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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가연 Sep 07. 2020

사랑에 빠질 건축가

할리우드 영화와 건축가의 스테레오타입


  

 <맘마미아>의 샘 과 기만적인 도면판.



 할리우드 영화에는 건축가가 적잖게 등장한다. <마천루>처럼 건축가의 직업적 측면이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영화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직업은 언급만 될 뿐, 영화 전개에 직업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건축가는 특히 로맨스 영화의 남자 주인공 역으로 자주 등장한다.  로맨틱 코미디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 11개의 리스트 에서 건축가는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제빵사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로맨틱 코미디 속엔 건축가가 정말로 많다. <러브 액츄얼리>,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맘마미아>까지!




그 남자, 매력적



<시에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러브 액츄얼리>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 건축가의 모습은 어딘가 일관적이다. 도면판에 손 도면을 치고, 작은 스케치북을 들고 다닌다. 그는 예술가의 자유로움과 비즈니스맨의 재력, 학자의 지성을 함께 갖추었다. 그는 섬세하고 감수성을 갖추었지만 게이는 아니다. 그는 이상주의자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만 독불장군은 아니다. 그는 브루넷에 갈색 눈을 가진 백인이며, 적당히 캐주얼하지만 항상 단정하게 입는다. 게다가 그는 섹시하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 건축가의 표피적 이미지가 극대화된 캐릭터가 등장한다. 두바이의 모래사막을 지프차로 가로지르는 그는, 지루한 비즈니스 저녁 때문에 석양을 놓칠 수 없다 말한다. 그에게 매력을 느낀 미란다는 직원에게 이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누구인지 묻고, 덴마크 건축가인 리카드 스퍼트라는 답을 얻는다. 리카드 스퍼트는 지는 태양을 감상할 만큼 감수성 있는 남자이지만, 두바이에 비즈니스 미팅을 잡는 재력가이며 잠자리에도 능하다. 그리고 그가 지닌 매력의 바탕에는 건축가라는 직업이 있다.






Since 1949...


영화 <마천루>


 할리우드는 현실 반영적이지 않은 건축가를 오랫동안 양산해왔다. 건축 영화의 대표 격인 <마천루>에서도 대충 비슷한 건축가가 등장한다. 물론 <마천루>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아니다. 그렇지만 하워드 로크 역시 감수성이 풍부하고, 자신의 의견이 확고하며, 역시 브루넷의 백인이다. 건축가의 직업 세계를 주요 서사로 다루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매체가 많은 편은 아니기에 <마천루> 또한 건축가의 이미지를 고착시키는 데에 기여했고, 이 이미지는 반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그 여자, 건축학도



 여성 건축가가 등장하는 영화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건축학도인 키미가 등장하긴 한다. 



키미 역의 카메론 디아즈. 좋은 집안 출신의 아가씨이다.


 키미는 밝고 에너지 넘치는 20대 여대생으로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약혼자를 위해 건축을 향한 자신의 꿈을 접고 결혼 후 학교를 중퇴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스케치북이나 안경 등의 기호가 건축인을 지시한다. 키미는 모델처럼 어여쁘게 옷을 입은 금발 여성일 뿐, 그녀가 건축학도임을 드러내는 흔적은 없다. 





엘렌 페이지 너무 좋아요...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건축인은 아마 <인셉션>의 아리아드네일 것이다. 건축학과 대학원생인 그녀는 코브에 의해 발굴되어 꿈속의 공간을 훌륭하게 설계한다. 매년 엄청난 수의 영화가 쏟아지지만, 여성 건축가가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어쩌다 로맨스!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본 건축사 사무소는 백인 남성뿐인 데다 여전히 손도면만 친다. 다수의 비백인과 여성이 업계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고, 도면판이 쫓겨난 자리를 오토캐드와 스케치업이 차지한 지 오래인데 말이다. 그렇지만 할리우드는 변화하는 중이다.



 

<어쩌다 로맨스> 모닝커피가 포인트.



 영화 <어쩌다 로맨스>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로, 건축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 건축가는 여성이다.




 <어쩌다 로맨스>는 로맨스 영화 플롯의 규범을 비꼬며 내용을 전개하는 일종의 메타 영화이다. 주인공 넷(나탈리)은 실력 있는 건축가이지만 로맨스를 믿지 않는다. 현실에서의 관계이든, 로맨스 코미디 영화이든. 특히 로코의 여적여 구도와 게이 절친, 맨날 넘어지고 실수하는데 사랑받는 여주, 오글거리는 슬로우모션까지 너무 싫다고 세 시간이나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이런 (삐-)


 그런데 머리를 다친 후 깨어나 보니, 15금 로맨스 코미디 세계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이토록 이상화된 세계에서 넷은 진정한 자신과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 



  넷의 직업이 건축가인 것은 의도적인 선택이다. 남자 주인공은 죄다 건축가인 로코 클리셰에 대한 패러디이며 풍자이다. 건축은 기믹이 아니다. 진정한 자신을 찾은 넷은 직업적으로도 성장한다. 발표를 두려워하며 뒤로 숨는,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 사람에서 자신의 능력을 당당히 보이는 여성으로. 






참고한 기사들. 


Everyone’s an architect: 11 jobs common only in romantic comedies

https://film.avclub.com/everyone-s-an-architect-11-jobs-common-only-in-romanti-1798266423


Why Hollywood Needs to Change its Conception of "The Architect"

https://www.archdaily.com/441844/why-hollywood-needs-to-change-its-conception-of-the-archit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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