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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Aug 13. 2020

행복의 딜레마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뱀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서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수용하고 인정할 때, 욕구에서 벗어날 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내가 추구하는 삶은 끊임없이 나의 불완전성을 자각하고 채우고 깎아나가는 삶이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정제하는 삶, 성장하는 삶. 그렇다면 내가 추구하는 것은 불행인가?


성장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의 단점은 만족을 모른다는 것이다. 언제나 스스로의 부족함이 보이니 행복하기가 힘들다. 이상 속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과의 괴리를 느낄 때 우울에 빠지고 만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우울에서 벗어나려면 꿈을 포기해야 한다니. 슬픈 아이러니다. 추구하는 삶을 위해서 우울과 불행을 기꺼이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다 내려놓고 편해지던가.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정말로 선택의 여지가 있는 질문인가? 그야, 행복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을 위해 산단 말인가? 내 꿈을 이룬 들 그 길에 행복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물론 성취를 목적으로 하는 삶에 행복이 전무한 건 아니다. 분명 더 높은 차원의 보람과 성취감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 다다르기 위한 매일매일의 일상은 고난으로 가득하다,


다시 한번 질문해보자.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적당히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기? 아니면 가능한 멀리, 치열하게 나아가기?


혼란스럽다. 나는 오늘 하루를 살기도 버거운데, 다 내려놓고 싶은데. 그런데 더 멀리 나아가고도 싶다. 더 많은 걸 이루고 싶다. 해내고 싶다. 모순되는 열망이 똬리를 튼다. 가슴속 응어리의 정체가 보인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뱀이 다른 방향을 열망하며 꿈틀대고 있으니 더부룩할 수밖에. 그러나 어리고 어리석은 나는 뱀을 쫓아낼 방도를 모른다. 좀 더 성숙하면 답을 알 수 있을까? 어른들은 답을 알까?


어쩌면 이 모든 고민이 아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 삶은 사는 대로 살아지는 것일 뿐일지도 모르니까. 한동안은 이 뱀과 함께 살아야겠다. 어디로 흐르는지 모를 더부룩하고 우울한 날. 뱀과 인사를 나누었다.


두 개의 마음, 2020, 디지털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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