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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vus Sep 18. 2020

16. 영재는 좋은 선생님이 필요하다

처음으로 좋아했던 선생님


  좋은 선생님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좋은 선생님은 많지만 영재아에게 좋은 선생님은 흔하지 않다. 예민하고 독특한 특징들과 함께 수업을 훼방 놓는다고 생각하거나, 너무나 많은 질문을 귀찮게 여길 수도 있다. 영재아가 보일 수 있는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독여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선생님이 아닐까? 




처음으로 좋아했던 선생님


  비록 10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까지 9년 남짓의 짧은 삶을 살면서 삶의 대부분이었던 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나 싫어하는 사람이 담임선생님이었던 2학년 때는 더욱 그랬다. 매일매일 학교에 가기 싫어했고, 그런 마음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까지 했다. 해가 바뀌고 3학년이 되어 만나게 된 담임선생님은 그 간의 고생에 보상을 주기라도 하는 듯 좋은 선생님이셨다. 많은 학생을 열정적으로 가르치신 좋은 선생님이셨고, 나는 물론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셨으며, 영재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신 영재에게도 좋은 선생님이었다. 필자의 경우는 정말 운이 좋게도 교육청 영재교육원에 지원할 수 있는 첫 학년인 3학년 때 영재교육에 뜻이 있으신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지원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가진 학문적인 호기심을 숨기거나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나는 질문을 해도 어떠한 내색 없이 답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셨고,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교육청 영재교육원에 지원하도록 도와주신 것뿐만 아니라, 당시 다니고 있었던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이 아닌 다른 영재교육원에 지원할 수 있도록 직접 추천서를 작성해주시기까지 했다. 이러한 개인적인 도움은 물론이고,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도 했다. 학교에 당시 키우던 장수풍뎅이나 식물을 가져올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고, 다른 아이들과 곤충이나 식물을 보며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하셨다. 선생님은 나를 '과학 전도사'로, 아이들은 나를 '박사님'이라고 장난스럽게 부르며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다. 


  3학년 때부터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마음이 많이 줄어들었고, 처음으로 가장 친한 친구들이 생겼으며 학교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러 자료를 조사하니, 영재아들은 단순히 학교에 부적응하는 것만이 아니라, 독특한 면과 나이에 맞지 않는 지식이 잘난 체로 비추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높은 교육열과 함께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오히려 긍정적이라 영재를 시기하는 일은 있어도 따돌리는 일은 덜 한 듯하지만,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그려지는 'nerd'의 이미지는 곱지 않다. 나의 영재성과 특이할 정도로 조용한 성격이 다른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인 것은 선생님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만약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정말 운좋게 만난, 미세한 확률로 내가 다닌 학교에 발령받은 선생님이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던 나를 울타리 바깥의 학교라는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해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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