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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vus Dec 16. 2021

1. 코로나 시대의 정보권력

어떻게 올바른 권력을 얻을 것인가?

 나는 비뚤어진 사람이다. 평균이 곧 정상인 세상에서, 평균치에 들어맞는 것은 외형뿐이다. 나의 내면, 그러니까 나의 우울함, 불안함 등 신경증적인 요인, 스트레스 장애 등 상상 가능한 대부분의 요소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 연재는 이런 필터를 낀 채 바라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코로나 시대

 '안내 말씀드립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7,000명을 넘어서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흘러나오는, 방역 수칙 준수를 부탁하는 안내 방송이다. 그러나, 코로나의 범유행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구의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나고, 매일 아침 일일 확진자를 확인해보던 일상은 금세 먼 과거가 되었다. 처음으로 확진자가 네 자릿수를 기록했을 때 느껴졌던 위기감은 빠르게 걷혔다. 나는 무뎌졌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감염병에 관심이 많았고, 감염병에 의해 인류가 고전하는 작품을 보며 자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역시 <컨테이젼>. 나는 인류가 지금과 같은 시련을 겪게 된다면, 코로나바이러스보다는 더 위험한 바이러스일 것이리라 생각했었다. 그런 나의 상상 속 바이러스에 비하면 코로나는 위험하지 않은 편이었고, 실제로도 한국은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지 않고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와닿는 심각성도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컨테이젼>의 플롯과 비슷했다.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공유되었다. 인류사 그 어느 때보다 서로 긴밀히 연결된 인류는 코로나의 전파 속도만큼 빠르게 진위에 상관없이 모든 유형의 정보를 전파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정보의 홍수에도, 어느새 무뎌졌다.



정보 권력

 정보는 이제 위험 수위를 넘어서 '범람'하고 있다. 짧은 식견으로 생각하건대, 인류가 살아온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정보랄 것이 많지 않았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온, 혹은 유전체에 각인된 정보만이 있었을 것이다. 그랬던 정보는 기록 수단의 발명이라는 어떠한 천재적인 사건에 의해 누적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한동안 정보는 미미했다. 이 시기의 정보는 보통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고, 접근도 쉽지 않았다. 권력이 있어야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고, 그 양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누적된 정보는 차차 빛을 발했고, 정보가 다시 정보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을 짧은 기간에 연달아 거치며 정보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기술의 발달, 정보혁명은 지금까지 누적된 정보를 '비교적 공평하게' 일반 대중에게 접근을 허용했다. 점차 권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정보가 허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이 더 발달하자, 정보에 접근한 일반 대중이 정보를 재생산하기 시작했다. 정보가 범람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 정보가 있어야 권력에 접근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정보의 양,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관계없이, 정량적인 양을 정보 권력이라고 부르겠다. 아, 여기서 흔히 놓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재생산되기 시작한 정보는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고, 그 기간은 수백 년이 채 되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아직도 호랑이를 보면 도망쳐야 한다는 시절에 머무르고 있는데도!


 정보가 곧 권력인 시대지만, 그 권력이 빛을 발하기란 쉽지 않다. 정보의 바다가 너무나 깊어진 까닭에, 충분한 전문성을 획득하려면 한 지점만을 긴 세월 탐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누군가 사진을 보여주며 말한다. '이 사진은 정보의 바다에서 'SARS-CoV-2 백신'이라는 해구를 찍은 사진이야.' 이 사람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이 사람은 정보권력을 쥐고 있다. 이 권력을 나도 얻을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권력은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곧 무너져 내리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 전에 진실한 것인지 판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혼자서는 판단할 수 없다. 우리의 뇌가 가진 기초 지식과 논리 회로는 '호랑이는 위험하다'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보가 진실인지 판단하려면, 또 다른 정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하나의 정보가 진실인지 판단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진실인지는 또 어떻게 알아야 할까?



코로나와 가짜 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제 단순한 질병을 넘어섰다. 인류의 조류를 바꿨고, 생물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수많은 변곡점을 만들어냈다. 다시 한번 짧은 식견으로 생각하건대, 전 인류에 이만큼 영향을 미친 단일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면 없을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사건에 따라붙는 수많은 정보는 필연적이다. 코로나는 정보의 바다를 새로 만들었고, 전 인류가 강제적으로 그 바다에 빠지게 되었다. 모두가 똑같이 새로운 정보를 접했지만, 판단과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중 가장 단적인 예시는 수많은 가짜 뉴스들이다. 세계의 전문가들은 올 겨울 코로나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의 트윈데믹을 주의하라고 경고했지만, 더 주의해야 하며 이미 도래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오염된 정보의 트윈데믹, 즉 코로나 판데믹과 인포데믹이다.


 가짜 뉴스는 사실을 과하게 단순화시키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인과관계를 생략하고 이야기하거나, 근거 대신 감정에 호소하거나, 사실에 약간의 거짓을 섞는 등, 일부를 생략하고 필요한 것을 넣어 단순화시키는 것은 가짜 뉴스의 필수적인 요소다. 가짜 뉴스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단순화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단순화된 사실을 잘못 해석하는 개인이 발생하는 경우 그 개인은 잘못된 정보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단순화된 정보를 잘못 해석하고 올바른 정보라는 자신감을 가지는 경우이다. 불안하기 마련인 새로운 정보에 대한 자극적인 해석은 쉽게 전염된다. 이러한 정보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아서, 순식간에 전염되지만 치료가 어렵다. 


 가짜 뉴스가 항상 의도를 갖고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포털 사이트 메인에 소개된 어떤 기사를 읽었다. 골수이식으로 완치되었던 백혈병 환자가 백신 접종 후 재발했다고, 백신의 부작용임을 인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는 기사였다.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암은 여러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질병이다. 하지만, 정말 백신 '때문에' 백혈병이 재발했을까? 만성골수성백혈병을 골수이식으로 치료하더라도, 이식 환자의 20% 정도는 재발한다. (충남대학교병원) 이 청원은 거의 1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은 상태이다. 이 환자가, 그리고 환자의 보호자가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주장을 제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일련의 사건을 해석했을 뿐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혹은 잘못된 정보를 인식시켰고 벌써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권력자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존에 특정 지점을 탐사하며 정보를 채굴해오던 전문가가 나서는 것이다. 일반 대중은 그 분야의 권위자(권력자)의 설명을 토대로 판단하게 된다. 여기서 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람이 믿을 수 있는 권력자인지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정보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익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도, 정보권력이 있는 척 행동하는 사기꾼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를 쉽사리 가려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정보가 몰아치는 시기, 정체불명의 정보와 곡해가 난립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주 노출되는 것에 익숙해지고, 곧 친근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 자체에 무뎌져서는 안 된다. 끝없이 진위를 가려내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권력자들은 대중이 이 과정을 올바르게 해낼 수 있도록 나서서 도와야 한다. 일종의 사회적 책임인 것이다.



*첫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무엇인가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완전한 익명성을 가진 채 글을 쓰는 저의 백혈병 이야기를 읽고 그대로 믿은 건 아니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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