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

남편의 오피스 와이프

by 뚜솔윤베씨


일요일 밤을 내내 울며 지새우고 월요일 아침이 밝았을 때 나는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어떻게 아이들 아침을 차려줬는지, 힐링 요가 수업은 어떻게 했는지 지금 떠올려보면 아무런 기억이 없다. 그저 순간순간 눈물을 참아냈던 찰나만 떠오를 뿐이다.


휴대폰에서 남편 휴대폰 번호와 카톡을 차단했다. 남편의 어떠한 제스처도 지금은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물 한 모금 넘어가지 않았다.






배우자의 외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외도의 현장에서 머리채를 잡고 싸우거나 울고불고 시끄럽지만 속이 시원한 장면도 꼭 한 컷 정도는 있는데 막상 그 당사자가 되고 보니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그저 눈물만 흐를 뿐이다. 내가 부족했을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던 걸까? 무얼 놓치고 살았던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던지며 온종일 울게만 된다. 슬프니까.



언제부터일까, 둘째 아이 낳고 요가 자격증 따고, 바로 요가원 차리면서 2년 가까이 남편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한 기억이 없다. 그 시간 동안 양가 부모님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주셨고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에 집이 마음처럼 편치 않아도 감사한 마음으로 시간을 버텼다. 그저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에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남편도 같은 마음이겠지 하며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던 지난 시간들이 조금은 후회스럽다.



월요일 아침, 남편에게 오늘 밤은 요가원에서 자고 들어오겠다고 했다. 아이들 하원 시간을 알려주고 칫솔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참 이상하지, 칫솔 하나 챙기는데 이렇게 눈물이 흐르는지.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쯤, 엄마는 아빠의 외도를 알게 됐다. 그쯤 알게 되었지만 외도의 시작은 꽤나 오래전이라고 들었다. 그때의 엄마 모습들을 떠올려보면 지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불안이 느껴진다. 퇴근한 아빠가 샤워를 끝내고 짙은 스킨 냄새를 풍기며 나간 뒤 엄마는 주방 냉장고 앞에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리셨다. 내가 다가가 엄마 괜찮아?라고 물을 때면 울면서 웃기도 하셨다. 그때 엄마의 슬픔이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있다. 그런 날들이 한동안 계속되던 어느 날, 하교 후 방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었다. 가구며 옷이며 장난감이며 집안 살림살이 뭐 하나 변한 것도 없는데 모든 것이 달라진 기분이 들었다. 곧장 화장실 문을 열고 엄마 칫솔을 찾았는데 없었다. 엄마가 집을 나갔다. 그 길로 밖으로 뛰쳐나가 언제 나갔는지도 모를 엄마를 불러대며 울부짖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나는 외도로 인한 이혼가정에서 자랐고 대부분의 이혼가정이 그렇듯이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결핍이 필연적인 시간을 보냈다. 그렇다 보니 지금 내가 마주한 남편의 외도는 일차적인 신뢰의 무너짐을 넘어선 공포에 가까운 충격으로 다가온다. 내가 살아온 지난날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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