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떼가 좋다. 씁쓸하고 깔끔한 첫맛에 부드러운 목 넘김. 묵직한 우유에 입혀진 향긋한 커피 향. 아메리카노가 너무 쓴 날엔 카페라떼를 마신다. 시럽은 넣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만큼은 아니어도 역시 커피는 쓴 게 좋다.
카페에 오기 전 중고서점에 들러서 책을 두 권 샀다. 에세이 작문법과 센스에 관한 책. 두권 다 표지가 소장욕구를 일으킬 만큼 센스 있었다. 쑥스럽지만 나는 표지 보고 책 산다. 표지가 예쁘면 내 안의 지름신이 몸을 툭툭 떤다. 저거야, 당장 저걸 집어! 왜? 예쁘잖아! 재테크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책만큼은 돈이 아깝지 않다. 항상 그 이상의 지혜를 얻는 느낌이다. 과소비를 정당화하기 위한 자기 합리화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새로 산 낡은 책과 따끈한 카페라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창가의 구석진 자리가 남아있다니 운이 좋다. 원고 작업을 위해 가져온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꺼내 놓고 책부터 펼쳐 든다.
책이 묻는다. 에세이를 써 보고 싶으세요? 네, 그것도 잘 쓰고 싶어요. 귀한 조언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짧은 분량의 꼭지들이 많은 게 눈에 띈다. 한 꼭지는 A4 한 장은 넘어야 하는 게 아니었어? 이럴 수가. 내가 또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구나. 할 말 없는데 억지로 길게 쓰는 것보다 짧게 마무리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네. 역시 책은 좋다. 새로운 통찰을 제공해주니까. 얻은 게 많은 책은 중고로 보기가 죄송하다. 나중에 졸업하고 돈 많이 벌면 다 새 책으로 사서 소장해야지.
순식간에 반을 다 읽었다. 아참, 슬슬 작업을 시작할 시간이다. 라떼로 목을 축이고 아이패드를 연다. 흰색 블루투스 키보드의 타격감이 경쾌하다. 이상하게 데스크톱으로 쓸 때보다 훨씬 글이 잘 써진다. 하얗고 경쾌한 감성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카페에 와서 그런가? 이제는 아이패드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다.
개강까지 2주, 그 안에 초고 작업을 마무리하려면 매일 카페에 와야 할 듯하다. 아무래도 책은 카페 값으로 쓰나 보다. 내일은 라떼를 마실까,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아니면 곧 무료 음료 쿠폰이 나오는데 그걸로 시즌 음료를 마셔 볼까. 책은 이미 많이 사긴 했지만 그래도 서점을 안 들리면 섭섭하지. 커피, 책, 아이패드.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을 채워줄 최고의 삼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