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프롤로그
사진첩을 정리하기 위해 구글 드라이브를 켰다.
용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미루고 미루던 사진 정리에 들어갔다.
그렇게 나의 프랑스 추억여행이 시작됐다.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시간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그때의 나를 마주한다. 그리고 되새김질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시절을 정리한다. 버릴 마음을 버리고, 간직할 가치를 마음에 새긴다.
살면서 이런 작업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왜인지 자연스럽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나에게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보니 0세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한 줄로 이어진다면, 유학 생활은 마치 아래 선과 같이 평행우주 같달까.
나의 유학 생활은 삶의 연장선 안에 존재함이 당연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프랑스에서의 시간이 한 덩어리로 느껴진다. 마치 그 덩어리 세계에 잠시 갔다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다시 현실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래서 모국(母國)이라고 하는 것인가.
한때는 귀국하지 않고 유럽에서의 생활을 꿈꾸기도 했고, 내가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고, 내가 추구하는 바는 늘 바뀔 수 있다. 그저 수많은 선택과 경험만이 남을 뿐이다.
나의 그 덩어리 속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푼다는 것은 결국 그 본질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나의 첫 집.
유학 초기 안전이 신경 쓰여 파리에서 가장 부촌인 16구에 살았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호화로운 집에 산 것은 아니고, 이런 부촌 단지 0층에 개조된 4평짜리 원룸에서 살았더랬지. 그래도 문밖을 나가면 파리의 아름다움이 한가득이었던 나의 첫 거주지.
대문 밖을 나서면 보이는 모습. 이 나라는 하늘과 노을이 왜 이렇게 예쁜지, 괜히 예술가들이 넘쳐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늘 지하철 한 정거장을 먼저 내려서 이곳을 걸어서 지나갔다. 가을빛을 받은 에펠이 빛나고 있다. 어떤 반짝이는 조명보다 아름다운 자연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