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털털한 와인의 맛

퇴사 그리고 조지아 여행

by 연근

[국어사전]

시금털털하다

(형용사)

1. 맛이나 냄새 따위가 조금 시면서도 떫다.

2. 어떤 일이나 말이 실망스럽고 못마땅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네, 제가 하겠습니다!"

나는 어제 오후 준비해온 천원짜리 로또복권을 면접관들에게 돌렸다.

"이거 너무 뻔한거 아닌가?"

"에이. 그럴리가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시작하겠습니다. 방금 드린 종이는 이번주 토요일에 당첨 확인이 가능한 로또 복권입니다. 꼭 당첨이 되셨으면 좋겠지만, 당첨이 되지 않는다면 제가 *****에 입사해서 당첨금 만큼 벌어다 드리겠습니다."


실무진 면접 합격 통보를 받기 전 알고 지내던 학교 선배와 잠시 만났다. 그 선배는 내가 입사를 희망하던 회사 3년차 사원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취업준비를 시작한 이래로 회사에 입사하는게 꿈이었다.


"면접 잘 봤어?"

"잘 모르겠어요. 면접관님들 입가에서 옅은 미소를 본 것 같긴 한데. 기분탓일까요?"

"잘 했겠지. 근데 이번에 면접보러 온 애들 장난아니었다던데?"

"왜요?"

"지금 벌써 전사에 소문 다 났잖아. 어떤 애가 로또 복권을 나눠주더래. 임원진들은 뭐지? 자기가 이 회사의 로또라고 말하려고? 귀나 파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첨금 만큼의 영업이익을 벌어다 준다했다는거야. 수백명이 면접을 보러왔는데 다 서비스니 이미지니 뜬 구름 잡는 소리만 했었대. 게중에 직무를 정확히 이해한 지원자가 단 한 명이었다고. 팀장님이 그 지원자는 어떻게 해서든 합격시킨다고 그랬대."

"헐.. 대박이네요. 그래도 임원진 면접도 남았고 합숙면접도 남았는걸요."

"뭔데. 지금 견제하는거?"

"아니요. 선배님.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런데... 그거 저예요."



합격의 기쁨도 잠시. 주말도 낮밤도 없이 일을 했다. 선배들은 아무도 안 하겠다는 신규사업장에 배치되는 바람에 두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했다. 주변에 힘들다는 말을 할 때 마다 돌아오는 말은 '이럴때일수록 술 한잔 해야지?' 였다. 술은 고사하고 밥 먹을 시간도 없어 걸어다니면서 음식물을 입속으로 구겨 넣었다. 매일 첫 차를 타고 출근해서 막 차를 타고 퇴근했다. 월 마감이 다가오면 새벽 2시에 택시를 타고 김해에서 부산 사택까지 택시를 타고 퇴근했다가 2시간 자고 다시 출근했다. 경력대비 과도한 업무에 지쳐 상사에게 업무 조정을 요청했다. 괴씸죄로 출퇴근 거리 왕복 6시간의 업장에 발령 받았다. 언젠가부터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한참 들썩이다 집에 들어 갔다.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회사에서 더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정말이지 더 이상 해낼 자신이 없었다.


"파트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인데? 요새 힘들다고 개기는거가?"

"말 그대로 입니다. 회사를 그만 다니려고 합니다."

"안 그래도 바빠죽겠는데 가지가지 한다. 이유나 들어보자."

"행복하지 않아서요."

"행복? 방금 행복이라고 했나? 그런 생각할 시간도 있고 부럽다. 됐고, 아까 하던 손익 이야기나 다시 하자."

"후임자 인수인계 끝나는대로 그만두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해주셨으면 하고요."


고봉밥을 눌러 담듯 나의 시간과 열정을 퍼담고 눌러 올린 7년의 경력이 단절되었다. 내 손으로 밥그릇을 뒤집어 엎었다. 친구들은 그렇게 들어가고 싶은 회사를 왜 그만두냐고. 남들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왜 그만두냐고 했고. 친정에서는 결혼하자마자 일을 그만둔다며 시댁 어르신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나를 옆에서 봐 온 남편만이 나의 결정을 지지했다.






