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출근 7시 퇴근

당신의 이야기

by 뚜솔윤베씨

어제 오후 6시 40분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6시에 오는 전화는 둘 중 하나다. 퇴근했다 또는 야근한다. 남편은 어제 전화로 담담하게 오늘 좀 늦을 거 같다는 말을 했다.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니 무언가 이상했다. 그래서 그냥 나도 솔이보느라, 저녁 준비하느라 바쁘다며 저녁 먹고 오라하고 전화를 서둘러 끊었다. 괜히 남편한테 잔소리하거나 찡찡거리기가 싫어서 솔이 보느라 전화할 여유도 없는 것 처럼 정신없는 소리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사실 혼자 육아 할 때 대부분 공동육아를 할 때 보다 훨씬 여유롭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챙겨야 할 사람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서? ^^) 그냥 나는 나 나름대로 잘 하고 있으니 집에 일은 걱정말고 회사 일 처리하고 오라는 뜻이였는데,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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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가 열시쯤 잠들고 남편은 아홉시가 넘어 퇴근을 했다. 방에 들어가 인사를 하려는데 혼자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있다. 두통이 온 거겠지. 남편은 원래도 두통을 자주 앓는 편이고 출퇴근 할 때 멀미도 많이 한다. 더군다나 회사 일이 많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늘 두통이 있다. 오늘이 그렇겠지. 아까 전화에서도 느꼈지만 그 담담한 목소리가 지칠대로 지쳤지만 내가 걱정할까봐 애써 힘을 낸 목소리였단 걸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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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안쓰럽다. 그런 이야기들을 조잘조잘 말해주는 남편이 고마우면서도 나같으면 진작에 낙오됐을 사회생활, 회사생활을 저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꿋꿋이 하고 있는 남편이 안쓰럽고 미안하다. 그리고 그런 남편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언제나처럼 내 자신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나 조차도 마음이 무겁다. 많은 외벌이 가정이 그렇듯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가정을 꾸려나가는 사람 그 역할이 다르게 중요하지만 사실 우리가 체감하는 무게감은 다르다. 나는 가끔 오전에 시간이 좀 나거나 쉴 때면 나가서 일하는 남편, 가기 싫어도 어린이집에 가는 솔이를 생각하면 좀처럼 편히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괜히 더 정신없이 집안일을 하거나 닥치는대로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우리도 그런 생활을 4년째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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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대해 남편과 나는 뜻을 같이 한다. 육아에 전념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라고. 그래서 솔이를 보는 나를 전적으로 지원하고 이해해주며 경제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그도 힘에 부치겠지. 세상살이가 만만치않으니. 나야 당장 솔이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게 제일 큰 일이지만 남편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상황에서 왜 스트레스가 없을까. 그렇지만 잘 견디고 있는 남편에게 고마울 뿐이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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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다독이고 응원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오늘 아침 먼저 출근한 남편 방 책상 위에 업무 다이어리가 놓여져있다. 아마 급하게 나가느라 깜빡했겠지. 오늘 일과를 사진으로 찍어보내면서 다이어리에 적힌 메모를 봤다. 도통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늘 괜찮다고만 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짧게나마 쏟아진 남편의 마음을 읽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6시에 출근해 7시에 퇴근 하는 삶을 2년 가까이 살았더니, 체력이 줄어드는게 눈에 선명히 보인다.'








나도 보인다. 그의 마음과 몸이 얼마나 지쳐있는지를. 그래서 더욱 그를 위로하고 싶고 그의 짐을 나누고 싶다. 사실 나는 솔이가 조금 자라니 내 삶에 여유가 생기고 있는데 남편은 6시 출근 7시 퇴근의 삶에 변화가 없다. 이런 삶을 얼마나 더 견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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