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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루티스트 정혜연 Mar 21. 2023

파리지엔느와 히키코모리 그 사이 어딘가 Ep.01

01. 프롤로그


사진첩을 정리하기 위해 구글 드라이브를 켰다.

용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미루고 미루던 사진 정리에 들어갔다.

그렇게 나의 프랑스 추억여행이 시작됐다.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시간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그때의 나를 마주한다. 그리고 되새김질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시절을 정리한다. 버릴 마음을 버리고, 간직할 가치를 마음에 새긴다.

살면서 이런 작업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왜인지 자연스럽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나에게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보니 0세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한 줄로 이어진다면, 유학 생활은 마치 아래 선과 같이 평행우주 같달까.



나의 유학 생활은 삶의 연장선 안에 존재함이 당연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프랑스에서의 시간이 한 덩어리로 느껴진다. 마치 그 덩어리 세계에 잠시 갔다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다시 현실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래서 모국(母國)이라고 하는 것인가.

한때는 귀국하지 않고 유럽에서의 생활을 꿈꾸기도 했고, 내가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고, 내가 추구하는 바는 늘 바뀔 수 있다. 그저 수많은 선택과 경험만이 남을 뿐이다.


나의 그 덩어리 속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푼다는 것은 결국 그 본질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나의 첫 집.

유학 초기 안전이 신경 쓰여 파리에서 가장 부촌인 16구에 살았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호화로운 집에 산 것은 아니고, 이런 부촌 단지 0층에 개조된 4평짜리 원룸에서 살았더랬지. 그래도 문밖을 나가면 파리의 아름다움이 한가득이었던 나의 첫 거주지.

대문 밖을 나서면 보이는 모습. 이 나라는 하늘과 노을이 왜 이렇게 예쁜지, 괜히 예술가들이 넘쳐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늘 지하철 한 정거장을 먼저 내려서 이곳을 걸어서 지나갔다. 가을빛을 받은 에펠이 빛나고 있다. 어떤 반짝이는 조명보다 아름다운 자연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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