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혼

남편의 오피스 와이프

by 뚜솔윤베씨

정말 자신이 없다는 나의 글을 읽고, 남편에게서 장문의 답이 돌아왔다.



아주 긴 글에서 기억에 남는 몇몇 단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해로'이다. [ 해로 : 부부가 한평생 같이 살며 함께 늙음 ]

함께 늙음. 이 단어가 왜 그렇게 가슴에 아프게 닿았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가 늘 꿈꾸던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이렇게 힘든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아이들 키우느라 나 자신을 잠시 잊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함께 하는 남편과 훗날에는 여유 있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한 꿈같은 거.


남편은 서로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고 서로 다독이며 같은 목표를 향해 앞으로 가는 자들만 오래오래 해로하는 건가 봐.라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이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남편이 적은 그 문장에 이미 남편과 나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씁쓸함이 묻어난다. 내가 간절히 꿈꾸는 그 순간이 이미 사라져 버린 듯한 문장이라 그런지 내내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솔이 입학식 날 차에서 나눈 대화는 남편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었다고 한다. 너 이거하고 죽어버려라 이렇게 들렸다고. 그래서 정말이지 내가 솔이랑 쇼핑하는 동안 윤성이 유모차를 끌며 몇 번이나 뛰어내릴까 한참을 고민했다고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마주하면서도 어떻게 죽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자신을 보면서 생각했다고 한다.


그동안 두렵기만 했던 헤어짐, 이혼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기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당당해지기로. 무서워하지 않기로.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이혼 절차, 외도, 바람피운 상대 등등을 찾아보니 자신의 어떠한 행위도 행동도 이혼에 합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자신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이 상황을 돌리기 위해 할 수 있을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테지만 어떠한 선택도 지옥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만 하는 나에게 제시하고 싶다고 했다.


나의 옳음을 증명하라고. 이혼 소송을 통해 지난날 회사 생활할 때의 모든 카톡과 위치 추적 자료를 전송받으라고. 또 경찰에 신고해서 카카오톡 시간대 별로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증명할 모든 cctv 자료를 획득하고 말했다. 회사 든 출장 간 지역의 cctv든 손 과장과 주고받은 문자에서 단 하나의 보고 싶다, 단 하나의 사랑한다, 단 하나의 신체 접촉이 나온다면 언제든 내가 맞다고 인정하겠다고 했다. 필요하면 회사 사람들에게 인터뷰도 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회사 휴대폰이지만 포렌식을 통해 과거 자신의 모든 자료를 제출할 테니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바르게 살아왔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나도 최선을 다해 남편이 쓰레기였음을,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했다.



......



우리의 해로는 정말 끝이 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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