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feel the film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균 Mar 03. 2016

자화상

나는, 널 그리다

ⓒ flebeaute_Minolta X-700 / 북촌 한옥마을_2015.03.12


 아버지가 쓰시던 필름카메라를 들고 처음 거리에 나가 찍은 사진이다. 사진 좀 찍는 친구놈이 추천해준 삼청동을 별 생각없이 걷다 우연히 거리의 화가를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 사진 뭔가 오묘하다. 화분에 온통 새들뿐이라니, 그것도 날개보다 눈이 더 큰 부엉이나 올빼미들뿐이다. 아저씨는 무슨 생각으로 저 그림들을 그리셨던걸까.

 가만 보니 사진 속 새들의 모습, 왠지모르게 아저씨를 닮아있다. 뒤돌아앉아 그림을 그리는 아저씨 위에 하얀 새가 나를 쳐다본다. 나를 쳐다보는 저 눈은 새의 눈일까, 아저씨의 눈일까. 가만히 앉아 날기를 기다리는 저 새들, 붓을 놓고 일어날 아저씨와 함께 날아오를 것만 같다.



가만히 앉은 그대의 손에

작은 몸짓 하나 서서히 피어오른다

허나 날 바라보는 그 눈빛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눈빛 매서운 것은

끝내 오르지 못할 자신을 비웃는 눈웃음 때문인가


언젠간 감아낼 그 눈빛이 나는 서럽다



매거진의 이전글 鳶, 緣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