퇴사를 하고 한 달쯤 지났을까. 소파에 누워 거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물이 또르륵 흘렀다. 이유도 없이 그런 날들이 계속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속이 뻥 뚫린 것 처럼 시원해지고 모든 게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왜 퇴사 후에도 마음이 이모양인걸까. 남편에게 털어놓기 미안했다. 친한 언니에게 털어 놓았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다가 갑자기 많은 시간이 생겨서 그럴거라며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다. "돈도 안 버는 데 여행은 무슨!"이라고 대답했지만 내내 머리속을 맴돌았다. '여행...?' 마음속의 물음표는 어느새 느낌표로 기울었다. '그래, 여행!'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가서 정보가 많은 나라에는 가기 싫었다. 그렇다고 너무 위험한 나라에도 가기 싫었다. 세계 지도를 펴놓고 가보고 싶은 나라 이름에 우선순위를 매겨 동그라미도 별도 그려 보았다. 딱 '어디다' 하고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지도 수수하지도 않은 산 아래 옹기종기 앉아 있는 마을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찾아보니 시골 중의 시골이라 가로등도 거의 없고 은하수가 그렇게나 잘 보인다고 했다. 우쉬굴리. 메스티아에서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다는 그 마을에 닿기 위해 조지아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내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준비하는 것 중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연 먹거리다. 당시에는 조지아 여행관련 책도 없고 인터넷 블로그에도 정보가 많이 없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론니플래닛 영어판을 뒤적이며 조금씩 여행(먹을) 계획들을 세워갔다.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저녁을 먹다가 코카서스의 높은 봉우리에 걸려 넘어져 음식을 쏟았는데, 그 곳이 조지아라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시인 푸시킨 또한 '조지아의 모든 음식은 한 편의 시다'라고 칭송했다고 하니 조지아에서 있을 미식 여행이 한껏 기대되었다.


- 뿌리: 화덕에 구워낸 빵. 조지아의 주식. 바게트와 유사. 300원 남짓.

- 하차뿌리: 치즈, 계란 등을 가운데 놓고 구운 전통 빵. 조지아 피자.

- 므츠와디: 고기 꼬치 바베큐. (주로 돼지고기. 조지아는 종교적인 이유로 못 먹는 고기가 없음.)

- 낀깔리: 조지아식 만두.

- 추르츠헬라: 조지아의 스니커즈. 소시지 모양. 호두에 포도주스 졸인 반죽을 말아 말린 것.

- 샐러드: 다양한 채소와 요리법이 있다고 함.

- 와인: 와인을 제대로 알려거든 조지아로! (읭? 이건 뭐지?)


<와인의 발원지라고 추정되는 조지아. 와인은 보통 수확한 포도를 으깨서 오크통에 숙성을 한다. 반면, 조지아 전통와인은 원추모양의 점토 옹기 '크베브리'에 갓 수확한 포도를 송이째 항아리에 담아 땅에 묻어 숙성시킨다. 그래서 흔히 생각하는 레드나 화이트가 아닌 매실주 색깔에 가깝다. 한국에서 집집마다 김치나 매실주를 담그는 것 처럼 조지아에선 집집마다 포도주를 담그며, 레스토랑마다 고유의 하우스 와인을 판매한다.>


뭔가 익숙해서 더 기대되는 조지아 와인. 조지아에 가서 먹을 것들을 정리하다 와인이란 글자에 동그라미와 별표를 세 개 그려넣었다. 매일 와인을 한 잔씩 해보겠노라 다짐과 함께.





조지아 여행은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음식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곳이라는 점이 그랬고, 혼자 갔다는 점이 그랬고,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는 점이 그랬다. 처음에는 혼자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쭈뼛 쭈뼛 하우스 와인을 한 잔 시켜 마시고, 와이너리 투어에 합류해서 여러가지 와인을 시음했다. 나중에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호스트와 함께 와인은 물론 꼬냑, 맥주 등의 다양한 술을 마셨다. 그동안 보낸 시간 때문인지, 마신 술 때문인지, 친절한 사람들 덕분인지 나는 조지아에 점점 매료되어 갔다.


문제는 항상 예상치 못한 때에 일어난다는 것을 모른채.

