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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Aug 10. 2020

재수종합학원의 하루

지극히 일반적인 반수생의 일상

매년,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다녔던 강대 6야 반수반의 스케쥴은 다음과 같았다. 강대 6야는 강남대성학원 6월 야간반의 줄임말이다. 6월에 뒤늦게 반수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 재종반(재수종합반)으로 오전에 자습, 오후~저녁시간에 수업을 진행한다.


아침에 등교 후 핸드폰을 제출하고 오후 네시까지 자습. 자습시간 사이사이 짧게 쉬는시간이 있어 매점이나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다. 자습시간에는 중간중간 선생님이 돌아다니시며 학습태도를 점검한다. 졸면 깨우거나 떠드는 사람을 잡는 식이다. 반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우리 반은 자습시간엔 조용한 편이었다. 이 때 인강을 들을 수 있다. 나는 독학재수학원에서 하던 대로 플래너를 따라 인강 + 노트필기 + 문제풀이 형식으로 공부했다.


네 시 이후가 6야반의 핵심, 수업이다. 4시부터는 고등학교처럼 시간표가 짜여져있다. 다음은 그 예시다. (모든 선생님의 이름은 임의로 바꾸어 표시했다.)

재수종합학원 가상 시간표

이 중 과학B, C는 과학 선택과목 수업으로, 각 과목에 따라 이동수업을 실시했다. 그래서 월, 화 저녁시간 직후는 매점을 들린 후 과학수업을 가려고 바삐 움직이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했다. 나도 자주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따위를 사먹곤 했다.


시간표를 보면 알겠지만 밤 10시까지 수업꽉꽉 채워져있다. 종례는 보통 저녁먹은 직후 미리 한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셔틀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밤 열한 시.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씻고 바로 잔다. 지극히 일상적인 반수생의 하루다.



확실히 체계가 잡혀있으니 공부하기는 편하다. 이런게 시스템의 힘인가 싶다. 자습시간에는 빡세게 인강 듣고, 쉬는시간에 잠깐 책읽고. 하루의 반은 자습, 반은 수업. 테마가 확실하다. 또 수업시간에 상당한 양의 숙제가 주어지는데 이게 완전 고급 자료다. 기출 변형부터 킬러문제까지 다양하다. 선생님 별로 숙제가 있어 꽤 빠듯하다. 열몇시간씩 혼자만 공부하다가 눈앞에서 사람 목소리를 들으니 신선하다. 잘 가르치시는 강사께는 존경심을 넘어 팬심까지 생긴다. 겉으론 아무 말 안해도 속으로 쌤 너무 웃겨요 하며 낄낄 웃고 있다. 빠듯하지만 나름 재밌는 일상이다.


게다가 친구도 한 명 사귀었다. 매일 셔틀버스를 같이 타는 같은 반 사람이 알고보니 나이도 같고 사는 동네도 같은데 같은 중학교 출신인거다. 참 신기한 우연이다. 공통분모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친해졌다. 버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금방 집에 도착한다. 친구랑 수다를 떤다는게 이런 거였지. 조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 친구나 나나 원래 잡담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도 할 얘기가 너무나 많다.


과도한 친목질(?)은 파멸을 부른다지만 고된 여정을 함께하는 든든한 동지가 힘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공부하면서 좋은 인연을 참 많이 만났다. 반수도 재수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구나 싶다. 덕분에 할 만 하다. 고맙다. 어떤 상황이든 위로는 사람한테 받는 법인가 보다.



달라진 의자, 2020, 디지털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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