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생존
그러하다,
나는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나의 유일한 스트레스 탈출구는 먹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 언어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공부를 해도 머리가 아픈 것이었고,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내 뇌는 한국에서와 달리 200퍼센트는 더 굴려야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듯했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배가 더 고팠다.
메트로를 기다리는 동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했다. 이상하게도 프랑스에서는 배가 고프면 한순간에 머리가 핑핑 돌았다.
내가 항상 초콜릿을 악기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던 이유다.
집으로 돌아갈 때면 지하철 배차시간은 왜 이렇게 긴지, 초콜릿 하나를 허겁지겁 입에 쑤셔 넣고 집에 가서 무엇을 해먹을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오늘 무엇을 먹을 것인지는 나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문제다.
오늘 하루도 먼 나라에서 이 고생을 했는데 식사를 대충 때우는 일은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유학 내내 자리 잡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 나는 음식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물론, 맛있는 음식.
한낱 유학생 신분으로는 매번 호화롭게 외식을 할 수는 없는 법.
나는 주방을 가까이했다.
“너 지금 한국인데 파리라고 거짓말하는 거지”
내가 한 요리들을 sns에 올리면 가장 자주 듣는 소리였다.
음식에 진심인 나는, 솔직히 한국에서보다 더 잘해먹었다.
솔직히 유학 생활을 하다 보면 나 같은 이들이 많은 듯했다. 모두가 본래의 모습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써야 하는 상황에서 살아가며, 이곳에서 목표하는 바를 이루고자 노력하며 급격히 소진되는 체력들.
마음 편히 이 나라의 아름다움을 즐기고도 싶지만, 유학생에게는 그마저도 사치라 느껴지는 어느 순간,
우리는 밥을 찾는다.
파리는 아름답지만 우리는 연습을 해야 해.
나의 첫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물론 바캉스에는 이 아름다움을 즐기렴, 단 연습은 게을리하지 말고!)
그 작은방에 틀어박혀 연습을 하고, 여기가 프랑스인지 한국인지 무인도인지 모를 시간을 거쳐가고, 그밖에 매 순간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들을 받아쳐내며 살아가던 그때.
내 유일한 행복은 제대로 된 한 끼, 맛있는 밥을 나에게 선사하는 것이었다.
유학 생활에서의 식사란, 마치 이 삶에 대한 보상심리였달까. 아니면 생존 본능이었을 수도 있겠다.
한국에 돌아온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음식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다. 더 이상의 생존본능도 보상심리도 없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음식을 원하고 즐긴다. (그렇다고 삶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음식 외에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른 존재 요소들이 좀 더 많지 않아서일까?
그렇지만 아직도 매일 밤, 내일은 뭐 먹지?라는 생각은 멈출 수 없어!