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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 냥이 Apr 25. 2016

햇살 아래

두 눈을 감고 앉아서

가끔은,

아주 한동안은,

머리 속에 채워지지 않는 느낌을 갖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표현하자면 머릿속이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덩달아 마음도 허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머릿속이 뭔지 모를 허하고 멍청해져서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람들은 사는 게 편해서 그런다고 말을 한다.

정말일까?

그녀는 사는 게 편해서 일까?

남부럽지 않을 만큼을 남들보다 많이 가졌을까?

오히려 부족하면 했지 남부럽지 않게 가진건 없다.

그녀 자체 에너지 방전을 막기 위함이라던가, 우울함 소독을 위한 그녀의 방법으로

그녀는 햇빛에 자꾸 그녀를  내놓는다.

따뜻한 햇살을 온몸에  가득 담고 있다 보면 따뜻한 에너지가 충전되면서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가만히 다가온다. 따뜻한 햇살 아래의 빛 충전은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걷는 것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흰색과 분홍색의 철쭉들

두 마리의 까치들의 종종걸음

연한 초록의 나뭇잎들

바닥의 붉은 벽돌들, 그사이 틈새로 피어난 잡초들

그리고 살랑이는 바람,

희미하게 전해지는 라일락향

가장 많이 빛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계단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그들을 한참씩 본다.

그녀는 햇빛을 향해 눈을 감아본다.

..... 그래도 여전히 그녀의 감은 두 눈에 황금빛이 출렁인다.

....... 감은 두 눈 위에 두 손으로 가린다.

....... 이글이글 붉음과 어둠이 왔다 갔다 한다.

두 손을 내리고 눈을 뜬다.


그녀의 아파트 정원은 언제나 아름답다.

모든 게 다 정상이다.

그들은 다 아름답다.

그녀만 이 정적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햇살이 그녀를 따뜻함으로 채워주어서.......

방전되지 말아야 한다.


그녀는 새삼 아파트가 조용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택에 살 때는 가만히 있어도

옆집의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까지도 들리더니

이곳 아파트 사람들은 어찌나 조신한지.... 누가 층간 소음으로 분쟁을 말했던가.

그녀가 아무리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뭐라 하는 이 가 없고,

불이 났다고 삐뽀삐뽀 경보가 울려도 나오는 이는 그녀뿐이 없는 아파트,

.... 경비아저씨가 점검차 울린 경보였지만.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왜 그런지 가끔은 어수선하고 옆집 소리도 들리고 그녀를 가끔씩 못마땅해하는 그녀가 살던 주택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곳은 냥이들도 많이 있었다.

그곳을 떠날 때 아쉬운 것이라고는 고양이들 뿐이 었는데... 가끔은 그곳의 번잡스러움이 그립다.


따뜻한 햇살 아래 누워서 잠들고 싶은 까닭은 무언지....

그냥 햇살 아래 누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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