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금 바빠.
저번에 괜찮다는 소식을 올린 이후로, 영화 리뷰, 시, 루피시아 시음기 전부 멈추고 매일 사진만 간간히 올리는 상태인데, 사실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어쩌면 저렇게 많은 글들을 단기간에 폭발하듯이 썼다는 건, 건강이 나빴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모든 글들을 다시는 쓰지 않을 건 아니고 며칠 전까지 파트너와 협업하는 작품이 있어서 거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돈을 벌고, 작품도 세상에 내놓는 일이니 가장 우선적으로 하는 일이다. 어렵긴 하지만 또 무척 재미있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장르물, 에세이... 등을 썼는데, 이제 보니 아예 글을 쓰지 않은 건 아니었다. 브런치에서 공개되지는 않지만, 나의 SNS를 구독하면 내가 쓰는 모든 글과 작품의 소식을 접하실 수 있다. (막간의 SNS 홍보
치료는 최소 6개월, 안정적으로는 1년을 봐야 해요.
이번 진료에서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사실 이 병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1년보다 적은 기간으로 (그것도 제가 걱정이 된다고 해서 2개월 더 약을 복용하고 지켜보았던) 치료를 했기에 1년이라고 하셔서 내심 놀랐다. 이렇게 빨리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장기간을 지켜봐야 하는구나... 하고. 하지만 선생님께 신뢰를 갖고 있고, 또 지금 상태가 무척이나 편안하고 고요하면서, 또 나답다고 느껴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파트너가 해준 이야기로는 우울증을 오랜 기간 방치한 사람의 호르몬과 뇌는 평범한 사람이 짧게 우울증을 앓았을 때와 약간 다르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상처도 방치하면 덧나고, 잘 낫지 않는데 정신의 고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난 인내를 가지고, 우울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다.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건?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글을 더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거의 고치지 않아도 될 단어를 문장에 배치'하고 쓰는 속도는 '10분에 1000자'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40분 작업하고, 20분 쉬는 루틴을 하고 있으니 1시간에 4000자를 쓰는 셈이다. 지금도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다. 원래도 조금 빠르게 쓰는 편인데, 퇴고를 거의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라니 정말 놀랐다. 하지만 이게 원래 내가 가진 능력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앞으로도 평생 글을 쓰며 살고 싶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나를 사람들과 세상으로 연결해주는 끈이 글밖에 없다. 다른 것도 조금씩 조금씩 잘하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고, 우울증으로 공부도 거의 못했으니 가진 능력이 글뿐이라는 의미이다.
그래도 이것이나마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시원한 주말 저녁을 마무리한다.
다들 건강하시고, 또 행복한 나날 되시길 바라며.
가을의 문턱에서 이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