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침대에 누웠는데 잠들 뻔했다. 아직 밤 11시밖에 안됐는데. 안 되겠다. 정신이 번쩍 들 시원한 커피가 필요하다.
아닌 밤중에 아이스커피를 만들었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유리잔에 채우고, 항시 구비해놓는 더치커피를 조금 따른다. 냉수를 붓고 줄무늬 빨대를 꽂으면 완성. 카페 부럽지 않은 더치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더치커피(dutch coffee), 또는 콜드 브루(cold brew). 찬 물에 오랜 시간 우린 방식의 커피를 지칭한다. 예쁘게 생긴 추출기에서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게 꼭 눈물 같다 하여 '커피의 눈물'이란 이름이 붙었다. 워터 드롭(water drop)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미 우려진 채로 구매하기 때문에 물에 섞어 마시기만 하면 돼서 편하다.
나는 카페인에 그럭저럭 민감한 편이다. 두 잔 이상 먹으면 지나치게 두근거리고 머리가 아프다. 그럼에도 밤 11시에 망설임 없이 커피를 탈 수 있는 비결은 '디카페인 커피'다.
디카페인 원두는 특별한 공정을 거쳐 카페인을 씻어낸다. 100퍼센트는 아니라도 아주 미세한 양만 남기고 제거가 가능하다고 한다. 국제 기준에 의하면 카페인이 97퍼센트 이상 제거되어야 디카페인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몇 잔을 마셔도 카페인의 영향이 적어 시간의 구애 없이 마실 수 있다. 디카페인 더치커피. 온갖 이유로 나처럼 몸에 피 대신 커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면 냉장고 구비 1순위 아이템이다. 집에 커피 그라인더와 추출기가 있다면 아예 원두를 사도 좋겠지만, 귀차니즘 만렙인 나는 쓱 붓기만 하면 되는 더치커피가 편하다. 뜨겁게 즐기고 싶다면 디카페인 믹스커피도 나와 있다.
좀 광고 같네. 결코 광고비를 받은 글이 아님을 밝힌다. 받았으면 좋겠네. 그저 아무리 커피가 생각나도 참았어야 하는 시간에 마음껏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상황이 새삼 재밌어서, 이 즐거움을 나눠보고자 할 뿐이다.
커피는 카페인 때문에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하도 많이 마셔서인지 커피의 씁쓸함 그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카페인과 상관없이 커피의 쓴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디카페인 더치커피가 당신의 밤을 활기차게 깨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