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침전

그래도 좀 살만하다고 느낀다

by 이영




이제 조금 괜찮은 것 같아.


얼마 전 병원을 다녀왔다.

저번에 잠을 잘 못잤다고 썼는데, 수면을 취하지 못하니까 정말 힘들었다. 낮에 눈을 뜨고 있어도 제정신인 적이 없었고, 누군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렵고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약이 잘 듣고 적응기가 조금 필요한 편이라서, 졸음을 참고 낮동안은 위험한 일, 즉 칼을 다루거나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졸린 채로 낮이 지나가고 밤이 되면 그때부터 정신이 들어 자정 무렵엔 정말 또렷해졌고, 원래의 건강했던 나로 돌아왔다. 그렇게 새벽에 작업을 하고, 늦게 잠든 다음 다시 일찍 깬다...

나는 약 부작용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병원을 방문 하기 삼사 일 전부터 잠을 잘 못 잤다. 그때는 단순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몸무게가 갑자기 쭉쭉 빠지거나 수면을 잘 못 취하거나, 소화가 안 된다거나 등등 모두 건강이 나빠졌다는 증거였다. 선생님에게 여러 번 약 부작용에 불면에 관련된 것은 없다고 들어도 약에 대한 의심(?)이 들어 이삼일 안 먹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상담 후에 안정제를 늘리고 나서야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우리 이렇게 쭉 치료를 한번 해봅시다.


내가 기분이나 작업 속도 등이 나아졌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었다. 듣고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사실 약을 조금 바꾼 후에는 또 깨기 전, 깨고 나서 6시간 후에 너무 졸려서 힘들었다. 잠이 안 오다가 이젠 잠이 너무 많이 오니 곤란했지만, 그래도 잠을 못 자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서 상황을 전달드리며 약을 복용했고 지금은 하루에 한 번 정도 잠이 쏟아지는 것 외에는 대부분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약을 줄일 수 있는지 여쭈어보았더니, 안정적이니까 바꾸는 것보다는 사람은 깨어나서 6시간 후에 가장 졸리므로 가볍게 카페인을 섭취해도 좋고, 또 낮잠을 10분 정도 자는 것도 괜찮다고 하셔서 낮잠을 자는 쪽으로 했다. 오늘 정말 달콤하게 잠든 줄도 모르고 30분간 자고 일어나서 열심히 글을 썼다.

어쩌면 내가 안정기에 접어든 걸지도 모른다. 다른 변화로는 원래 글을 빨리 쓰는 편인데, 그 속도가 훨씬 더 좋아졌다는 점이다. 문장을 거의 고치지 않을 만한 글을 뽑아내고, 분량도 넉넉해져서 신기하고 또 기쁘다. 글을 쓴다는 건 내게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모험과 같은 일이어서 잘 풀리니까 정말 행복하다.




우울을 견디고, 글을 쓰면서


이제 없는 건 돈뿐이다. 작년 이후로 스토리 작가 일을 쉬고, 그간에 여러 가지 사건이 있어서 처음 했던 작품의 정말 적은 수입에 기대고 있는 상태이다. 이마저도 몇 달 전부터는 더 줄어서 취미로 하고 있는 일로 돈을 벌거나, 혹은 글로 돈을 벌어보려고 이것저것 해보지만 역시 다른 사람의 돈을 얻어내는 건 쉽지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끈기가 중요한 것 같다. 어떤 유명한 사람도 처음에는 다 나처럼 반응도 별로 받지 못하고, 또 돈도 많이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상기하며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오늘도 우울로 인해 삶이 힘드신 분들, 저와 함께 같이 치료해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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