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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vus Nov 11. 2020

30. 우울증이 내게 남긴 것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우울증은 약으로 개선할 수 있다. 다만, 마치 감기약처럼 증상을 경감시켜 줄 뿐이다.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않는다면 완치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원인이 남아 있는 한, 약의 영향이 줄어들거나 약의 효과를 넘어서는 스트레스가 닥쳐오면 다시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약을 복용하며 증세가 나아진 나는 오히려 새로운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경험했던 무기력함과 우울, 분노가 너무나 잔혹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 시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던 '삶의 의미'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그런 의문과 불안함이 나를 짓누르기보다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는 것이다.


  (...) 악순환이 되었을 것이다. 그 생각들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꼬리를 물고 가라앉겠지. 어쩌면, 이렇게 계속 분석하려 들고, 악순환 이라는것을 집착하다시피 피해다니는게, 우울증에 대한 우울증 비스무리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17년 5월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그런 이유로 나는 나 자신을 분석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원인을 찾으려 하고, 삶을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삶을 사는지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옛날의 나와 비교하면 정말 다양한 것을 시도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읽던 논어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더하여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필두로 고전 철학책들을 찾아 읽었다.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끼리 모임이 있다면 일부러 나가 참석해보기도 하고, 같은 자퇴생을 위해 봉사하는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를 찾아가고, 청소년 상담 복지 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상담심리학을 얕게나마 공부하고, 영재성에 주목한 이후에는 그에 관련된 다양한 책과 논문을 찾아보았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몇 년의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보고 분석하며 생각보다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나를 만든 원인은 정말 다양하고 서로 복합적인 작용을 일으켰다. 지금까지의 글에서, 다양한 원인 중 영재성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을 시간이 흐른 순서대로 정리했다. 이제, 나를 만든 원인 중 영재성과 연관되어 있으며 아직도 남아있는 것을 정리해볼 차례이다. 


  나를 알아야겠다고 결정한 시기부터 마음에 품고 있는 시구 하나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Dum loquimur, fugerit invida aetas. 

(While we talk, envious time will have fled.) Odes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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