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함께 삶을 나아가는 기록
우울 에세이.
지금 죽고 싶다.
최근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앉아 있다가 문득 휴대폰의 검은 액정에 비친 창밖의 모습을 보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늘은 청명하고 인근의 아파트와 그 사이로 보이는 산의 일부도 산뜻한 여름 풍경이었다.
아름다웠는데 분명히 좋다, 고 느꼈는데 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우울증이란 원래 그러한 증상을 동반하는 질병이다.
나는 20년 넘게 우울증을 앓고 있다.
요즘은 사람들이 쉽게 신경정신과를 방문하고, 또 병원도 예전과 달리 편안하고 아늑하게 꾸며져 있는 곳이 많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던 무렵에는 신경정신과는 가서는 안되고, 가도 무조건 일반(비보험 처리)으로 결제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주 강해서, 2주마다 약을 타고 20만 원을 냈다.
중년의 의사는 내가 하는 말을 잘 듣지 않았고, 의사로서의 소견을 밀어붙였으며, 고통을 이야기하려 하니 역정을 냈다. 적절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얼마 가지 않아 나는 비용과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그만두었다.
그 후로 수년 동안 치료받지 않았다. 항상 너무 슬프고 마치 영화배우처럼 몇 초만 주어지면 간단히 눈물이 흘러내릴 만큼 우울감이 심했고, 의지나 기력이 적었다. 이것을 없애려고 재밌는 일, 즐거운 일만 하려고 하다 보니 당연히 일상과 삶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몇 년을 보냈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파트너는 나를 열심히 설득하고 함께 가주겠다고 제안해주었고, 결국 마음이 움직였다.
두 번째로 간 병원은 이전과는 정말 판이하게 달랐다. 의사가 내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신중하게 이야기를 듣고, 조심스럽게 '지금 상태라면 일상생활을 하기가 너무 힘들 것이다. 서윤 씨가 원할 때는 외출도 하고, 가게에도 들어갈 수 있어야 하니까 그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함께> 치료하고 노력해보자고 했다. 이때 들었던 말이 인상 깊어서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10개월 후, 치료가 완전히 끝났다.
꼭 1년이 지나고 다시 병원을 찾은 이유
처음에는 질병이 재발한 줄 몰랐다. 하지만 서서히 무너져갔고, 내가 확실히 병원을 가야겠다고 느꼈을 때는 많이 심각해진 상태였다. 이번에는 특히 이전과 다른 부분들에서 더 안 좋아졌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죽고 싶어 져도 기분을 전환시킬 일이 많았었다. 책을 읽고, 적은 돈으로 쇼핑을 하고, SNS를 하며 다른 사람들이 사는 구경을 하고, 기운을 내서 좋아하는 전시회도 가보고... 하지만 이번엔 이 중에 무엇도 내 우울감을 개선해주지 못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우울증은 재발이 쉽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금방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수십 년 나와 함께 하던 질병이 1년 만에 사라지는 것도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울이 언제 다시 돌아와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방법을 찾고 싶어.
죽고 싶지만 살고도 싶어, 라는 말은 그런 의미이다. 우울증을 앓지만, 그래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삶을 나아가고 싶다는.
이제부터 나는 다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쓰게 될 나의 우울의 기록을 통해 나와 같은 분들이 용기를 가지셨으면 하고, 또 주변에 우울증을 앓는 친구나, 지인, 가족이 있는 분들도 내 글을 읽으며 우울증이란 어떤 것인지 약간이나마 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호기심으로 내 글을 읽어도 좋다. 읽으면 기억에 남고, 언젠가 우울증을 겪었을 때 아, 이게 우울증이라는 거구나. 하고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주위 사람들에게 좀 더 알맞은 언행으로 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우울증에 대해 더는 '몸이 편하고 걱정할 게 없으니 생기는 병, 그런 건 병도 아니다.'라는 무심한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러한 생각을 하는 분들도 적어지면 하는 소심한 바람으로 내 우울을 기록해나가려고 한다.
*비정기 연재입니다.
*저는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는 개인입니다. 이 글은 에세이에 불과하며, 읽고서 혹시 어떤 걱정이나 고민이 드신다면 적절한 상담기관과 병원을 방문하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