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갈 냥이 Jan 18. 2016

20kg.......

이게 뭐라고 ^^;;"

쌀이 이틀째 현관 앞에 있다.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쌀통 뚜껑을 깨뜨려서 쌀을 담아 둘 곳이 마땅치 않았고 당장 필요하지도 않았기에 그냥 그냥 두었다. 누군가 옮겨 주기도 바라지 않았다. 사내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늘은,

20kg을 들고  옮기려니..... 예전 같지 않다.

사실 20kg은 무겁긴 해도,  충분히 들 수 있는 무게이다.

쌀을 옮기면 서  이 생각 저 생각이 나  길래.... 그녀는 자리 앉아서 좌판을 두드린다.



결혼을 갓 해서는 가볍든 무겁든 무엇이든 그 사내는  다 알아서 해 주었다. 그러던 그 사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때부터였을까..... 변해간다. 그녀의 부탁을 들어야만 하게 되었다.

 그녀도 꾀를 내기 시작해서  사내 앞에서는 들 수도 있는 무게도 당연  못 드는 척 하고 부탁한다.

여자는 그래야 하는 줄 알았고 그게 사랑받고 있는 증거라 여겼다.

그러나...... 세월은  그녀를 좀 더 강하게 단련시켰다.

그런 사소한 것은 알아서 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사소한 것을 부탁하는 나쁜 습성은 자신을 비굴하게 하는 것 같아서 하지 않게 되었다.

여자를 곰과 여우로 나누어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 보통 사내들이라면  여우를 원한다.

그러나  그녀는 곰이 되기로 하지 않았던가.

세월은 그녀를 그렇게 변화시킨다. 아니 나이와 관계없이 그녀의 사고는 성장해간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하고 그리고 안 되는 것을 부탁하면 된다. 그녀는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지 않았던가.

세상 사람들은 다 여우를 선호하지만 그녀는  곰을 더  좋아한다.

아이들도 곰이 되기를 원한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일 학년 때의 일이다. 그날은 내가 교실 청소 도와주는 날이라 교실에 도착했다.

정현이 엄마도 와있었다.

선생님과 정현 엄마는 나를 보면서 인사를 하고는,  

"지금 재권이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 었어요"

"녜에....무슨...."

"아 ~글쎄 재권이 보고 교단 아래의 저 그림들 좀 옮기고 가라고 했더니, 자기는 피아노 학원 시간이 다 되어서 안된다고  거절하고 가잖아요." 

"아~~ 아유. 선생님 이를  어째요..."  '당연하지요, 당신이 할 일을 내 아들이 학원시간을 지각하면서 할 필요는 없지요.'

"ㅎㅎ 재권이가 성격이 다른 애들과는 좀 다르네요. 저희 정현이도 예쁘냐고 내가 물었다가.... 안 예쁘게 생겼다고 말해서 , ㅎㅎ"

"어이쿠 , 예쁜 정현이  보구....." ' 그건 당연하다 정현이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안 예쁘게 생겼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재권이 에게 선생님과의 일과 정현이 문제를 물었더니......

그 애는 이렇게 답했다.

" 엄마, 선생님께는 내가 피아노 학원시간이 늦어서 안되고 우리 엄마 오늘 청소 오시니까 내 대신  엄마한테 부탁하라고 하고 왔고요. 정현이는 정말 못생겼는데 아줌마가 자꾸 정현이 울 반에서 제일 이쁘지 않냐고 해서 내가 우리 반에서 제일 이쁜 아이는 민정이라고 했어요. 못생겼다고 말하지는 안았어요"

아 ~~ 할 말없다.




그렇다. 그녀는  이렇게 아이들을 곰처럼 키웠다.

그녀의   방식이 나도  좋다.


쓸데없는 거짓된 감정의 표현으로 자신의  머릿속을 낭비하거나 어지럽히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어찌 보면  야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ㅎㅎ


가만 생각해 보니 20Kg 쌀이 뭐라고...... 거뜬하게 들어서 옮기면 될 뿐인  것을.......

무겁다.ㅜㅜ


그런데,

우리 집 사내나 다른 집 사내들이나 밖에서는  어떤지........

궁금하다.

그녀가 보기엔 절대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그녀의 그 사내도  그랬다. 그 사내의 직장동료들 부부동반 모임으로 야유회를 간 적이 있다. 잘 놀고 치우는 과정에서 보니까...... 음식물쓰레기까지 도맡아서 치워준다.

ㅎㅎ 그래서 함께 온 여자들은 그녀 보고 부럽다고 한다. 집에서도 저렇게 해 줄 것 아니냐고.......ㅜㅜ

어느 날인가 , 아침에 버려 야 겠다고 생각한 꽉 찬 쓰레기 봉지를,  출근길에 버려주고 가면 안되냐고 했더니 바쁘다고 그냥 가길래 , 그녀는 생각했다. 하긴, 출근길인데......... 내가 해야지.


그리고

골프 라운드 할 때도 자주 겪는 일이다.

월례회 때 보면 차에다 골프가방을 옮길 때도 보면 여자들은 당연히 자기 가방도 남자들이 들어야 하고, 남자들은 당연히 여자들 가방을 들어준다. 정말  무거워할 때 도와주면 감사한 것인데  ㅎㅎㅎ......

당연 그녀는 그녀 가방을 그녀가 챙긴다. 그래서 그녀는 힘이 세다고 그들이 말한다.

여자들은 무겁다고 하면서 자신의 가방 드는 것을 회피한다. 연약해 보이는 것이 여자의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럴 거면 골프를 하지 말지 ㅎㅎ

이 사내들도 집에서도 당연히 그렇게 하는지 의문이다. 시켜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 집에 여자는 슈퍼맨,  남의 여자는  야들야들  가녀려서.....ㅜㅜㅜㅜ

남자들이여,  아니.........

집에 있는 슈퍼맨도 나가서는 야들야들 가녀린  대우받는다는 거.......ㅋㅋ


오늘은 쌀 20Kg을 옮기면서 한 잡생각을 글로 옮겨 본다.

머릿속에 의 쓸데없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하는데... 참

PS

우리 집 사내는 밖에서 남들이 자신을 살아 있는 보살이라고 한다. ㅎㅎ

그녀는 살아 있는 보살을 원하지 않는다.

그녀가  몆년전부터 외치는 구호가  있다면..........

그저 그녀를 앞집 아줌마처럼 대해주고, 아이들을 남의 집 아이들처럼 대해 달라고 부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의 유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