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양이를 입양했다. 4~5살쯤 되어 보이는 성묘. 스트릿 출신 왕자님이다. 이전에 지인 고양이를 잠시 맡아본 경험이 있기에 좋은 집사가 되어드릴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던 참이었다. 아이도 집에 적응을 잘해주었다. 만난 지 하루 만에 골골송은 물론이고 엄청나게 부비작댄다. 이렇게까지 경계심이 없을 수가. 아주 넉살이 태평양만 하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누워 잠만 자는 것. 원래 고양이는 잠만 자는 생물이 아니냐 하실 수 있다. 그런데 요 아저씨냥은 장난감도 낚싯대도 오뚝이도 캣타워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 한 30분을 격렬하게 낚싯대질 해보았으나 움직이는 건 요리조리 굴러가는 예쁜 눈동자뿐. 몸은 무겁게 요지부동이다.
이러다 운동부족이 오지 않을까 걱정되어 전 보호자분께 연락을 드렸다. 그런데 원래 고양이들은 2~3살이 넘어가면 장난감에 흥미를 잘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싸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다행이다. 너 그냥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거였구나. 게으르다고 하려다가 주인님께 무례한 것 같아 말았다.
고양이를 대할 때는 어쩐지 철저하게 저자세가 된다. 집사와 주인님이라는 호칭 때문일까. 주인님이 어디 불편하시진 않은지 항시 살피고 주의한다. 꼬리라도 살랑댄다 싶으면 뭐 때문에 기분이 나쁘셨을까 고민한다. 꼬리를 탁탁 내리치며 불만을 표출하면 얼른 주인님 기분을 살핀다. 완전히 고양이에게 홀려있다.
다행히 초보 집사의 걱정은 어리숙한 기우였지만, 주인님은 내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누워 잠만 잔다. 가끔 쓰다듬어주면 갸르릉갸르릉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 뭐, 네가 좋다면야. 건강하게만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