‘역세권’에 머물고 있지만.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가게 되면 서브웨이 꿈은 그만 꾸고 동네에 디저트 맛있는 카페나 알아보리라. 내 맘에 쏙 드는 데가 한 군데는 있겠지. 서브웨이는 여기서나 실컷 먹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