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탐구

모든 걸 혼자 해야 해, 우울을 이기는 것도.

by 이영




이 우울이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보면 10대 중반이었다.

어느 날 등교 거부를 하고, 원래보다 대인 관계가 좁아지고, 식사나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않으면서 단순하게 반복하면 일정한 결과를 주는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어떤 친구는 제가 게임을 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여기기도 했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삶의 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할 정도로 푹 빠지는 건 이상하죠. 다 이유가 있는 일이다.

게임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기보다는 우울해서 게임을 찾게 된 것이니까,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냄새도 모습도 없지만 그렇게 우울이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우울증을 치료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부서진 인생을 살았다. 삶이 고달프다는 말이 있었기에 원래 매일 매 순간 죽고 싶은 줄 알았지만 이제는 제가 잘못되고 못나서가 아니라, 병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울증은 그저 책을 좋아하고 조용하던 10대의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타난 불청객이었다.





우울을 혼자 해결하는 건 너무 힘들어.


10년 이상을 이것이 병이라는 인식도 하지 못하고 지내왔기에, 나는 종종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면... 하고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때마다 아쉬움이 컸다.

왜냐하면 이제 내가 성인이니까.

성장해야 할 시기를 병으로 보내고, 이제 어른이니까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 우울증 치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데 나이만 먹었다고 달라질 건 없어서 헤매기만 했다.

가족, 친구, 지인끼리 혹시 서로가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울함을 호소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한다.

우울증은 긴 터널을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다.





우울증 치료를 결심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기본적으로 상담과 약물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나는 상황을 털어놓고 타인에게 말로 위안을 받는 타입이 아니라서 상담소보다 병원과 약으로 치료하기로 정했다. 자신에게 무엇이 잘 맞을지 생각하고 주위의 평가 혹은 온라인상에서의 추천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지 않고 병증과 치료 이야기를 쉽게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도 있고, 개인이 경험과 정보 기록하는 SNS 계정들도 많다. 나 역시 지인의 추천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운이 좋다면 한두 번 만에 괜찮은 병원을 찾을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실망하지 말고 새로운 곳을 찾아야 한다. 치료한다고 잃은 것을 되돌릴 순 없지만,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확정할 가능성이 커지니까,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우울증을 꼭 치료해야 하는 이유


내가 처음에 완강히 병원 방문을 거부했던 건 일반(비보험)처리에 대한 비용 부담과 우울이 나의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던 점이 컸다. 파트너를 잘 만나고 또 운이 좋아 공모전에서 대상을 타고, 스토리 작가로 연재에 참여하게 되면서 비용은 해결되었지만, 쓰는 글의 스타일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건 상당한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파트너의 강한 지지와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데에 건강과 체력이 필수라는 신념으로 치료에 임하게 되었다.

재발하고 나서 약이 바뀐 다음부터는 깊은 수면에 들지 못하고 마음이 들뜨는 부작용이 있는데, 약물 조절로 후자의 부작용을 제거했지만 여전히 하루에 수면 시간이 4시간~6시간 미만이다. 약을 먹지 않고 버리고, 치료를 그만하고 싶은 마음에 한없이 깊이 떨어지는 기분도 몇 번 겪었다.

그런데도 내가 부작용을 체크하고, 의사에게 전달하며 노력하는 이유는 저의 삶이 계속되기 때문이고, 죽고 싶지 않아서.

나는 살고 싶고, 가능하면 원하는 일들을 하며 행복해지고 싶다.


곧 내원일이 다가오는데, 그전에 우울에 대해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모쪼록 우울증을 치료하는 분들이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시길 바라며.




*비정기 연재입니다.

*저는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는 개인입니다. 이 글은 에세이에 불과하며, 읽고서 혹시 어떤 걱정이나 고민이 드신다면 적절한 상담기관과 병원을 방문하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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