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원래 갱신할 예정이 없었는데, 요즘 에너지도 넘치고 글로 하고 싶은 말도 무척 많은 시기인가 봅니다. 저는 좋은 음악, 미술품, 영화, 소설, 자연풍경, 조각 같은 사람 등 아름다운 것을 보면 <뭔가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데요 이번에 이 글을 쓰는데 고작 읽기 시작한 지 두 페이지 만에 자극을 준 책은 바로 <최애, 타오르다>입니다. 창비의 8월 신간이며 작가인 우사미 린은 미시마 유키오 최연소 수상, 그리고 올해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습니다. 저도 아직 다 읽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내용을 확인한 다음 좋다고 느낄지 별로라고 느낄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 그럼 왜 이렇게 미지의 상태가 유지되는 걸까요?
이야기의 소재와 내용이란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사실 나보코프는 <소재, 내용>보다는 <예술적 구성>이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저도 확실히 동의하고 있는데, 내용만을 살펴보다가는 그 작품의 진가를 놓치는 경우가 많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쉘부르의 우산'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남자는 군대를 가게 되고 여자는 기다리지만, 오해로 인해 둘은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
어떤 이들은 여기서 치를 떨면서 '쉘부르의 우산'을 멀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쉘부르의 우산'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이러한 소재와 내용을 영화로 만들면서 어떻게 장식했는지 살펴볼까요? 대사를 전부 노래로 처리했고, 아름다우면서도 자연스러운 색감과 사물들, 내용이 전개되는 방식과 연출...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에는 분명히 작품으로서 <좋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며, 이것을 자신의 취향으로 따져서 작품이 나쁘다고 판단하는 건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싫어할 수는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예술적 구성>을 우선시하여 작품을 보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나보코프의 의견에 너무나 동의하면서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이 냄비 받침으로나 쓰고 싶은 작품이 몇 개 있습니다. 제목을 말하면 그걸 좋아하는 분들께 지금 상황으로는 실례이기에 적지는 않겠지만... 그렇습니다, '소재와 내용이 너무 별로라서' 참을 수가 없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미 모든 소재는 세상에 나와있고, 어차피 이거 아니면 저거 수준으로 비슷하지 않나요?'
오... 같은 재료로 똑같은 레시피로 요리를 했는데, 왜 맛집이 있고 맛집이 아닌 곳이 있을까요. 순전히 운만은 아니겠지요. 맛집을 찾아다녀본 구루메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이 맛집에서 숨겨진 비밀 포인트로 고춧가루를 넣은 것인지, 설탕을 넣은 것인지... 분명 개개인마다 다르지요. 저는 세세한 조금의 다른 밑재료가 최종적인 맛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작가들이 낡고 오래된 레시피를 뒤져가며 요즘 입맛에 더 맞게, 새로운 재료를 넣고 빼고 연구하는 것입니다. 맛이 있어야 하니까요.
이제 어떻게 해야 그 맛을 내는 방법을 알 수 있는지 궁금하실 텐데, 저는 우선 맛이 먹어보고 느껴보는 걸 추천합니다. 요즘 시대의 작가는 결코 나 홀로 인터넷도 없는 단칸방에서 누구와 소통도 하지 않고 작품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이게 표현 그대로의 의미는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여러 사람들이 만든 것, 맛이 있고 좋지 않고, 또 맛이 묘한 것들 입맛이 당기는 대로 그저 많이 보면 어느 순간 요리하고 싶은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법을 알게 되고, 기존에 있던 오래된 재료로 새로운 맛을 내는 법도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제 앞에 많은 작가들이 그래 왔고, 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실컷 풀어냈으니, <최애, 타오르다>를 마저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저는 문장 몇 줄만 완전히 마음에 들어도 그 책을 좋아한다고 여기게 되는데요 과연 이 책은 저에게 어떤 책으로 남을지 기대됩니다. 오래간만에 저에게 열기를 전해준 좋은 책이니까, 궁금하시면 다들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