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뽑자면 수능 다음이 ‘6평‘이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이하 6평. N수생을 포함한 전국의 수험생들이 모두 함께 치르는 입시의 중단원. 이 날 많은 게 결정된다.
선택적으로 치르는 사설 모의고사나 출제진이 다른 교육청 모의고사와는 다르게 6월 평가원 모의고사는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직접 출제한다. 따라서 기존 기출에 없던 유형이 새로 추가된다면 수능에 이런 거 나올 수 있습니다~하고 미리 알려주는 셈이다. 또 전반적인 수능 출제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전국의 수험생들은 6월 모의고사를 통해 공부방향을 설정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나 역시 6평을 치르는 수십만 수험생 중 한 명이었다. 초등학교 과정부터 수학을 시작한 지 8개월,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나 확인할 기회였다. 아직 미적분 2와 기하와 벡터 진도를 완벽히 끝내기 전이라 목표 점수는 80점으로 잡았다. 80점만 넘어도 성공이었다.
과학은 딱 한 바퀴씩만 돌린 상태. 혼자 풀었던 모의고사 기출문제는 30~40점대가 나왔기에 목표 점수는 40점. 그 정도 점수면 전망이 희망적이라 봤다. 국어랑 영어는 당연히 잘 봐야 하는 거고. 한국사도 자신 있다.
목표 점수: 수학(가) 80, 생명과학 1 40, 화학 1 40, 국어 100, 영어 100, 국사 50
목표 설정 완료. 모의고사 전날은 하던 대로 스케줄을 따라 인강을 듣고수학 기출문제를 풀었다. 다음날,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왔다. 모의고사는 다니던 독학재수학원에서 실시했다. 선생님도 학생도 기합이 팍 들어간 모습이다. 여태까지 노력의 중간점검이다. 마음껏 실력을 발휘해 보자. 이건 나름의 팁인데, 평소엔 겸손하게 공부해도 시험 볼 때만은 내가 전국 1등이라는 자신감으로 임하는게 좋다. 그럼 좀 더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다. (지금까지도 써먹고 있다.)
아무튼. 결과는 어땠을까? 모의고사는 당일 바로 답이 나오고 각종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계산한 등급과 표점, 백분위를 제공한다. 즉, 대략적인 결과를 시험 당일 저녁이면 알 수 있다.
와, 괜찮은데! 대성공까진 아니라도 이 정도면 성공이다.
무엇보다 수학이 2등급이라니! 말이 되나?! 나 수포자였는데! 8개월만에 수학 가형이 2등급이다. 80점이라 비록 등급컷 끝자락에 걸치긴 했지만 너무 기뻤다. 갈길이 먼데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생명과학은 1등급이다. 마찬가지로 간당간당한 1등급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직 의대 갈 점수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선방했다. 화학은 좀 아쉽지만 이걸로 선택과목을 바꾸기로 마음을 굳혔다. 믿던 국어와 영어는 이변 없이 잘 나왔다.
높은 산을 하나 넘은 느낌이다. 여태까지 노력한 성과가 눈에 보였다. 애쓴 만큼 보답 받을때 참 힘이 난다. 쉴 새 없이 달려 벌써 6월, 입시의 중간분기점을 넘었다. 남은 시간은 약 5개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6월 모의고사는 괜찮게 봤지만 의대에 합격하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6평으로 기본기를 확인했다. 이제 실력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릴 단계다.
이제야 겨우 남들과 같은 출발선에 설 자격을 갖췄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수능까지 신나게 달려보자. 우상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