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불행

남편의 오피스 와이프

by 뚜솔윤베씨


남편과 함께 한 9년이라는 결혼 생활 동안, 이번 일을 제외하고 2번 이혼이라는 말이 오갔다. 두 번 다 시부모님들과의 갈등 때문이었고 그때마다 남편은 늘 내 편에 서서 나를 붙잡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일들이 이혼이라는 결론을 내릴 만큼 심각했던 건 아닌 거 같기도 하다. 그저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나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어쩌면 남편에게 내 고통을 더 강조하기 위해 이혼이라는 단어를 무기처럼 썼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혼을 생각할 만큼 힘들다, 그러니 내 마음 좀 알아줬으면 하고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나를 끌어안았고 나는 안도했었다.


처음부터 이혼이라는 단어를 무기로 쓸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 방어기제나 트라우마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다. 나는 이미 이혼 가정을 경험해 봤으니 그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안다, 너는 모르지, 그러니 나는 그 고통을 감내할 만큼 지금 힘들다 뭐 이런 식의 협박 아닌 협박을 한 것도 사실이다. 불행을 무기로 쓰는 일.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며, 남편이 더 이상 헤어짐 앞에 무서워하지 않기도 마음먹고 당당히 이혼을 말했을 때, 나는 깨달았다.

나는 이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못된다는 것을. 그 불행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도망쳤던 것이다. 뜨거운 냄비를 들고 오는 아빠를 향해 두 손 모아 살려달라고 빌었던 것처럼. 남편에게는 사랑한다는 말로 빌었다. 그리고 도망쳤다. 진짜 헤어짐 앞에서 나는 겁이 났던 거였다. 남편에게서, 누군가에게서 버려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것을. 나는 겁쟁이라는 것을.


남편의 정서적인 외도로 이 일이 시작되었지만 결국에 나는 나라는 사람의 바닥을 마주하고서 백기를 든다. 마치 어떠한 이유로도 나는 버려지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다 괜찮다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또 하나.

나의 아이들은 나와 같은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실, 남편이 그런 실수를 했을 때 정신이 번쩍 들도록 혼내줄 장인어른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사돈이고 뭐고 어디 내 딸 눈에 눈물 흘리게 하냐고 큰소리칠 수 있는 친정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일주일 내내 정신도 못 차리고 울면서도 차마 친정엄마한테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마음 아파할까, 나보다 더 큰 상처로 쓰러지진 않으실까 혹여나 알게 될까 전화도 피하고 연락도 못 드렸다. 나의 행복과 나의 온전한 가정이 엄마에게는 또 다른 삶의 열매라는 것을 안다. 엄마의 희생으로 맺어진 열매. 그렇기 때문에 엄마에게만은 내 불행을 알릴 수가 없었다.


솔이가 자라 혹시나 나와 같은 상황에 마주한다면, 나는 힘 있는 부모가 되고 싶었다. 어느 한 곳 빈 데 없이 똘똘 뭉친 가족애로 솔이의 몸과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다. 혼자서 끙끙 앓으며 울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지금 나는 내 자리를 지켜야 한다. 어떠한 시련을 겪더라도 내 삶에서 끊어내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나의 아이들에게는 그저 가족의 사랑만 전해주고 싶다. 튼튼한 뿌리가 되어 꽃이든 열매든 나무든 뭐든 하고 싶은 대로 되고 싶은 대로 나아가길 응원하고 싶다. 사랑하니까, 엄마니까. 겁쟁이라도 괜찮다.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다면 이 자리를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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