트빌리시, 카즈베기, 시그나기, 쿠다이시 여행을 뒤로 하고 드.디.어. 우쉬굴리에 갈 수 있는 메스티아에 가는 날이었다. 트빌리시에서 메스티아까지 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어렵게 경비행기를 예약했는데, 날씨가 안 좋아서 비행기가 취소되어 버린거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회사에서워낙 비상상황이 많아 배운 거다.) 나는 기차역으로 뛰어가 주그디디를 거쳐 메스티아로 가는 12시간 짜리 기차에 올라탔다. 계획한대로 되지 않는거. 이런게 여행의 묘미지.


앉았다가 누웠다가 옆 침대칸에 누운 모녀와 이야기를 했다가. 머리에 기름이 나와 떡이 질 때 쯤 메스티아에 도착했다. 함께 택시를 잡아탄 사람들은 모두 예약해놓은 숙소가 있었다. '숙소가 없으면 어떡하지?' 괜히 마음이 조급했다.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어플을 열었다. 메스티아에 온 이유는 별을 보기 위한 목적이었으니 조용하고 빛의 영향이 적은 곳으로. 하지만 다니기에 너무 무섭지 않은 곳 중에 제일 저렴한 곳을 골랐다.


마을을 한바퀴 하고 혼자서 언덕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나름의 만찬을 즐겼다. 마을은 한적하고 아름다웠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지도로 볼 때는 중심지와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숙소로 가기 위해서는 길을 두르고 둘러 두 개의 다리를 건너야 했다. 가는 길은 얼마나 조용한지 해가 쨍쨍 내리쬐는 대낮에도 등골이 오싹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도착한 숙소는 사진에서 보던 것과 달리 꽤나 허름하고 음산해보였다.


"저기... 계신가요?"

"아무도 안 계신가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눈을 꿈뻑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으아악!!!!!!"

(꿈뻑 꿈뻑)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요. 오늘 숙소 예약했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꿈뻑 꿈뻑)


'말씀을 못하시는 분인가...?' 시외로 나가는 길도 괜히 무섭고 예약시스템이 되는 곳이니 누군가 오겠지 싶어 한참을 기다렸다. 얼마 후 투닥이는 소리가 들리며 젊은 남녀가 들어왔다. 내게는 아무말도 않던 할머니는 두 남녀에게 알아듣지 못할 말을 했고. 곧바로 방을 안내받았다. 그들은 할 일이 없으면 함께 와인이나 마시자며 내려오라고 했다.

"SURE!! I LOVE IT!!!"


그동안 집에서 직접 담근 와인을 제대로 못 마셔본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 곳에선 누가봐도 '찐'으로 보이는 와인을 내어왔다. 색깔이 마치 할머니가 담그던 매실주와 비슷했으니까. 남매는 메스티아 출신이라 집에서는 메스티아어를 사용하는데 학교에서는 조지아어를 사용하고 영어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 17살 이란성 쌍둥이. 메스티아 복싱 챔피언이라는 남자의 이름은 산드로. 스키 챔피언이라는 여자의 이름은 마리.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시는데 산소와 이미 접촉을 많이 했는지 맛이 썩 좋진 않았다. 대충 마시는 시늉만 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한국의 회식자리에 온 듯 한 멘트가 들렸다.


"원샷"

"왜?"

"조지아 스타일"

"하.. 그래 뭐!"


낯선 이들의 환대도 고맙고, 조지아의 음주 문화도 우리와 비슷한가보다 하며 연거푸 세 병을 비웠다. 술과 함께 남매와 나는 완전히 무장해제되었다. 눈꺼풀은 물먹은 솜처럼 자꾸만 무거워져 검은 눈동자가 아랫쪽 반만 보였다. 미각은 와인의 맛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할 수준이 되었다. 혀는 자유분방하게 꼬일대로 꼬여 아무 말이나 나오는대로 뱉기 시작했다. 물론 개소리는 산드로 그 개자식의 독차지였지만.


"한국 남자에 대해 설명해줘."

"음.. 그런게 있을까...? 사람마다 달라서.."

"조지아 남자에 대해 알고 싶어?

"왜. 뭐 특별한거라도 있어?"

"당연하지. 조지아 남자들은 아내나 여자친구가 있어도 바람을 필 수 있어."

"이해가 안되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 완전 싫어. 더러워."

"왜? 말 안하면 와이프도 여자친구도 모르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상대방이 모르면 뭐해. 내가 알잖아."

