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2] 나의 작업

(까먹었을 때 보기)

by 심성훈


나에게 소외된 자연과 인간이란 “인간이 소외시킨 자연”, “인간이 소외시킨 인간”이라는 뜻이다. 보통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소외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자연은 오히려 소외와 거리가 먼 것 같다. 자연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이름으로 공존하고 연대하며, 보이지 않는 내적 질서와 균형으로 단단히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이다. 인간 역시 살아 있는 존재의 일부로서 자연의 질서와 균형 안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어느 생명체보다도 특이한 이들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서 예외적 사건을 발생시키곤 한다. 자기 자신의 파괴는 물론이고 타자의 평화조차 무감히 깨뜨리는 인간은 우주적 기준에서도 기이한 연구 대상임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내가 인간이기에, 사랑과 용서로 스스로의 고해는 물론이고 타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 인간으로서, 살아 있는 존재들의 유약함에 이끌린다. 예정된 “끝”을 살아가는 필멸자들이 이룩한 세상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먹고사는 일들에 마음이 간다. 눅눅하고 애처로운데 뻔뻔한 것들. 그 마음이 때로는 사랑이고 때로는 지독한 미움이다.

유성구 전민동에서 성장하며 화봉산과 우성이산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어린시절의 놀이터나 다름없는 낮고 아담한 산들로부터 자연과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배웠다. 산속을 걸으며 만난 바람과 나뭇잎, 흙과 비는 더 멀고, 깊은 곳을 향한 꿈을 갖게 해주었다. 산은 과거로 사라져간 이들의 흔적을 간직하며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얼굴들이 이 산을 올랐던 날들과, 지금은 멸종되고 사라진 동물들이 굴을 파고 둥지를 틀었던 날들, 전쟁과 포화의 그림자까지.

나는 그들 모두를 꿈꿔 보려고 한다. 사라진 존재들과 사라짐을 예정한 존재들, 그리고 그 시간을 둘러싼 미세한 삶의 표면까지.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꾸준한 관심을 미술 작업으로 실천해 보려 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밝히는 말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고, 그런 표정을 짓고, 착하고 참하게 살아가는 실천적인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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