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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Aug 08. 2020

대성학원 입성기

나는 안 될 줄 알았지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6월 모의고사를 마무리했다. 반수의 절반 정도 왔다. 이제 패턴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의대 입학이다. 어중간하게 잘해봐야 소용이 없다. 의대 외에 다른 과는 고려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내 경쟁상대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이어야 했다. 호랑이를 만나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날고 기는 실력자들이 모인다는 대형 재수학원에 도전할 때였다.


내가 가고자 하는 학원은 대성학원 6월 야간반, 줄여서 대성 6야. 뒤늦게 반수를 시작하는 수험생들을 노린 특별반이다. 대성학원은 입시 라형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입학 경쟁이 치열하고 인지도도 높다. 학원 본원보다는 덜하지만 6야반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입학시험도 있었다. 떨어진다면 독학재수학원에서 수능까지 준비해야 했다.


독학재수학원에서 끝까지 준비하지 않고 대형 종합학원으로 옮기고자 함은 실력 있는 경쟁상대 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었다. 대형 학원만 가질 수 있는 거대한 정보망, 입시 컨설팅 서비스, 수준 높은 자체 모의고사, 국내 유명 강사진과 질 높은 콘텐츠 등 소형 학원이 따라갈 수 없는 대형학원만의 절대적 장점이 많다.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고 할까. 워낙 많은 수험생들을 데리고 있기에 후반에 수시, 정시 지원 시에도 정보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니 의대를 가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 나아갈 방향은 정했으니 이제 합격만 하면 된다.

입학 시험, 2020, 디지털 드로잉

나름의 자신감을 갖고 입학시험 고사장에 들어갔지만 막상 수학 시험지를 받으니 패닉이 몰려왔다. 확실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두 개뿐이 안 됐다. 나머지는 가물가물하거나 아예 모르겠는 거다. 망했다. 망했어. 선생님 죄송해요. 저는 바본가 봐요. 역시 수포자가 반년 안에 강대(강남대성학원) 가는 건 무리였나 봐요. 울 것 같은 기분으로 시험장을 나왔다.


그날은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살았다. 입시 관련 커뮤니티인 오르비에 올라오는 6야 시험 후기 글을 전부 읽었다. 혹시, 혹시 모르잖아. 진짜 완전 망치긴 했는데 수학 말고는 잘 봤을 테니까. 또 나 6평 성적도 괜찮잖아. 제발, 제발. 하지만 이미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은 반편성이 수준별이라는 정보. 수준별이라는 건 좀 못하는 사람도 뽑는다는 거지. 문 닫고 들어가도 괜찮다. 나올 때 열면 되니까. 들어가게만 해 주세요.


발표일이 됐다. 대학 합격 발표일 인양 떨렸다. 뭐 안되면 그냥 독재(독학재수학원)에서 하면 되지. 그치만 대형학원의 뜨거운 열기와 현장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대성, 대성하던데 유명세만큼 좋은지 궁금하기도 했고.


두둥, 결과는 어땠을까.



사실 글 제목이 입성기니까 당연하게도 합격이다. 그러나 당시엔 정말 떨어지리라 생각했다. 간신히 들어가니 더 기쁘더라. 어째 미대를 수석으로 합격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쉽게 얻으면 가치 있는 줄 모르고, 어렵게 얻어야 좋아 보인다. 아마 내가 꼴찌에서 10등 안에 들었을 거다.


문을 열었든 닫았든 합격은 합격이니까. 다음 걸음은 대성학원에서 내딛을 수 있게 됐다. 6월 모의고사를 넘어 대형 학원으로. 이제 하반기에 돌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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