"그래. 나만 알잖아. 너의 남편이 모르게 너만 알면 되지. 나도 여자친구가 있고 걘 끝끝내 모르겠지."

"뭐???????"


웃고 있던 내 얼굴은 단숨에 구겨졌다. 더 이상 말을 섞거나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싫었다. 마리는 이미 만취상태라 나에게 눈길하나 주지 않았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산드로가 내 손목을 잡아 당기는 바람에 내 몸뚱아리가 소파로 내동댕이 쳐졌다. 이건 또 무슨 개뼈따구같은 시츄에이션인가 싶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소리를 질렀더니 복싱 동작을 알려주는거란다. '이대로 있다간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르겠어. 게다가 이 개자식은 복싱 챔피언이라고 하잖아.'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산드로를 있는 힘껏 밀어 버렸다. 산드로는 머리부터 꼬구라져 소파 모서리에 처박혔다. 입속에 알고 있던 모든 육두문자가 맴돌았다. 따라올세라 뒤도 안 돌아보고 방으로 올라왔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였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해야하지 생각보단 나의 안위가 제일 걱정되었다. 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20kg나 되던 배낭을 문 앞에 두었다. 커튼도 여러번 확인해서 밖에서 안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했다. 다른 투숙객이이 들어오면 긴장을 덜어 놓을 수 있을텐데. 아무리 귀를 쫑긋 세우고 누군가 오길 기다려도 그 날 밤은 나 혼자인 듯 했다. 너무 긴장한 덕분에 밤이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지난 밤 야간 기차를 타고 와서 아직 씻지도 못했지만 샤워를 포기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물도 마시지 않았다. 그렇게 꼬박 밤을 세우고 신청해두었던 조식도 거른채 밖으로 나왔다. 산드로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007 첩보작전을 방불케하는 발끝과 가재미 눈으로. 게스트하우스를 벗어나서는 거의 뛰다시피 발길을 재촉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광장이 눈 앞에 보이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썰물같은 감정이 멈추지도 않고 밀려왔다. 주체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기분 좋게 넘겼던 일들도 꼬아서 생각하게 됐다. 중국을 경유하는 시간이 24시간이 넘는데 비자가 없어서 비행기표를 45만원이나 더 주고 교환한 일. 베이징에서 제공하기로 한 숙소가 제공되지 않아 (사람이 기다리기로 했는데 아무도 없었음) 공항에서 노숙을 한 일. 노숙을 하고 있는데 공안에게 붙들려서 고생한 일. 우루무치 항공법이 당일부터 바뀌어서 짐을 다시 찾고 붙이는 일을 50분만에 하기 위해 허겁지겁 정신 없었던 일. (수상하게 보였는지) 팬티 안까지 보안 검색을 당했던 일. 시그나기 와이너리 투어 예약을 영어로 했는데 말도 없이 러시아팀으로 배정되어 아무말도 알아듣지 못한 일. 차 멀미가 심한데 봉지가 없어 아끼던 파우치에 구토를 한 일. 일주일 넘게 매달려서 겨우 예약한 메스티아행 경비행기가 당일 취소 되었는데, 환불 받을 방법도 없다고 한 것. 비행기를 놓쳐서 하루 일정을 몽땅 날리고 기차를 타야 했던 것. 기대하며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던 하츠왈리 케이블카는 운행 중단. 여기저기에서 피워 대는 매쾌한 담배냄새와 오래된 자동차의 매연. 그리고 어제 게스트하우스에서 겪은 기분 나쁜 일까지.


생각해보면 많은 일들이 그랬다. 처음 생각과 다르다. 드디어 운명의 상대를 찾은건가 연예를 시작하면 항상 예상을 빗나갔다. 그저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 없거나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사람이었다. 큰 규모이지만 분위기가 가족같다던 회사는 겉으로만 알려진 이미지와 크게 달랐다. 결국 나는 단물이 쪽쪽 빨린 흑색 인간이 되었다. (가 족같은 회사겠지)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내게 와 닿았다. 마치 내가 불운을 끌어당기는 거대한 자석이 된 것만 같았다. 이런 감정을 뭐라 표현해야 이 기분을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세상은 왜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을까. 기분 전환을 위해 메스티아에서 가장 핫하다는 재즈바에 가 피자에 와인을 곁들여 마셨다. 그날 마신 와인은 끝맛이 유난히 시금털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