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도 존을 기다린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by 복대동불나방

난 계속 그네를 타고 있다.


초등학생 때는 내려갔다. 수업시간에 이상한 질문을 하고, 아는 것을 참지 못하고 떠벌린다고 선생님을 필두로 친구들도 나를 멀리했다. 그리고 이런 피드백을 집에까지 꾸준히 해대는 통에 난 어머니가 학교에 방과 후 수업을 하러 오는 날이면 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이런 시간들이 반복될수록 나는 한없이 슬펐다.

마침내 나는 보이지 않는 두꺼운 벽을 두르고, 수업시간 내내 두꺼운 「해리 포터」를 계속해서 읽었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면 혼나지만, 수업을 듣지 않고 책을 읽는 것은 혼내지 않아서 좋았다. 덕분에 나는 수업시간 동안 호그와트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해리는 자신을 미워하는 이모의 집에서, 동갑내기 사촌과 차별당하며, 계단 밑 벽장에서 살았다. 생일 축하를 받아본 적도 없는 슬픈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그리드가 나타났다. 해그리드는 해리의 이상한 능력이 병이 아니라 재능이라고 했다. 해리는 호그와트에 갔다. 그리고 친구도 생기고, 퀴디치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였다. 그런 해리가 대견하면서 부러웠다.


중학생 때는 올라갔다. 수업시간에 깊이 있는 질문을 한다고 칭찬받았고, 친구들도 어디 학원을 다니는지, 어떤 문제집을 푸는지 궁금해하며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 그리고 이런 피드백을 집에까지 해대는 통에 부모님은 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간들이 반복될수록 나는 한없이 얼떨떨했다.

마침내 부모님은 나를 특목고에 보내겠다는 결심을 내리셨다.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는 중학교 2학년이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하는 특목고 반에 끼어드는 것은 고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들은 첫 영어시간의 지문이 「리딩 튜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소개였다. 40분 동안 소리 내어 읽지도 못하는 문장들의 해석과 문법들을 듣다 공포에 빠져들었다.


아가사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한없이 불행했다. 정제되지 않은 마약은 어머니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태어난 그녀는 매일 밤 울면서 잠에서 깨었다. 눈을 감으면 무참하게 피살되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잔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정말 끔찍한 점은 피해자들이 고통스럽게 죽는 것이 아닌, 그 살인들이 실현될 예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리에게 해그리드가 나타났듯 아가사에게는 월리가 나타났다. 월리는 그녀의 끔찍한 꿈이 저주가 아니라 재능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월리는 해그리드와 달리 그녀를 철저히 이용했다. 그녀는 프리크라임에 잡혀가서 용액에 절여진 채로 끊임없이 끔찍한 범죄를 목도해야 했다. 그나마 나아진 것은 이제 그 잔영들이 실현되지 않을 예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녀에게 어떠한 행복이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작 그녀는 그녀를 되찾기 위해 마약을 끊고 돌아온 어머니의 죽음도 막지 못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6년 동안 꿈과 현실의 애매한 경계에 갇혀 쉴 새 없이 살인들을 보다가, 한 번씩 어머니의 죽음을 보며 진실을 파헤쳐 줄 사람을 찾는 것뿐이었다. 그때마다 충실한 엔지니어들은 그것이 오류라고 판단하고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아픔을 묵묵히 심호흡하며 어머니의 죽음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그러던 어느 날, 진정한 구원이 나타났다. 40주가 지난 아이가 세상으로 나오듯 존 앤더튼이 그녀를 안고 배수구를 통해 세상으로 꺼내 주었다. 그녀는 그의 곁에서 한 치 앞을 봐주며 그를 도왔고, 목이 터져라 설득하며 그가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프리크라임에 돌아와서는 그의 죽음을 봄으로써 그 예언이 실현되지 않게 해 주었다. 개입 없이 실현되지 않은 두 번의 예언은 시스템의 결점을 드러냈고, 마침내 그녀는 구원받았다.


그녀는 뛰어났지만 무기력했고, 무기력했지만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었다. 그녀의 구원은 밖에서 시작됐지만 그녀 스스로가 구원을 완성했다.


난 계속 그네를 타고 있다. 나는 내려가고 또 올라갔다.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고 또 올라갔다. 이 가혹한 반복 속에서 언제쯤 벗어나 구원을 얻을 수 있을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나에겐 구원의 시작을 알릴 존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존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고 있다.


난 오늘도 존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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