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둘째 육아를 시작하고 처음 쓰는 글이 육아 이야기가 아닐 줄 알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알콩달콩 우왕좌왕 육아일기를 쓸 만큼 달콤한 사람이 아니다.
오늘은 지지난 밤 남편과의 일에 대해 기록하려고 자리에 앉았다. 솔이 하원까지 시간이 좀 남고, 둘째도 다행히 잘 자고 있어 오랜만에 머리에 롤을 말고 차를 한 잔 마신다. 먹다 남은 땅콩샌드까지 더하니 마치 애 둘 엄마가 아닌 것 같은 착각은 드는데 조급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 언제든 둘째가 깨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주말엔 남편과 함께 저녁을 보낸다. 밤 수유 후 둘째를 재워주기도 하고 내가 너무 헤롱 거리면 분유를 먹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남편과 보내는 밤.
둘째 꼬물거리는 소리에 남편이 먼저 깼고 나도 깼다. 그런데 둘째가 꼬물거리다 다시 스스로 잠드는 기적이 일어나면서 따란_ 새벽에 남편과 단둘이 깨어있게 되었다. 이게 웬일이냐며, 이게 얼마만이냐며 남편과 서로 안고 뽀뽀도 하고 둘째 깰세라 숨죽이며 서로 체온을 느꼈다. 젖이 차올라 꽉 껴안지도 못하는데 그것마저 야하게 느껴져 오랜만에 우리 부부는 '부부'다운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말이다, 내 마음은 한창 뜨거워지는데 이상하게 몸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감각을 넘어선 불안함마저 들었다.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무엇이 솔직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내 마음은 남편을 원하고 있는데 내 몸은 남편을 외면하고 있다고? 임신 후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지금까지 거의 몇 달은 부부관계가 없었다. 어쩔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서로에게 무심했던 건 아닌데 마침 타이밍이 왔을 때 나는 배터리가 닳아버린 솔이 사운드북처럼 켜지지 않는다.
사실 첫 출산을 하고는 내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출산 후 첫 관계는 언제쯤 가질 것이다. 하지만 첫 육아를 너무 잘하고자 열정이 넘쳐 몸도 마음도 자주 고장이 났다. 그래서 남편과의 관계는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는데, 둘째를 낳고는 달랐다. 여전히 서툴지만 첫째 때의 열정과 욕심을 내려놓고 보니 일상으로 빨리 돌아왔다. 남편의 체온과 체취가 그리웠고 아무 생각 없이 단 둘이 저 푹신한 침대에 누우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도 종종 했다. 애들 보면서도 냉장고 앞에서나 스쳐 지나가면서 도둑 뽀뽀도 하고 서로를 더듬기도 했다. 그게 그렇게 짜릿하고 신날 수가 없었는데 막상 멍석을 깔고 보니 곤란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그 순간 이걸 꼭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으니 오죽하겠는가. 남편을 원하는 내 마음도 둘째의 젖 달라는 울음에 싹 가셔 버렸고 내 몸은 여전히 켜지지 않는다. 그렇게 나름의 기회(?)를 놓치고 다시 월요일이다. 한 주는 꼼짝없이 각방을 써야겠지, 퇴근하고 와서도 솔이 보느라 둘째 보느라 각자의 피곤에 허덕이겠지. 하_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