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오피스 와이프
어김없이 아이들에겐 영상을 보여주고, 안 방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길어야 20분. 남편은 무슨 말을 할까.
남편은 우리의 지난날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시간들이 때때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회식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만큼 가정에 충실했고 이제는 누구도 자신에게 맥주 한잔하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쉴 새 없이 일하고 맥주 한잔 하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양가 부모님이 와 계셨던 지난 2년 동안도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지난날들을 꺼내며 남편은 흐느끼다 목 놓아 울었다. 사실 이 글을 적는 지금 그때 남편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남편의 울음소리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의 말 때문이 아니라 그의 눈물을 보니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가 살아온 지난 시간에 대해선 절대부정하지 않는다. 그의 최선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도 남편과 같은 마음으로 지난날을 살아왔으니.
남편은 생각해 봤다고 한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어디 가서, 무얼 하고 돈을 벌까. 아이들은 어떻게 먹여 살리지. 배라도 타야 하는 건가 하는 막막함이 든다고. 현실적으로 그래도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하는데 재기 불가능한 현실을 뒤로하고 자신이 무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이미 양가에 다 알려져 자신은 쓰레기가 된 듯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그날 저녁도 채 대화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나는 저녁 수업을 하러 내려갔고, 남편은 눈물을 훔치곤 아이들 저녁을 차렸다. 그렇게 울다가도 아이들 앞에선 웃음을 짓는 날들이다.
저녁 요가 수업, 요 며칠 너무 울어서 그런지 힘이 하나도 없다. 뭘 먹지를 못하니 정말 힘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다 비워져 있는 내 안에서 나오는 요가는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제발 수업하다가는 울지 말자 천 번 만 번을 되뇌며 한 시간이 흘렀다. 매트 위에 설 때마다 나를 사랑하는 힘을 채우듯이 오롯이 그 사랑만을 전하자는 마음으로.
다행히 수업을 잘 마쳤고, 서둘러 집에 가 씻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끌어안는다. 남편은 침대에서 솔이와, 나는 바닥에서 윤성이를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좋은 꿈 꾸고 쑥쑥 자라라고 이마에 뽀뽀를 해주며 곤히 잠들길 바란다. 엄마 아빠가 지금은 비록 서로 사랑할 수 없지만 너희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변함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불안해하지 말라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너희들을 지켜낼 거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혼자서 가만히 말해본다.
엄마가 아닌 삶은 상상할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