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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Aug 11. 2020

그래, 이런 감옥 같은 삶을 원했어

지금도 그럭저럭 할 만 해.

스터디플래너에서 이런 글을 찾았다.


1월 9일
 그래 이거야.. 이 감옥 같은 삶..10월(작년)에 이게 너무 하고 싶었어. 힘든데 할 만하다
 ㄴ8/28 아직도 할 만해.
 ㄴ9/30 지금도 그럭저럭 할 만해.


피식 웃음이 나왔다. 10월에만 해도 대학 수업과 반수 준비를 병행하고 있었기에 하루하루 일정이 달랐다.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휴학 신청 후 1월에야 독학재수학원에 등록해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지겨울 법도 한데. 하고 싶었다는 메모를 남긴 게 웃기다. 사람이 참 목표가 생기면 맹목적이 되는구나.


게다가 옆에 작은 글씨로 답글까지 달려 있다. 8월 28일과 9월 30일. 모두 대성학원에 다닐 때다. 감옥이라면 이때가 훨씬 감옥 같다. 아침부터 밤까지 아예 학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니까. 그런데 어떻게 1월에 남긴 메모를 찾아 아직 할 만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꼭 인터넷 댓글 같다. 과거의 나랑 댓글 달고 놀기. 새로 발견한 기록의 재미다.


세상에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하게 원하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종일 공부만 하는 감옥 같은 삶도 행복하다. 싫은 걸 좋게 만드는 목표의 힘. 강한 목표의식은 고난도 즐기게 한다. 솔직하게 끄적인 옛 메모에서 목표의 힘을 배운다.


거꾸로 생각하면 힘든 상황도 목표의식을 도입하면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모든 게 의미가 있으리라 믿고, 혹은 확실한 의미부여를 통해, 고통을 ‘무언가를 위한’ 고행으로 바꿀 수 있다. 사람은 이유가 있을 때 훨씬 끈질겨진다. 또 강해진다.


지금이 너무 힘들다면 이 모든 고행에서 배우는 게 있으리라 믿어보면 어떨까. 나는 자주 써먹는 방법이다. 삶이 힘들어질 때마다 힘든 만큼 얻으리라 믿는다. 그럼 조금은 견딜 만해진다. 당장은 드러나지 않더라도 내 영혼에 조금씩 쌓이고 있다고. 나는 성장하고 있다고. 분명 언젠가는 차이를 만들 거라고. 이 모든 고통이 의미가 있을 거라, 믿는다.


내가 원했던, 2020, 디지털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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