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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식이 Apr 20. 2017

공명하는 삶

스물다섯, 크리에이터 이성현

10대 시절부터 스스로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해온 그는 강남 지역에 작업실 얻고 옮기기를 반복하다가, 최근 수원의 한 공원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 본격적인 자취인 계열에 합류했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며 그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이성현을 그의 무대이자, 작업실이자, 반려견 웅이와 함께 사는 보금자리인 수원 자취방에서 만났다.

방송을 업으로 삼고 있는 20대 남성. 트렌디한 옷들로 가득 채워진 드레스룸을 생각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좁은 부엌을 지나 제일 먼저 보이는 건 피아노 한대,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커다란 모니터 두 개와 그 옆에 세워진 마이크 하나. 한참을 둘러보다 옷가지가 걸려있는 행거를 하나 발견했다. 옷이 이게 다냐고 묻는 나에게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오피스텔 붙박이장에 청바지도 몇 벌 더 있다고 대답한다. 잘생긴 얼굴은 둘째 치고, 20대의 싱그러움을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는 그의 매력이 트렌디한 옷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노래하는 사람이라 커피나 차를 마시지 않아 대접할 것이 물 밖에 없다며 미안해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생수병이 가득하다. 시원한 물 한잔이면 된다고 하니, 찬장을 뒤져 예쁜 컵을 찾아내고, 열려있던 물병이 아니라 굳이 새 병을 따서 물을 담아내어온다. 서툴지만 다정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잘생기고 노래 잘하는 BJ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이 남자가 더 궁금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돌을 꿈꿔왔던 이성현은 길지 않은 연습생 기간 동안 데뷔가 세 번이나 무산되는 좌절을 겪었다.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그는 특유의 담담한 말투로, 이런 일들을 겪으며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와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고 말한다. 고민의 시간을 통해 얻은 결론은 크리에이터. 틀을 벗어나 새로운 것이 도전하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사람. 이것이 3년 전, 그가 인터넷 방송이라는 새로운 바다에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게 된 계기이다.

특기를 살려 보컬 트레이너로 정기적인 수입을 얻고 있던 그는 얼마 전 트레이너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인터넷 방송에 전념하고 있다. 주로 라이브로 노래를 들려주던 방송을 하던 그는 방송을 전업으로 삼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방송 채널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웹진, 온라인 커머스 등을 통해 전에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를 하며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뿐만 아니라 기존의 노래 방송에서 범위를 더 넓혀 모델이나 가수 등 여러 직업의 게스트를 초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소소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토크쇼도 진행 중이다. 하루도 쉼 없이 바쁘게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탐구하는 그에게, 궁극적으로는 텔레비전 방송 데뷔가 목표인 것이냐고 물었다. 단호하게 아니라고 한다. 그는 그저 늘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꺼내보이고, 이를 통해 사람들과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가 말한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이제야 어떤 건지 깨달았다. 그저 계속 만들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창조의 시간 - 생각하고 준비하고 만들어내고 결과를 얻어내는 그 모든 과정 동안 그에게는 항상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이제 친구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하나둘씩 사회로 진출하고 있는데, 직장을 다니며 월급을 받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그들을 보면 경제적인 면에서 가끔 불안한 마음이 때도 있다. 열심히 해야지만 일이 생기고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매달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들 보다는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더 민감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보컬 트레이너로 오랫동안 일을 하다가, 크리에이터를 전업으로 삼은지가 오래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돈에 대한 걱정은 많이 없는 편이다. 그보다는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안정된 삶이나 돈에 대해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 같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업계 자체와 그 속을 채우고 있는 콘텐츠 자체도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처음’이 많다. 회사를 꾸려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곳들도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그래서 방송을 할 때에도 피디가 짜 놓은 그림을 나머지 구성원들이 그려내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를 비롯한 각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방송을 만드는 이들이 다 같이 함께 무언가를 창조하는 수평적 관계이다. 트렌드에 앞서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다시 오지 않을 스물 다섯째 봄을 가열차게 살아가고 있는 이성현에게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물었다. 두 가지 질문에 모두 ‘여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그에게 여유 있는 라이프스타일은 동경의 대상이자 두려움이다. 어쩌다가 하루 쉬게 되면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여유가 불안하다. 여유가 생긴다는 건 일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고, 지금의 그에게 일이 없는 시간은 그를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 한다. 한 번 빠지면 매우 깊게 빠져드는 성격이라,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해 헤어 나오기 힘든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다고 했다. 많지 않은 나이이지만 그가 겪어왔을 굴곡들이 보이는 것 같다. 어린날의 실패와 숱한 고민의 밤을 혼자 감내했을 이성현은 이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크리에이터라고 부를 수 있는 전문 방송인이 되어있었다.

새로운 시도, 다양한 경험에 목이 말라있다는 이성현. 그래서인지 롤모델도 분야별로 다양하다. 노래를 할 때는 말하듯이 담담하게, 하지만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이적을 좋아한다. 방송에 있어서는 요즘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을 유심히 보고 있다며, 인터넷 방송계의 유재석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트 있고 정돈된 방송을 하는 데다,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도 부럽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일 할 때는 제대로 하면서 자신의 삶에 여유를 가지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하하도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한다.

“방송에 있어서 정형돈과 유세윤의 스타일도 많이 배우고자 한다. 비급 정서랄까.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재밌어 보인다기보다는 도시적이고 있어 보이는 이미지가 정형화되어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점점 빼가면서 모두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이미지를 쌓고 싶다. 시청자들이 나를 봤을 때, 언뜻 차가워 보이지만 재미있고 편안한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정형돈을 많이 동경하는 편인데, 나도 그처럼 살리에르 증후군에 시달렸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1등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스스로 치부하게 되는 증상인데, 정형돈은 이걸 멋지게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지금도 자신만의 영역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정형돈처럼 경험과 센스를 많이 쌓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려고 한다.


최근 새로운 콘셉트의 방송도 시작했다. 원래는 스튜디오나 집에서 실내 방송을 위주로 했었는데, 요즘엔 밖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한 방송을 하고 있다. 혼밥 하기 좋은 곳을 소개하고, 밥 먹을 사람 없는 사람들과 실시간 채팅으로 만나서 같이 밥을 먹기도 한다. 방송에 나온 맛집 검증을 하기도 한다. 음식 관련된 콘텐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 이번에 해보니 재밌는 것 같더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성현에게 그가 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말해달라고 했다. 오래 고민을 하던 그는 어렵지만 단호하게 '울림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하든, 나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감명을 받든, 유익한 정보를 전달해서 보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것이든, 감정의 흐름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터로써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도 결국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는 일이 아닌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공명. 그것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2017년 4월 20일 목요일.


글_황은솔

사진_이현재

협조_플레이버 www.flavr.co.kr


이성현_ @ohiotan2

www.youtube.com/proak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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