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연속

3회 차 병원을 방문한 기록

by 이영




이영 씨의 마음이 깨져있는 것 같아요.


내 얘기를 듣고 나서 의사분이 말씀하시던 것인데, 진료를 받던 도중 문득 이 말을 벌써 두 번인가, 세 번 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올해 상반기에 깨질만한 일이 없지는 않았다.

작년부터 준비해오던 일을 상반기에 중단했고, 초 여름에는 동물과 가족 연관해서 심각하게 조각조각 날만 한 일도 있었다. 어느 것 하나 금방 잊기 힘든 일이었다.

특히 전자의 일을 몇 달간 열심히 극복하고, 파트너에게 의지하고 도움받아 겨우 나아지나 싶더니 생긴 것이 후자의 일이었고, 솔직히 말하자면 가족에 대한 믿음이 그때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어쩌면 가족에게도 오래전부터 내가 믿음직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만약 제대로 돈을 벌고 있었더라면, 어엿하게 직장인이었다면, 독립을 할 조건을 진작 갖췄더라면... 온갖 사념들이 며칠씩 이어졌고 이때 식사나 수면도 거의 하지 않았다.

나는 가족끼리 주는 상처는 금방 사라진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경우에는 정말 영영 사라지지 않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가족이니까... 어떻게든 매일 보아야 하고, 같은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러기도 쉽지 않다. 하물며 이제 나이도 있으시고...(그러나 내가 상처 입은 일이 없어지진 않았다, 이런 생각의 나열로 상처가 사라질 수 있었다면 좋을 텐데 내가 너무 못돼 먹은 게 아닌가 하는 망상마저 든다.)



불면이 약 부작용?


거의 한 달간 4~6시간의 수면 시간을 기록했다. 4시간 이상 자는 것도 3,4시간 자고 난 후에 몇십 분 깨어 있다가 한 시간 자고 반복해서 채웠다. 나는 이게 약 부작용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의사분과 몇 차례 이야기 나누고, 상태를 체크한 후에 지금 내가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하고 싶은데 약을 통해 의지를 회복하니까 지속적으로 깨어있고 싶어서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불면은 병원을 방문하기 4일 전부터 그랬었다.

나는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잘 모르고, 외면하고 내가 나라는 걸 인지하지 않고 회피하면서 병을 견뎌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내가 어떻다, 내 의견은... 등의 말을 하는 것을 원래 정말로 어려워했다. 생각해도 모르겠으니까.

이렇게 되고 나니 대충 내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지금 돈도 없고 8~9월은 특히 더 힘든 기간이었다. 어떻게든 돈을 벌고 싶은데, 조금이라도 벌고 싶은데 내가 가진 재능이나 할 수 있는 일들로 버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글을 쓴다, 마침 글을 쓸 때 필요한 준비물이 있고 이걸로 얼마든지 쓰는 건 자유이다.

글을 쓰는 동안은 마치 재미있는 꿈을 꾸는 것처럼 기쁘고 즐겁다. 꼭 놀이동산에 와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에 비해 생산량이 많지는 않은데, 더 많이 쓰고 싶다.




약을 바꾸다.


저번과 병의 양상이 다르다고 믿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이전에 사용했던 약이 신통치가 않았다. 흔하지 않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그래서 이번에는 잘 잘 수 있고, 이전의 단점을 보완하도록 처방을 해주셨다.

며칠간 약을 복용해본 결과 효과가 아주 좋다. 나는 특히 약이 잘 받는 체질인데, 작업하고 싶은 의지(하지만 체력이 없고 졸려서 휴대폰에서 텍스트를 열심히 읽을 뿐이다.)도 조금 안정되고 기분도 나아진 데다 잠도 잘 잤다.

대신 깨고 나서 6시간 이상 심각하게 졸린데 며칠 지나면 없어질지도 모르고, 낮동안 심각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이라고는 머리를 굴려 글을 쓰는 일뿐이라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병을 앓는 분들도 함께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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