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마라탕 혼밥하기

004. 마라탕

by 김유연


한 2년 전이었나, 한국에 마라탕 열풍이 불었다. 대학가에 마라탕 집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순식간에 사라진 많은 유행과는 다르게 아직까지도 꽤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마라탕은 마라라는 향신료를 이용한 중국의 탕 요리다. 마라 특유의 알싸한 향이 호불호가 갈리지만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이 매큼하고 알싸한 마라 특유의 풍미가 매운맛에 익숙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직접 메뉴를 골라 담아 저렴하게 먹을 수도 있어 학생들도 부담 없이 먹기 좋다. 아주 맵게 만들면 가슴의 화가 싹 씻겨나가는 맛이다.


나 역시 이런 마라탕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마라 생각이 난다. 혈중 마라 농도가 떨어졌으니 채워야 한다며 친구를 불러내 마라탕을 먹는다. 고기는 꼭 인원수만큼! 하지만 아직 혼자 먹어본 적은 없었다. 아직 혼밥 레벨이 낮은 초보자기도 하고. 샤부샤부류는 왠지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운 감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마라가 미친 듯이 당기는데 사람 만나기는 싫은 거다. 굳이 약속 잡기도 귀찮고. 그래서 큰 맘먹고 마라탕 솔플을 감행했다.


우선 근처의 혼밥 하기 좋은 마라탕 맛집을 찾아본다. 분명 나보다 먼저 '혼마라'를 감행한 선배들이 있을 터. "ㅇㅇ역 마라탕 혼자"라 검색하니 바 테이블이 마련된 집이 뜬다. 여기로 결정.


재료는 항상 샤부샤부 비슷하게 넣는다. 배추와 숙주 잔뜩, 버섯 약간, 당면과 떡 조금. 중국식 두부의 한 종류인 푸주도 좋아한다. 매큼하고 쫄깃한 게 자꾸 생각난다. 고기는 보통 소고기와 양고기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둘 다 좋아하지만 오늘은 소고기로 한다.


음식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마라탕 관련 정보를 서치 해본다. 글을 쓰기 위해서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남는 시간마다 자료를 찾거나 짤막하게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게 다 브런치 덕이다.




마라탕, 2020, 디지털 드로잉


음식이 나오고선 정말 정신없이 먹었다. 짭조름한 고기에 삶은 배추를 싸 먹으면 따끈하고 달짝지근하니 맛있다. 매콤함이 잘 입혀진 당면이 오묘하게 달달하다. 크, 이 맛이지. 이 맛에 내가 혼자 마라탕 먹으러 여기까지 왔다. 오길 잘했다. 후식으로 고구마 떡 두 조각까지 먹으면 완벽하다. 혼자라 더 맛있다. 신경 쓸 사람이 없으니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다. 눈치 안 보고 먹고 싶은 만큼 먹는 것도 좋다. 혼밥 너무 좋아!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이 몇 팀 있다. 구석자리에 잡으니 별로 뻘쭘한 느낌도 없다. 직원도 혼자 오는 손님에 익숙한 눈치다. 생각보다 마라탕 혼밥은 쉬운 난이도였나 보다. 앞으로는 땡길 때마다 주저 없이 와야지.


마라탕 솔플 성공! 별점은 4개 반.★★★★☆ (살짝 덜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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